스물아홉, 생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2019년이 다 지나갔다. 91년생인 나는 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었다. 작년이 마지막 20대였던 셈이다. 타고나기를 엉덩이가 무겁게 태어난 나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일이 즐거운 사람이었다. 물론 나가 돌아다니라고 해도 잘 돌아다니고, 취미로 걷기나 산책을 꼽을 만큼 걷는 일도 좋아하지만, 동시에 서너 시간씩 꼼짝 않고 앉아있으라 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부러 신경을 쓰지 않으면 하루 종일 움직임이 거의 없는 날이 부지기수.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의 나쁜 생활습관을 모조리 갖춘 게 바로 나였다.
출퇴근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고, 평일엔 업무상 움직임이 많지 않은 편.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다 작년 초, 무릎 건강이 심하게 악화되었고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전엔 사실 ‘꾸준한 운동’이라고 할 만한 것을 해본 기억이 없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나는 천성이 게으른 게 틀림없다.
무릎 건강 회복기는 예전에 글을 남긴 적이 있으니 패스.
https://brunch.co.kr/@mellogue/90
사람은 역시 목적이 분명해야 행동도 분명해진다고, 아픈 무릎을 회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2019년 3분기엔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다. 4분기에는 일에 정신적+신체적으로 약간 몰리면서 좀 주춤했지만, 그래도 주 3회 정도는 운동을 계속했다. 목표 설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SMART 기법에 따르면, 목표는 명확해야 하고/측정 가능해야 하고/활동적이어야 하며/실현 가능하고/시간 기준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나의 운동/건강 목표를 대입해 보자면 무릎 건강을 회복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나머지 요소들은 애플 워치가 알아서 챙겨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일 목표 운동량을 세팅하고, 워치의 메인 화면에서 활동링 달성 현황을 즉시 확인 할 수 있도록 설정을 해 둔다. 중간중간 시간을 확인하거나 일정, 알람 등을 확인할 때마다 활동 링 목표 달성 현황을 확인하며 몸을 움직여준다. 짬을 내서 운동도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 링을 채우겠다고 마음만 먹어 놓으면 된다. 애플워치와 함께 보냈던 나의 1년을 한번 되돌아보자.
1월부터 3월까지. 1분기의 활동 기록 현황이다. 링은 총 3종류로 움직이기/운동하기/일어서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주 엉망임이 보인다. 3월 17일 자에 보면 링 오른편 상단에 녹색 불이 들어와 있는데 저 날 내가 ‘운동 같은 운동’을 했다는 소리다. 나머지 날짜들은 암전이다. 내 건강이 얼마나 깜깜했는지 알 수 있다. 불이 아예 꺼진 날은 워치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충전조차 되어있지 않았던 날이다. 이때는 솔직히 워치를 장신구 혹은 기존의 아날로그 손목시계 정도로 썼었다. 이때부터 원래도 좋지 않았던 무릎이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2분기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이때는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병원에 다니며 우슬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운동은커녕 걸어 다니는 것도 불편할 정도로 무릎이 아팠기 때문에 운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병원을 꾸준히 다니고, 아빠와 주변 분들이 무릎에 좋다는 각종 양약+한약재를 챙겨줘서인지 6월 중순쯤부터는 슬슬 통증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말, 드디어 운동을 시작했다. 근육이 붙어야 무릎도 덜 아프다는데.. 생각만 하던 참에, 마침 학교 선배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애플워치를 너무 잘 활용하는 선배에게 감명을 받아버린 것이다. 오빠의 활동링 칼로리 목표는 무려 1,100이었는데(!!!) 심지어 기록된 운동들이 죄다 수영! 거기서 바로 “너무 멋있다! 나도 할래!”가 되어버려서, 그날 이후부터 곧장 활동링 채우기를 시작했다.
나의 완벽한 2019 3분기다. 선배는 수영을 했지만, 나는 수영을 못하니까 러닝+실내사이클로 대체했다. 인근 운동장에서 저녁마다 가볍게 러닝을 하고, 아침저녁으로 씻기 전에 실내싸이클을 탔다. 매일매일 목표 운동 칼로리인 600칼로리를 채우고, 30분 이상의 운동시간도 꼭꼭 채웠다. 중간중간 이 빠진 하늘색 ‘일어서기’ 링이 있는데, 엉덩이가 무거운 습성상 자리에 앉아 일을 하다 보면 3-4시간씩 꼬박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나쁜 습관은 사실 아직도 고치지 못했는데, 2020년에는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서 1시간에 한 번씩 꼭 움직이기+스트레칭을 하자는 습관 목표를 세웠다.
마지막 4분기의 기록. 일부 날짜들이 듬성듬성 이긴 하지만 나름 선방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며 기록을 돌아보니, 월에 한번 꼴로 등산도 갔다. 애플워치는 ‘등산’을 따로 측정해 주지는 않는다. 그냥 실외 걷기로 측정되고, 고도만 기록해준다. 자주 등산을 함께하는 언니가 삼성의 갤럭시 워치를 사용하는데 갤워치는 등산 기록 모드가 따로 있다. 기록충으로서 조금 부러움. 애플도 하이킹 모드 따로 해주시라구욧... 하이킹 모드가 있다ㅠㅠ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몰랐음!
최근에는 사무실에 스쿼트머신이 생겨서 일하다가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스쿼트/백익스텐션/싯업을 하고 있다. 사용해 보기 전에는 보조 기구가 있는데 스쿼트가 훨씬 쉽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별로 운동이 안 될 것 같았다. 아주 큰 착각이었고.. 50개 하고 일어서면 갓 태어난 아기 사슴 같이 다리가 후들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허리 건강을 위해 백익스텐션도 꼬박꼬박 해준다. 코어가 튼튼해야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난 김에 이 글 다 쓴 다음 플랭크 30초씩 3세트..해야지...
걷기+달리기 기록이다. 연간 걸음수 10,000보를 채우는 게 목표였는데 목표치 달성에는 실패했다. 실패 요인으로는 연초 무릎 아프던 시기에 너무 움직임이 적었고, 11~12월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바깥 활동이 줄어든 것이 크지 않았나 싶다. 2020에는 만보 채우기를 꼬옥 달성하는 것으로! 일 평균 이동 거리는 6.3km인데, 보폭이 작은 편이라 걸음 수에 비해 거리가 짧다. 다리가 짧은 것인지..왜인지.. 보폭이 유난히 작은 편인데, 종종걸음으로 걷거나 뛰다 보니 걸음 수에 비해 거리가 좀 부족하다. 그렇지만 나 같이 무릎이 약한 사람에겐 큰 보폭과 세게 걷는 걸음이 좋지 않다고 하니, 계속 작은 보폭을 유지하는 것으로. 대신 좀 더 빨리 걷지 뭐. 세상에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없다. 뭐든 나한테 맞는 게 중요!
연간 활동링 달성 요약표와 운동시간, 그리고 휴식 시간 동안의 칼로리 소모량 대시보드의 모습이다. 활동 달성 현황을 보면 7~10월이 역시 가장 완벽하다. 운동시간은 일 평균 57분 정도. 직장인이라는 신분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20에도 1시간 내외 시간을 유지하도록 하고, 대신 1시간을 좀 더 알찬 운동으로 구성해 보면 좋겠다. 휴식 에너지는 일 평균 1,400정도로 찍히는데, 저게 기초대사량을 의미하는 걸까? 확실치 않다. 인바디를 측정해보면 현재 내 기초대사량이 약 1,200정도라고 하는데 무슨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실제 기초대사량이 1,400정도라면 정말 좋겠다. 올 한 해에는 근육량을 증량해서 기초대사량과 체력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운동을 꾸준히 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배지! 배지 모으는 맛에 더 열심히 하기도 했다. 국립공원 특별 도전 목표 배지처럼 특별한 날에만 획득할 수 있는 배지들도 있다. 상반기에 여성의 날과 요가의 날 등, 다른 특별 목표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의 나는 운동망나니라 워치에 알림이 오는지 어쩐지도 알지 못했어서 너무 아쉬움.. 올해에는 놓치지 않고 꼭 획득해야지. 현재 이 글을 올리고 있는 시점(2020.1.1)에도 특별 배지를 주는 챌린지가 진행 중이다. 2020년 새해 도전 목표 배지인데, 1월 한 달 동안 7일 이상 연속으로 활동 링을 완성하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오늘부터 바로 도전을 시작했다. 월별 도전 목표의 경우, 사용자마다 목표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누적 데이터나 활동량 등에 따라 개인 설정이 반영되는 듯.. 내 경우 5~8월까지 쭉 목표를 달성했더니 9월부터는 목표가 부쩍 어려워지는 바람에 배지 획득에 실패했다. 12월에 겨우 달성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20년 1월 목표는 “1월 한 달 동안 21일 이상 일어나기 링 완성하기”이다. 일어나기가 제일 취약한 나에게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목표! 31일간 매일 달성하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해야 겨우 21일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배지 꼭 따야지!
작년 한 해 즐거웠던 운동 기록들. 등산을 좋아하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많이 가지 못해 아쉽다. 올해는 월 1회 등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기회가 된다면 봄/가을 중에 한라산 등반을 꼭 하고 싶다. 서른. 앞자리가 바뀐 만큼, 좀 더 건강하게 나를 돌보면서 살아야지. 안녕 2019, 안녕 2020! 올 한 해 더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