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소한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멜리 Oct 28. 2019

스물아홉, 무릎 잃고 건강 고치기

애플워치와 함께한 나의 무릎 건강 회복기

 올해 초, 늦은 밤을 지나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무릎이 아파서였다. 구부려도 아프고, 쭉 펴도 아팠다. 걸을 땐 아찔한 통증이 밀려왔고, 찜질이라도 좀 해서 통증이 덜한 날에도 은근히 밀려드는 얕은 통증이 주는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한의원도 가보고, 정형외과도 가 봤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분들도, 물리치료사 분들도 나에게 하나 같이 말했다. "아휴, 아직 한참 땐데 무릎이 아파서 어떡해요?"


 그러게요.. 저 정말 어떡하죠. 스물아홉. 내년에 서른이 되긴 하지만, 아직 만으로는 조금 더 이십 대에 머무를 수 있는 나이인데 내 무릎은 왜 이모양일까. 나는 하이힐을 신지도 않고, 과격한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아닌데. 내 무릎은 왜..?


 사실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이십 대 중반, 전 직장에 다니던 시절 야근과 밤샘을 밥 먹듯 하다 보니 아침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현기증이 나 쓰러지고 말았다. 하필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한 노란 점자 보도블록 위로 넘어졌고, 그 이후론 무릎이 영 좋지 못했다. 간혹 물이 차기도 하고, 많이 걷거나 등산을 과하게 하면 무릎이 약간 아프긴 했다. 그치만. 그치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릎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다니.. 나 정말 어떡하지 싶었다.


 무릎이 아프니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움직임을 가능한 최소화 하는데도 더 금방 지쳤고, 신경도 예민해졌다. 취미생활처럼 즐기던 산책도 할 수 없으니 짜증도 늘었다. 계속 신체 일부에 통증이 있으니, 일을 할 때도 도통 집중이 되질 않았다. 정말 간절히 낫고 싶었다. 두 달 넘게 아침마다 병원에 물리치료를 하러 다녔다. 통증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완벽히 낫질 않았다. 병원만으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고 물리치료만 받을 수는 없었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했다.




 제일 처음 시도했던 방법은 먹는 거였다. 내가 무릎이 너무 아프다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울아빠가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우슬 뿌리를 비롯한 여러 한약재들을 주문해 줬다. 차로 끓여 마셔야 했는데, 일일이 한번 끓여 마실 만큼 소분까지 해줬다. 바쁠 땐 쉽게 먹으라고 팩으로 된 것도 주문해 줬다. 한 3달 정도, 우슬을 꾸준히 먹었다. 좀 귀찮았지만 주전자로 차도 끓여 마시고, 물 끓여 마실 틈 없이 바쁜 날은 팩이라도 꼬박꼬박 마셨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잠만큼은 편하게 자고, 어느 정도 가벼운 운동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아빠가 정성스럽게 포장해준 한약재들 / 우슬즙 팩 / 그리고 매번 내 무릎 안부를 묻던 아빠



 좀 괜찮아지기 시작할 때쯤 인터넷에서 어떤 기사를 보게 됐다. "몸무게가 1킬로 늘어날 때마다,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4~7kg씩 증가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예전에도 본 적은 있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과체중이나 비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었다. 그런데 그 날은 어쩐지 느낌이 달랐다. 내 키는 163, 그리고 당시 몸무게는 53kg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20대 후반까지 쭉 48~49kg 정도에서 큰 변화가 없었었는데 최근 1~2년 사이 5kg 정도가 늘었던 거다. 여전히 표준체중이긴 했지만, 내 안 좋은 무릎에는 갑작스러운 무게 변화가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입던 사이즈의 옷들이 작게 느껴지고, 사진을 찍거나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전보다 좀 더 동그래 진 것 같다'는 말을 듣곤 했었지만, 별로 크게 감흥이 없었었다. 과체중도 아니고, 마르거나 예쁜 몸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건강만 하면 뭐 어떻냐는 생각이었다. 과체중이나 비만도 아닌데 뭐, 마르지 않으면 뭐 어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무릎 건강에 문제가 와 버린 거다.


 당장 개선이 필요했다. 무릎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몸무게도 줄여야 하고 근육도 키워야 했다. 운동과 식단을 병행해서 5kg 정도 감량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과한 운동은 되려 무릎을 더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기로 했다. 나에겐 이미 아주 좋은 도구가 있었다. 작년 여름에 선물 받았던 애플워치! 잘 끼고 다니긴 했는데, 운동을 위해서 써본 적은 없었다. 일할 때 알리미 용도나 스톱워치 정도를 유용하게 썼을 뿐.. 운동이나 활동량을 체크해 주는 기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운동이 절실해지고 나서야 도대체 무슨 기능이 있나 궁금해져서 검색창에 '애플워치+운동'을 검색해 봤다.


벌써  사용한지 1년 반 가량이 되어가는 나의 애플워치3 / 매일매일 리셋되는 애플워치의 활동링 3가지


 검색을 해 보니,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후기가 엄청 많았다. 기본적으로 워치가 운동을 기록해 줄 뿐만 아니라, 목표를 설정해 두면 해당 목표를 달성하게끔 중간중간 알림을 줘서 동기부여가 된다는 글이 많았다. 당장 워치 설정에 들어가서 목표를 셋팅했다. 애플워치는 '활동'기능을 통해서 하루 3종류의 활동링을 채우도록 유도한다.


 첫 번째 붉은 링은 '움직이기' 링이다. 움직이기는 사용자가 움직여서 소모하는 칼로리를 말한다. 가벼운 일상생활의 움직임부터 활동적인 운동까지 포함해서 측정해 준다. 사용자가 목표치를 정할 수 있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최소한의 활동을 하는 동안 소모되는 에너지는 '휴식 에너지'라고 해서 따로 측정한다.


 두 번째 연두색 링은 '운동하기' 링이다. 운동하기는 빠르게 걷기 이상의 운동을 할 때 측정된다.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하면 달성할 수 있다.


 세 번째 하늘색 링은 '일어나기' 링이다. 12시간 동안 사용자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서 몸을 움직였는지 보여준다. 1시간에 1분 이상 서 있거나 이동이 발생했을 때 체크된다.


 나는 움직이기 목표를 600cal으로 잡았다.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면서도 목적을 이루기에 부합해야 했다. 운동을 의식하지 않고 애플워치를 차고 다녔던 동안 나의 평균적인 '움직이기' 수치는 300cal였다. 그래서 하루 동안의 일상적인 활동(300cal)+1시간 정도의 가벼운 운동(300cal)으로 채울 수 있는 600칼로리를 목표로 잡았다.


6월에서 10월까지의 애플워치 활동 기록


 그리고 이것이 운동을 시작했던 6월 26일부터 최근까지의 기록이다. 매일매일 세 개의 링을 모두 채우려고 노력했다. 특히 가장 바깥의 붉은색 링인 '움직이기' 활동량을 채우는데 제일 신경을 썼다. 중간중간 여행도 가고, 출장도 갔었는데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실내에서 제자리 걷기나 뜀뛰기라도 꼬박꼬박 해가며 링을 채웠다.


 의외로 제일 채우기 힘들었던 건 '일어나기' 링이였다. 움직이기나 운동하기 링은 밤늦게라도 몰아서 채울 수 있었지만, 한 시간마다 1분 이상씩 일어나서 움직임을 체크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한번 자리에 앉으면 하고 있는 일이 끝날 때까지 잘 움직이지 않는 습관 때문에 더 그랬다. 학생이던 시절엔 소위 엉덩이가 무거워 집중력이 좋은 스타일이라 칭찬받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건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였다. 혈액순환이나 허리 건강에도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해서 타이머를 맞춰두고 50분마다 한 번씩 일어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고, 덕분에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바깥공기도 쐴 수 있었다.


열심히 목표달성을 하면 이렇게 예쁜 배지를 준다 :- )


 처음엔 운동량을 채우는 게 만만치가 않았다. 워낙 운동을 안 했어서 그런지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찼다. 그렇지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링을 채우는데 집중했다. 주로 했던 것은 집 근처 운동장에서 '가벼운 조깅+걷기' 세트와 집에서 실내 자전거 타기였다. 따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기엔 스케줄 조절이 어려울 것 같았고, 헬스장에서 운동하기보다 어려운 게 '헬스장까지 가는 일'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실내 자전거는 아는 언니네 집에 사놓고 방치해 놓은 게 있다고 해서 저렴한 가격에 얻어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려고 씻기 전에 조금 타고, 저녁에 퇴근하고 와서 씻기 전에 또 탔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무릎이 아픈 사람은 의자를 최대한 높여서 다리를 쭉 펴고 타야 한다고 해서 높이도 높게 조절했다. 무게도 3~4 정도로 놓고 (내가 쓰는 실내 자전거는 1에서 8까지 있다.) 천천히 허벅지에 힘을 줘서 페달을 돌린다는 느낌으로 탔다.


 조깅을 할 때는 런데이 앱을 활용했다. 초보자 8주 완성 코스를 기본으로 해서 일주일에 1회~2회 정도 뛰는 걸 목표로 했다. 8주 코스는 원래 한 주에 3회씩 8주를 뛰는 거지만, 내 스케줄 상 주 3회씩 러닝이 불가능해서 1~2회로 목표를 조정하고 코스만 참고했다. 목표가 현실적이지 못하면 금방 흐지부지되고 포기하게 된다.


  


 친구가 보내준 인터넷 짤방처럼, 원래의 나는 짧은 운동에도 시름시름 앓는 '저질체력'의 소유자였다. 주말 아침에 등산이라도 한번 다녀오면 힘이 달려서 거하게 낮잠을 자야 했다. 그런데 지난 3개월 동안 정말 눈에 띄게 체력이 좋아졌다. 활동량이 많아도 덜 지치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훨씬 개운해졌다. 처음엔 1km를 달리는 일도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4~5km 정도는 쉬지 않고 한 번에 달려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식단은 사실 크게 조절하진 않았다. 원래 먹는 양이 많거나 한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탄수화물을 좀 줄이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려고 노력했다. 원래는 고기보다도 밥을 더 좋아할 정도로 탄수화물 마니아인데, 밥을 줄이고 육류나 콩, 두부 같은 단백질이 포함된 반찬들을 더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예전엔 밥 한 공기+반찬 조금이었다면, 밥 2/3 공기에 반찬을 많이 먹는 식으로 바꿨다. 전체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근육이 생기는 것도 중요했기에 단백질을 많이 먹으려고 했다.


 덕분에 체중이 다시 5kg 정도 빠졌다. 48~49kg대를 오가는 수준으로 돌아왔는데 근육량은 오히려 전보다 많이 늘었다. 그렇지만 이 수치들은 인바디 기능이 있는 가정용 체중계로 재 본거라, 다음 주쯤 보건소에 가서 더 확실한 측정 보고서를 받아 보려고 한다. 그래도 일단 제일 중요한! 나의 원래 목표 "무릎!!" 무릎은 벌써 3kg쯤 빠졌을 때부터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했었고, 지금은 아주아주 괜찮아졌다. 좀 무리하게 걷거나 운동을 해도 이젠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픈 무릎을 위해 내가 했던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우슬 먹기', 둘째는 '체중 감량', 셋째는 '근육 늘리기'다. 세 가지 중에 어떤 게 제일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왜냐면 세 가지 모두 꾸준히 했고,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 며칠 목표 몸무게에 도달하면서 잠깐 헤이해 졌지만, 오늘부터 또다시 매일의 활동링을 채우기 위한 '집착'을 시작하려 한다. 애플워치가 매일매일 활동링을 달성하면 00일째 목표를 연속 달성했다고 알려주는데, 이게 또 은근히 사람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119일에서 멈춰서, 다시 1일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다음번엔 119일에서 하루를 더한 120일 연속 달성을 목표로 하면 되지 않을까!


 저질체력이던 내가 이렇게 꾸준히 운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다는'절실함'이라는 강력한 동기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하게 수치화된 '목표'다. 전에도 체력 증진이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운동 계획을 세워 본 적이 있었지만, '예뻐지기'나 '체력 좋아지기'가 나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진 못했었다. 내 진짜 욕구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너무 아파서 이젠 그만 아프고 싶어!'라는 강력하고 분명한 목표가 생기니까 매일 운동을 할 수밖에 없더라. 왜냐면 진짜 너무 아프니까..(ㅠㅠ)


 그리고 목표 수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단순히 매일의 활동량을 채울 수 있게 돕는 애플워치의 시스템이 나를 계속 운동할 수 있게 했다. 애플워치의 메인 화면을 활동링으로 바꿔두니, 시간이나 알림을 확인할 때마다 현재 운동량을 체크하게 됐다. 조깅을 하든 사이클을 타든, 아님 걷는 양을 늘리든 무조건 그날의 숫자를 꽉 채운다는 단순하고 눈에 보이는 목표를 세우니 훨씬 쉽게 느껴졌다.


걷는 양도 많이 늘어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나는 무릎을 한 번 잃은 뒤에야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역시 주변에서 백번 말하고, 천 번 조언해 줘도 내가 한번 직접 겪어보는 것 만 못하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역시 내 안의 동기임을 크게 느꼈다. 한번 뼈저리게 느꼈으니, 앞으로는 계속 꾸준히 운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워치가 나에게는 아주 좋은 동반자다. 그래서 아주 약간.. 애플워치5에 대한 구매욕이 있지만^^;.. 일단은 지금 쓰고 있는 워치3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기계가 아니라 내 의지임을 안다. 이번 3개월 동안의 운동 경험을 통해 변화를 이끄는 두 가지 강력한 요인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다른 목표를 계획하고 성취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프를 보면 올 초와 비교했을 때 나의 평균 걸음 수가 많이 늘어났음이 보인다. 올 초엔 무릎이 아파서 더 못 걷기도 했다. 남은 11월, 12월에도 날이 좀 추워도 열심히 걸어서 연평균 걸음 수 만 보를 넘기는 게 목표다. 혹시 누군가 무릎이 아파서 고생하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아프지 맙시다(ㅠㅠ)


이젠 마라톤도 잘 뛰는 튼튼이 됨^.~




 혼자서도 잘 사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내가 되기 위하여 :- ) 화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