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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Mar 17. 2024

나는 결혼이라 말하고 남들은 동거라 말한다.

멜입니다. 


브런치를 지난 겨우내 들여다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여유 때문일 것입니다. 대학원 첫 학기에 결혼준비까지 겹쳐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거든요. 


퇴근 이후 펼쳐지는 대학원의 생활은 화려했고 그만큼 힘들었습니다. 기껏해야 두 번, 많으면 세 번 가는 대학원이지만 회식과 접대, 출장을 요리조리 피해 가는 것은 정말이지 앞으로의 3학기를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2 학기가 시작되었네요. 이제 둘째 주입니다. 


저는 결혼식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습니다. 또래들은 멋지다고 하고, 그보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요. 누군가 말했어요. 그거는 결혼이 아니라 부모님이 허락해 주신 동거 아니냐고.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결혼 자체를 부모님의 인지 하에 둘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조금 삐걱대기는 했지만 부모님도 결국 뜻에 따라주셨고,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이웃나라에서 맛과 멋을 즐기는 2박 3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그게 저번주입니다. 이제 정말로 부부가 된 기분이 들 줄 알았는데 그냥 에어비앤비에 놀러 온 커플처럼 삐걱대고 있습니다. 


조금 멀리에서 일하는 남편 때문에 일주일의 반만 만나는 반쪽 신혼생활. 아직 시댁조차 가보지 못한 극 초기의 신혼생활. 남편이 돌아가면 저는 쪼르르 부모님 네로 가서 엄마치료를 받으며 회사를 다닙니다. 싱글과 신혼이 공존하는 생활. 나쁘지 않습니다.


1년 조금 넘는 연애기간 동안 거의 주말에만 본 터라, 주중에 내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기쁘게 성가십니다. 익숙해져야 할 텐데 말이죠. 어찌 되었건, 부모님이 허락해 주신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꼭 알려야 하는 사람들과 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소식을 전했습니다. 축의금 회수는 어떻게 하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부모님이나 저나 줄 사람들은 알아서 다 줍디다.  


결혼을 한 만큼 결혼 관련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스케줄 상 다음학기로 미루고 이번학기는 중독상담을 듣습니다. 남편이 담배를 끊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고 요즘 중독현상들이 사회 이슈로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 좀 더 공부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동거인지 결혼인지 아무튼 인생 2막은 시작되었고 대학원 수업도 다시 시작입니다. 이번 학기에는 논문주제를 꼭 줍줍 하기를 희망하여..


치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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