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이 귀찮았다?
멜입니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글쓰기도 결국에는 습관이라서 처음 몇 달은 일기장을 뒤적이고 브런치를 열었지만 그 후로는 별다른 생각 없이 별다른 글을 쓰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바쁜 듯 나태하게 보냈어요. 챗바퀴를 돌리며 부모님과 시부모님, 회사 어르신들, 학교 일들을 저글링 해가면서 나를 돌아보는 것은 사치라고 넘겨버렸지요. 대학교는 어느새 3학 차 개학이 눈앞으로 다가왔고 신혼 6개월 차에 들어섰으며, 회사는 어느덧 2주년을 넘겼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도 이제 2년이 넘었다는 이야기겠지요.
부모님 집과 신혼집을 오가는 생활은 이제 익숙해졌어요. 열심히 저항해 보았으나 아스팔트를 녹이는 더위와 무거운 짐들에 저는 택시가 주는 안락함에 손을 들고 말았고, 짐을 바리바리 싸서 두 집을 열심히 오가고 있습니다. 빨래들과 남은 식자재들이 주된 손님이지만 어째 짐이 줄어듬에도 저는 택시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나에게 주는 사치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는 와중에 노트북은 갈 길을 잃고 고작 3일 정도 머무는 신혼집에 방치되어 있었어요. 방학이 오면 이거 저거 다시 다 시작해야지, 하고 눈을 감았다 뜨니까 이제 개학이 다가왔습니다. 진짜 개학하기 전에 부랴부랴 브런치를 펼쳐봅니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저의 글은 퇴화했습니다. 생활은 더욱 분주해졌지만 삶의 질이 올라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온전히 나 혼자였던 싱가포르에서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요즘 들어 부쩍 속에 얹칩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했던 그 시절. 지루한 것들이 새로웠고 새로운 것들은 더 새로왔던 그때의 저는 귀찮은 것들이 하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괜스레 헬조선을 탓해보지만 결국 문제와 해답 모두 제 안에 있겠지요. 저는 그냥 한국에 와서 안보다는 밖을 내다보는 그 못된 옛 습관을 다시 끌어들였고 그렇게 5년간의 해외생활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예전의 나로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요. 어쨌든 간 별 차이 없는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하려면 거기에 맞춘 생활을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편한 길이니까요. 선입견과 빠른 판단이 주는 효율성을 무시한 채, 만나는 사람마다 눈을 크게 뜨고 내면을 들여다볼 생각은 없습니다. 봐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진 요즘이니까요. 또 변명입니다.
그래서 대학원은 진실로 소중합니다. 어쩌다 보니 과대표를 맡았고, 이제 논문자격시험도 준비해야 하는 무서운 3학 차이지만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동기들과 마음 맞는 교수님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엄청난 리프레쉬이자 힐링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논문까지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9월이 다가옵니다. 12월까지 또 열심히 달려야겠지요. 저도 구독자분들도 모두 남은 무더위 야무지게 이겨내고 또 기운 내봤으면 좋겠습니다.
치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