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정말 중요할까?
멜입니다. 오랜만에 취업 이야기로 돌아왔네요!
3개월의 수습기간 중 1개월을 넘기니 이제 제 업무가 조금은 눈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조금은 차갑다고 생각되었던 동료들도 어색한 적응 기간이 지나가니 친절하고 나이스 한 동료들이어서 한 숨 돌리고 있네요.
일도 재미있고 생활도 즐겁지만 고민이 조금 있다면 그것은 '영어'입니다. 너무 식상하죠? 제가 자신하건대 저는 아마 해외 생활을 끝낼 때까지 영어로 고민할 겁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교환학생, 어학연수의 찬스는 모두 중국에 넘긴 저로서, 영어는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었어요.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도 해외영업 파트였지만 결국 한국어가 메인이었고 영어와 중국어는 때에 따라 선택적으로 쓰는 언어였습니다. 그도 스피킹보다는 라이팅, 리딩 위주였죠.
하지만 해외 취업을 하고 나서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산업을 완전히 바꾼 저로서는 산업 용어들도 다시 캐치업 해야 했기 때문이죠. 저는 상사에서 철강 무역을 했었고 그 후 홍콩에서는 IT 스타트업을 다녔던 터라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었어요.
억양은 또 얼마나 다양해요? 귀에 낯익은 미국식 영어는 사라지고 온갖 발음이 섞여서 어지럽게 들렸죠. 영국, 호주, 인도식 영어는 반복해도 들리지 않았고 홍콩 특유의 먹는 영어는 정말이지 엄청나게 좌절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시 말해달라 하기에도 미안한 때가 많았어요. 못 알아듣고는 나중에 같은 걸 또 물어보고 혼나고..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죠. 홍콩 회사였지만 외국인이 대다수였던 회사에서 여러 억양에 단련(?)된 덕에 지금은 훨씬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싱글리쉬도 조금 지나니 바로 익숙해졌죠. 호주식 영어는 아직도 헛갈릴 때가 많지만요.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지만 준비하기를 망설이는 분들 중에 '영어'를 그 이유로 꼽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수준에 따라 접근 가능한 직업이 달라지니까요. 언어가 정말 중요한 직업이 있고 아닌 직업이 있기 마련이죠.
이제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이 해외 취업을 꿈꾼다면 영어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겠지만 저처럼 스무 살 중후반에 해외취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시간을 쪼개 배워도 한없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영어이죠. 직장 생활도 그렇지만 저는 생활 영어도 어려웠어요. 막상 영어로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 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럼 영어가 부족하다고 해외 취업을 접어야 하나? 노노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전략을 바꿔야 하죠. 소위 영어권이라고 하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영어 수준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외국 경험이 없거나 영어 문화권에 익숙치 분들이라면 아마 두 부류로 나눠질 거예요.
1. 배우면 되지 파
제가 아는 언니 한 분은 일본으로 1년 유학을 다녀왔고 그렇게 조금의 일본어와 한국어로 무작정 짐을 싸들고 싱가포르에 건너와서 직장을 잡았습니다. 한국어만 쓰는 직업이었고 직장에 다니면서 비즈니스 영어를 조금씩 배워가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생활 영어도 익혔어요. 쉽지 않았겠죠 당연히? 일본어도 한몫 했겠지만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서바이벌 영어를 익혀 문제없이 영국계 회사로 이직도 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2. 한국이 좋아 파
쉽게 말해 한국 마켓 담당입니다. 당연히 한국어가 메인이 되겠죠? 저희 홍콩 직장이 그랬습니다. 동료들은 외국인들이지만 한국 마켓을 담당하여 클라이언트들과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직업. 하루에 40% 정도는 한국어를 써서 무리 없이 해외 생활에 적응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점점 영어 비중을 늘려 업무를 담당하였고 한국 마켓이 아닌 홍콩 & 싱가포르 마켓 담당으로 이직을 했었죠.
자, 결국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A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000 연봉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말이야. 그런데 영어가 안 되네? 포기!
들어가기 어렵다고 해서 너무나 손쉽고 간단하게 거기에서 포기하지 마세요. 징검다리 회사를 만드세요. 한국어가 커버를 쳐주면서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는 회사를 한 번 건너세요. 그곳에서 해외 생활에도 익숙해지고 영어도 열심히 배우면서 다음, 혹은 다다음 목표로 달성할 수 있게 말이죠. 다시 말하지만 해외 취업, 길게 봐주세요. 1년 살고 들어오려고 이렇게 힘들게 준비하는 거 아니잖아요?
전략을 세워서 하나씩 차근히 밟아 갑시다. 제가 해외 취업을 했던 전략도 결국은 Stepping Stone 회사 전략이었어요. 진입이 쉽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줄 수 있는 회사에서의 직장 경험.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직을 한 지금, 저는 제 결정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홍콩 회사에 없었다면 저는 영어라는 큰 스트레스를 떨치지 못했을 거예요.
물론 지금도 영어 스트레스는 따라다닙니다. 나는 100%를 말했다고 했는데 상대방은 70%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할 때 익숙한 좌절감이 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저는 작가도 에디터도 아닌 세일즈로서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결국 업무 능력은 전적으로 언어에 달린 것은 아니니까요.
영어를 못하는 데 해외 취업하신 분들을 보았냐고요? 네 보았습니다. 하지만 잘하고 못하고는 사람, 자리에 따라 다른 것이고 결국 필요한 것은 전략, 그리고 근거 있는 자신감입니다.
써놓고 읽어보니까 정말 식상하네요.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했고 주위에서도 많이 동의해주는 부분이다 보니 꼭 한 번쯤은 짚고 가고 싶었어요. 영어가 고민이다? 포기하지 마세요 조금 돌아가더라도.
돌아갑시다 까짓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