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 + 아이폰7
나는 아이폰 6S를 사용한다. [아이폰4-아이폰5]를 거쳐 아이폰6S로 2010년부터 7년 동안 세 번째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패드-아이패드3-아이패드 에어2]로 이어지는 태블릿도 가지고 있다. 아이패드에서 한글이 지원되기 전부터 사용했으니, 아마도 오랜 사용자 중 한 명일 것이다. (사실 아이패드에 반해서 아이폰4를 사게 되었다.) 데스크탑으로는 5K 아이맥을 사용하고, 노트북은 13인치 맥북에어를 쓴다. 2012년형이다. 노트북으로는 무거운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4년이 넘었지만, 성능상의 답답함은 없다. 레티나가 아닌 것이 가끔 걸리지만 아직은 참을만하다. 아마도 1년 뒤쯤 아내에게 이 맥북에어를 넘기고 맥북프로로 갈아탈 생각이 있다. 하지만 그전에 2가지가 필요하다. 돈과 아내의 허락. 아내는 2011년형 17인치 맥북프로를 사용한다. 돈을 모으면서 열심히 시나리오를 짜 봐야겠다.
내가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애플의 플랫폼 때문이다. 좀 과하게 말하면, 나는 아이폰을 사는 게 아니라, iOS를 돈 주고 사고, 공짜로 단말기를 받는 것이다. iOS는 macOS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통합된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아내가 아이들 사진을 찍으면 어느샌가 내 컴퓨터로 사진 올라오고, 내가 보정하면 아내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Facetime Audio는 ‘국제전화’의 개념을 없애버렸고, 때로는 노트북으로 작업 중에 바로 통화를 가능하게 한다. 아이폰에서 하던 웹서핑을 맥북에어에서 바로 이어 할 수 있다. (주소를 copy 해서 보내고 받고 이럴 필요가 없다. 그냥 이어서 된다.) 내가 가진 모든 애플 제품에서 문자메시지는 서로 동기화되고 어디서나 보내기 받기를 할 수 있다. (카톡의 단말기 제한은 여러 컴퓨터를 쓸 때, 매번 로그인하게 만든다. ㅜㅜ)
아이폰으로 찍는 사진은 iCould로 동기화를 한다. 아직 50 GByte plan ($0.99/month)으로 충분하다. 가끔 애들이 난사해 놓은 Burst shot과 쓸데없는 동영상만 잘 정리하면 문제없다. (가만히 있는 인형 동영상은 왜 찍는 걸까. 요즘은 용량 많이 먹는 Slow motion에 재미를 들였다.) 이 사진들은 애플 TV를 통해 큰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모든 기기가 독립된 기기라기보다는 하나의 package의 일부로써 동작한다. 밖에 나갈 때는 맥북에어와 아이폰을 쓰고, 집에서는 아이맥과 아이패드를 사용한다. 안드로이드에 비해 보안성도 높아 개인정보가 밖으로 샐 염려를 안 해도 된다. 구글 포토는 무제한으로 일반 사진(고화질 제외)을 cloud에 올릴 수 있지만, 대놓고 사진 내의 정보를 이용하겠다는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 저장 공간 줄게 개인 정보 다오. 윈도우10을 디폴트 과정을 통해 설치했다면, OS 내에서 내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을 모니터 하겠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나는 Advanced 설정으로 모든 개인정보 제공을 uncheck 했다. Cortana가 정상 작동할 수 없다고 경고창을 띄우지만, 나는 아직 Cortana를 사용할 생각은 없다.) 맞춤형 서비스에 개인 정보는 불가피하지만, 대형 IT업체 중에 애플이 가장 보수적이다. 그래서 Siri의 성능이 그런가 보다. 개인 정보에 있어서 나도 보수적이다. 구글과 MS는 너무 개방적이다.
물론 애플컴퓨터의 단점도 있다. nVidia 그래픽 카드를 쓰는 모델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 AMD) CUDA library를 사용할 수 없고, OS의 보안 정책 때문에 특정 환경변수를 불러오지 못해 사용할 수 없는 library들이 있다. 물론 VM으로 linux 띄어 쓰든지, AWS를 이용한다든지 같은 대안은 있다.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은 아이폰을 이용하지만, 갤럭시 또는 LG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에게 사진을 어떻게 보관하냐고 물으면, Dropbox에 올린다는 사람도 있고, Amazon Photo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USB를 이용해 컴퓨터로 옮긴다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그냥 핸드폰에만 보관하는 사람도 있다. (아 그래서 액정 깨지면 사진 복구 어떻게 하냐는 질문들이 있구나.)
애플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사용자 경험을 하나의 eco-system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윈도우폰-OneDrive-윈도우10] 이라든지, [안드로이드-구글Cloud-크롬북] 같이 하나의 package로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MS나 구글이 그런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MS는 모바일이 약하고, 구글은 desktop OS가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모바일 OS와 컴퓨터 OS를 모두 만들어내는 애플이라는 회사가 대단하다. 거기에 아이폰과 맥북 같은 하드웨어까지 만든다. 무서운 회사다. Cloud나 검색 분야가 약한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OS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그걸 만드는 회사가 전세계 몇 개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이 OS를 무료로 (또는 값싸게) 만들면서 진입장벽을 더 높여버렸다. 어쨌든 이렇게 애플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온 나는 쉽게 빠져나가기 힘들다. 그래도 애플이 그들의 생태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는 것이 다행이다.
오늘 아이폰7이 발표되었다. 방수 기능에 듀얼카메라도 들어가고, 이어폰 단자가 없어졌다. 그리고 이미지 처리 관련 프로세서(ISP)를 집어넣어서 사진 기능을 향상시켰다. 쿼드코어 칩을 사용했지만, 4개의 코어가 모두 같은 일반 쿼드코어는 아니다. 2개의 고성능 코어와 2개의 저전력 코어를 사용해서, 작업에 따라 고성능과 저전력 코어를 이용한다. 이런 기능은 OS레벨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같이 만드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공간만 쥐어짜서 용량을 늘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사진을 찍는 순간 0.025초 만에 사람 얼굴 찾고, 배경 블러 처리하고, 색감 조정하고 등등의 처리를 ISP를 써서 끝내버린다. 이거 역시 OS를 만드니까 하는 일. OS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그냥 사진 앱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A10칩 써서 해야 하는데, 그럼 0.025초 만에 끝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모도 엄청날 것이다. 아이폰 자체가 하드웨어적으로 우수한 기기는 아니지만, 항상 OS와의 최적화로 애플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남긴다. 왜냐면 최소 비용으로 현존하는 다른 스마트폰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빠르게만 만들면 되니까. 아이폰7이 출시되기 전까지 애플은 항상 듀얼코어로 다른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상대했다. 이러니 조금 팔아도 이익은 훨씬 많다.
아마도 앞으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스펙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하드웨어 기술이라는 것이 업체 간 몇 개월 차이 안 나기 때문에, 비슷하게 출시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16코어 스마트폰은 만드는데, 중국 업체는 4코어 밖에 못 만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비슷한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올리느냐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결정된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업체 간 수년 이상씩 차이 난다. 그런 점에서 OS와 하드웨어 설계를 동시에 하는 애플은 다른 회사에 비해 생각보다 많이 앞서 있다.
P. S. 나는 아이폰7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애플의 플랫폼 상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빠르고, 좀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겠지만, 6S를 쓰는 지금에 비해 큰 이점은 없을 것 같다. 그럴 돈 있으면 애플워치2를....냠....사진으로 구경만 해본다. 그나저나 아이폰7 구경하러 애플스토어 한 번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