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낯선청춘 Mar 12. 2016

키스 이머슨이 세상을 떠났다

ELP - C'est La Vie

줄초상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늘에서 대규모 음악 축제가 열리려는 것인지, 오래된 천상의 음악을 새로운 스타일로 바꾸려는 것인지 유명 음악인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브라질 출신으로 재즈의 경계 확장에 큰 힘을 보탰던 나나 바스콘셀로스가 세상을 떠나더니 어제는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ELP의 키보드 연주자 키스 이머슨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키스 이머슨의 경우 자연사가 아니라는 것이 충격이다. 머리에 한 발의 총을 맞고 혼자 쓰러져 있는 것을 고인의 여자 친구가 발견했다는데 경찰은 자살에 무게를 두고 조사중이란다. 정황을 봐도 자살이 맞는 것 같다.

1944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73세. 왜 자살을 생각했을까? 그냥 조용히 말년의 삶을 누릴 법도 한데. 여자 친구가 있었다니 외로웠던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에 상심이 깊었던 모양이다. 평소 신경이상으로 인해 8개의 손가락으로밖에 연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을 괴로워 했다고 한다. 오스카 피터슨 같은 역전의 시간이 오지 않았기에 결국 우울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은 아닐까?

그는 록 역사상 위대한 건잔 연주자 중의 한 명이었다. 클래식적 소양을 바탕으로 그는 그렉 레이크(기타, 보컬) 칼 파머와 함께 상상력 가득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 가운데 나는 <Tarkus>(1971), <Pictures At An Exhibition>(1971), <Trilogy>(1972) 등의 앨범을 좋아했다. 그 앨범들을 들으며 현실 너머의 신화적 세계를 상상하곤 했다.

ELP 이후에는 영화 음악, 솔로 앨범 등으로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이어갔다. 특히 재즈에도 관심이 많아 자신의 음악을 재즈로 바꾸어 연주하기도 했다.

2012년까지 앨범을 발표했으니 연주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꽤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만큼. 그래서 세상을 떠날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 머리 속 소진되지 않은 음악적 영감으로 인해 힘들어 하다가 말이다. 왜 그는 ELP 시절 히트 곡인 "C'est La Vie 그게 삶이지'처럼 그냥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아쉽다.

하긴 요즈음 상황을 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중 음악에 큰 영감을 주었던 사람들이 떠나는 중 알파고라는 컴퓨터는 인간계 최강이라는 이세돌 기사와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언젠가는 기계의 상상력에 사람이 도구처럼 사용되는 날이 올까 두려워 한다.

그래도 예술 등 창조적 능력이 필요한 부분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막 태어난 아가부터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 아이가 부모 손에 죽임을 당하고 있는데, 권력의 욕망이 낭만과 아름다움을 지우고 있는데 과연 미래에 누가 멋진 상상력을 발휘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손가락이 마비되어 연주를 할 수 없는 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도 "C'est La Vie"를 말할 수 있다면 그는 기계일 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슬퍼도 음악은 흐른다. 무심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