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 Hall - Simple Samba
날이 더웠다. 하지만 일요일이기에 괜찮았다. 여유롭게 일어나 대충 아침을 때우고 잠시 티비를 보다가 낮잠을 잤다. 그사이 땀이 조금 나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열어놓은 창으로 실내악 같은 바람이 불어오고 이웃집 개짖는 소리부터 지나는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대화가 들렸다.
뉴스를 보니 오늘 어딘가에서는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고 하던데 멍한 상태의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몸의 근육이풀리며 나른해 질 때이다. 막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가 대표적이 아닐까? 모처럼 그 나른함이 좋았다. 한참 잠을 잤음에도 아직 오후가 영원할것처럼 펼쳐져 있는 것도 좋았다.
잠시 나른함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와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했다. 직구와커브, 그리고 너클볼을 던지며 투구 폼을 이야기하며 한 시간 반 가량 공을 던지고 받았다. 그랬더니 저녁이 되었다.
어디 가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 참 오랜만이었다. 그냥 이렇게만 시간이 흘러도 좋을 것 같은 무위의 상태. 더운 날의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편안했던 것 같다.
이런날 짐 홀의 “Simple Samba”를 듣는다. 라틴 재즈를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여름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아직 5월이 10여일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곡은 짐 홀의 여유로운 기타 연주이전에 도입부의 “또잉~~”하는 약간은 장난스러운 타악기소리 때문에 듣게 된다. 이 단순한 소리가 무더운 날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분주한 리듬 섹션과 이와 대비되는 기타 솔로가 시원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무더운 거리를 생각하게한다. 사람들이 땀 흘리며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나는 그 풍경을 보며 여유로이 멍 때리는 상황을 그리게한다. 말하자면 더위로부터 나를 이격시켜 여름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행복한 날은 좋은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냥 시간을 비울 수 있는 것이 최고의 행복 같다. 그런 날이 오늘이었다. 그리고 짐 홀의 연주는 이에 잘 어울렸다. 그래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