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세상을 보는 아이
육아서대로 키우진 못했지만 이란 이전 글을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잘 크고 있다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아이가 어떻게 컸는지 안 나와서 아이가 궁금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사실 나는 육아서대로 아이를 키우지 못했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도 키우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큰아이는 공부에는 흥미가 없는듯하고,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찾지 못했다.
큰아이는 어릴 땐 호기심도 많고 공부도 곧잘 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하는 요즘엔 아이를 잘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큰아이는 키가 큰 편이라 거의 뒷자리에 앉았다.
남자아이들의 서열싸움이 시작되는 나이였는지, 주변의 키 큰 아이들은 큰아이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키와 덩치에 비해 마음이 여리고, 싸움도 잘하지 못했던 아이였기에 큰아이는 주변에 시비를 거는 아이들을 불편해했다.
수업시간에 뒷자리에서 발로 아이를 건들기를 반복해서 몇 번 그 아이와 말싸움을 했고,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계속되는 시비에 선생님께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시비를 거는 아이는 우리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서라고 했고,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에게 친구가 같이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좀 받아주고 놀면 안 되겠냐고 했다.
1학기 상담 땐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좀 까칠해서 친구의 마음을 몰라준다는 식으로 얘기했고, 나는 선생님께 우리 아이의 마음을 잘 전달하지 못했다.
결국 나중엔 우리 아이가 선생님께 그 친구가 저에게 말을 안 걸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서로 말을 안 하기로 한 이후 둘의 불란은 없어졌다.
그러나 2학기 상담 때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우리 아이를 오해했던 것 같다며 해주신 이야기는 참 감사했다.
담임선생님도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우리 아이가 그 반의 소외된 아이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도와주고 있었다고 한다. 준비물을 챙겨주기도, 다른 친구들이 괴롭힐 때 도와주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친구들을 편견 없는 눈으로 대하며 , 친구들보다 잘했을 때도 우쭐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아들 잘 키우셨어요"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말하신 그 소외된 아이를 나도 본 적이 있다.
우리 아이가 지나가며 반갑게 인사를 해서 누구냐고 물어보았었다.
아이반에 전학 온 여자아이였고 우리 집 앞동에 산다고 했다.
한눈에 봐도 행색이 초라했고, 부모의 케어를 잘 못 받은듯해 보였다.
우리 아이는 가끔씩 그 여자아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아이는 준비물이나 학용품을 언니에게 물려 써서 낡고 해진 것들을 가져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 2개 있는 줄넘기를 가져다주면 안 되냐고도 했고, 가끔씩 나에게 물어보며 준비물을 더 챙겨가곤 했었다.
사실 나도 그 여자아이를 보고 선입견을 가지고 저런 아이랑 가까이 안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에게 그런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아이가 하고 싶다는 대로 하는 걸 지켜보았었다.
그런데 그걸 선생님께서 알아봐 주시고, 아이를 잘 키웠다고 해주시니 그때 들었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나는 워킹맘이 되었고, 내 공부를 한다며 아이에게 관심을 덜 가졌고,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하기를 바랐다.
아이는 공부에 흥미가 없었고 성적 또한 안 좋았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한다. 지금 제일 좋아하는 건 멍 때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엄마에게 안기며, 해맑게 웃어주는 아이가 있어 참 행복하다.
엄마 생일이라고 꽃다발에 케이크까지 사다 주는 17살 아들이 참 고맙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진 못했지만 지금도 편견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가 자랑스럽다.
#책과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