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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영 Dec 27. 2020

"차별은 본능"이라는 당신에게 -두 번째 이야기

[책] 미국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가 <편견>을 통해 답한다

"이민자들, 장애인들에게 반감을 갖는 건 본능이야"
"분리하면 아예 부딪칠 일이 없으니 차별 문제도 안 생기지 않을까?"
"차별금지법 제정? 사회적 합의 먼저 해야지"



이 말들은 누구나 평등한 대우를 받는 사회의 도래를 늦춘다. 차별과 분리정책을 옹호하고 입법보다 합의가 우선이라는 명목 아래 사회 발전 속도를 느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 시원하게 반박하고 싶어서 <편견>을 읽었다. 미국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편견이 담긴 저 말들이 잘못된 이유를 설명한다. 반 세기 전 이야기이지만 고든 올포트의 논리는 현재에도 유효했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은 본능이지만 '차별'은 본능이 아니야

친숙한 것은 ‘좋음’의 감각을 낳는다. 반면 외부인,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등 낯선 것은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유아가 외부인을 보거나 집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가면 울음을 터뜨린다는 점은 인간이 낯선 것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설명해준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외부 집단에 대해 갖는 편견은 낯선 것을 맞이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고 이는 본능”이라며 자신의 차별행위를 옹호한다. 그러나 이 사실이 외부 집단에 대한 편견, 배척을 정당화해주진 않는다. 고든 올포트는 본능적인 공포나 의심은 정상적인 경우 잠깐 동안만 지속될 뿐이라고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 낯선 모든 것은 저절로 친숙해진다. 새로운 방에 가서 울음만 터뜨리던 아이들도 몇 번 반복적으로 방문하면 공간에 적응하고 놀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편견을 설명할 때 외부인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이 편견의 핑계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건 분리가 아닌 친밀한 접촉


고든 올포트는 분리주의집단의 가시성을 키운다고 말한다. 특정 집단을 실제보다 크고 해로운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얘기다. 소수집단이 특정한 거주지역, 하부 사회, 특정 직종에 집중되는 경향은 다수 집단과 소수집단의 소통을 가로막는다. 이무지가 유지되고 편견이 공고해지는 기반이 된다.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건 ‘긴밀한 접촉’이다. 부정적인 연상을 강화할 수 있는 피상적인 접촉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접촉이 있을 때 편견이 감소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주민들 간 모임이 활발한 통합형 주거이다. 서로 다른 이웃이 함께 지역사회 일에 참여하는 통합형 주거를 늘리는 정책은 지식과 친분을 촉진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한다. 장애물이 제거됐을 때 잘못된 고정관념이 감소하고 공포와 자폐적인 적개심 대신 현실적 시각이 들어선다.




차별을 근절하는 가장 빠른 방법, 법의 제정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차별 철폐를 제도, 법률로 정하는 것이다. 1954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공립학교 인종분리정책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자 사회 곳곳에서 인종분리 정책의 철폐 노력이 이뤄졌다. 고든 올포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본인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심리이기에 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면 사람들은 따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법은 생각을 강요할 수도 없고 주관적인 관용을 주입할 수도 없다. 그러나 개인의 행동이 어때야 하는지 알려준다. 편견의 명백한 징후를 점검할 공공의 양심과 바람직한 행동의 기준이 된다. 법은 개인의 태도와 편견을 금지하지도 못한다. 오로지 외부로 표현되는 불관용을 통제하는 데 목표를 둔다. 그러나 외적 행위는 내면의 사고 습관과 감정에 궁극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고든 올포트는 입법 조치를 공적인 차별만이 아니라 사적인 편견까지 감소시키는 주요 수단 중 하나라고 말한다.


 


고든 올포트는 편견을 옹호하고 조장하는 이들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한다. 이민자, 이주민 혐오가 여전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지금의 한국사회에 필요한 논리다. “이민자, 장애인에게 반감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말을 듣는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자. 고든 올포트의 입을 빌려 하나하나 반박해주는 게 나와 당신을 포함한 모두가 '누구나 평등한 사회' 속에서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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