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결심한 건 하나뿐인 옷장이 가득 차서입니다. 얇은 잠바 하나라도 넣을라치면 다른 옷 뭉치를 온 힘을 다해 밀어내야 했습니다. 잠바와 니트와 코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문을 닫으면, 영문 모를 답답함이 심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마치 내 폐가 비좁은 옷장에 끼인 것처럼 말이죠. 이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오랜 기간 옷장에 걸려 있던 니트를 꺼내 일일이 세탁을 하고 서랍장에 넣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대청소를 결심한 건 옷장이 아니라 창문 때문입니다. 4월이 되면서 나는 겨우내 꼭꼭 닫혀있던 이중창을 열었습니다. 잃었던 봄볕을 되찾기를 기대했으나, 봄볕보다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이중창 사이에 단단하고 묵직하게 쌓인 창틀 먼지였습니다. 창틀 먼지를 청소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이 먼지를 지워내지 않으면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미세먼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모든 창틀을 닦아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니, 이것도 아닙니다. 좀더 생각해보니 대청소를 결심한 건 창문이 아니라 여행 때문입니다. 나는 3월 말에 일주일 동안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여행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을 했기에 받은 포상 격의 휴가였기에 오랫동안 집안을 돌보지 못했죠. 결국 여행을 떠날 때까지 청소를 제대로 못 했고, 도착했을 땐 먼지가 가득한 캐리어를 집안에 들여야 했습니다. 바깥 도로를 달렸던 바퀴가 그대로 방바닥에 올라온 거죠. 그때부터입니다. 아무리 바닥을 닦아도 한 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발에서 찌익- 찌익-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찌든때 제거제로 방바닥을 모두 닦아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나는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데 7일째를 쓰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세탁입니다. 세탁은 하루 안에 해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 건조대는 하나뿐이니까요. 창틀 청소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아 '당신의 집사'라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청소도우미를 찾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7일을 더 집안 청소에 헌납해야 합니다. 일주일이 더 지나고 나면 나는 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사실 마지막으로 청소해야 할 곳이 하나 남았습니다. 우리집에서 가장 어지럽혀진 곳. 바로 제 마음입니다. 오랜 기간 고대했던 직업을 갖지 못한 채 30살을 맞이했습니다. 이 큰 숫자를 감당할 깜냥이 안 되어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30살이 되면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 크게 당황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내 미래를 걱정하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어 나는 30살이라는 나이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 같습니다. 이처럼 어지러운 마음을 청소하는 법을 알고 싶은데, 집안 대청소라도 하면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요?
이것이 내가 오늘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휴면을 깨고 계정을 되찾은 이유이지요. 눈에 보이는 집안 청소도 2주 간의 인내가 필요한데, 보이지 않는 마음을 청소하는 일은 얼마나 지리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시작합니다. 1일 1글. 지금의 나만 이해할 수 있는 토막 난 글이 아니라, 10년 후의 나도 이해할 수 있는 완성된 글을 쓸 겁니다. 정리정돈의 시대, 청결의 시대를 내가 나의 손으로 열어보일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