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에 방이 있다면.
연인으로 인해 만들어진 방은 두 사람의 추억과 감정이 가득할 것이다. 우린 그 방에서 사랑은 느끼고, 추억을 떠올리고, 미래를 그린다. 그 방을 아름답게 가꾸다가도 부숴버리기도 한다.
사랑이 끝난 후, 그 방의 모습은 어떨까? 여러 공간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일부는 부서지고 고장 난, 그러다 이내 정리되어 버릴 그런 방. 그런 공간과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화자를 표현하고자 했다.
유익한 유해함.
인간은 오랜 세월 술, 담배, 마약을 해왔다. 인간의 자기 파괴 욕구는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인류가 아직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것이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라서일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와 연관 있지 않을까.)
아티스트는 언제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자기 파괴 또한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혹은 영감을 위해 시작한 그것은 어느새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다. 그 탐닉의 끝에서 원점(Origin)을 찾게 된다면 돌아올 수 있다. 이 영상은 그 원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재가 되는 카세트테이프와 그것이 되감기는 장면으로 그 주제를 표현하려 했다.
해당 건은 아티스트가 전적으로 모든 기획을 내게 위임하여 진행했다. 그렇기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고, 기획단계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기획서는 물론 스토리보드도 전부 그렸고, 그를 바탕으로 콘티 화하여 가편집본을 만들었다. 예상보다 촬영양이 훨씬 많았는데, 해가 떠버려서 2차 촬영이 필요했다. 다른 건 촬영이 있던 날 새벽에 2차 촬영을 진행했다. 과장 없이 정말로 토할 뻔했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 위 두건은 코로나로 격리 중일 때 들어온 의뢰였다.
열이 펄펄 끓는 와중에 들어온 의뢰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지만 평소의 나를 믿고 수락했다.
(정말 필사적으로 나아야 했다.)
첫 주는 격리, 둘째 주에 모든 기획을 끝내고, 셋째 주에 촬영을 마치고 여행을 떠났다.
(다행히도, 발매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편집은 귀국 후에 끝냈다.)
지금은 잠시 외주를 쉬고 개인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모두 납득할 만한 설득력을 가진 감독으로 거듭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