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그 밥에 그 나물
어릴 때 집에 제사가 많아 밥상에 나물과 전이 자주 올라왔다. 제사가 없어도 나물은 언제나 밥상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외모나 말주변이 특출나진 않아도 모임에 항상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려 깊은 친구처럼.
한식에는 반찬이라는 것이 있고 보통 한 끼에 먹을 양보다 넉넉하게 만들기 때문에 다음 끼, 다음 날, 또는 며칠 지난 다음에 또 밥상에 올라오곤 한다. 부엌에 안 들어가고 밥상만 받아먹는 사람에게 데자뷔를 유발하기도 하는 음식이 반찬이다.
특히 나물은 재료는 싼데 비해 씻고 다듬는 노고가 꽤 들어가면서 주요리가 아니라 티도 안나는 반찬이다. 또한 나물거리는 며칠 만에 시들거나 상하고 원재료를 냉동하기도 애매하다. 그래서 좀 넉넉히 만들어두고 밥상의 공간을 돌려막기 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혼자 살거나 식구가 적으면 잘 안 하게 되는 요리가 나물이기 때문에 요즘은 나물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어릴 때 집에서 먹던 슴슴한 제사 나물은 식당에서 공짜로 나오는 양념범벅 나물과는 많이 다르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도라지나물 한 가지만 보더라도 잘게 찢어 소금 넣고 주물러 쓴맛을 빼고 살짝 데쳐 볶아서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꽤 들어간다. 마른 나물 볶는 일도 간단하지는 않다.
내가 전수하려는 나물은 제수용 삼색나물은 아니다. 가장 쉽게 해 먹을 수 있고 재료도 간단한 숙주나물과 참나물이다. 고춧가루도 안 넣는다. 매운 반찬으로는 김치를 먹으면 되니 심심한 채소 반찬 한 가지 먹자는 취지다.
숙주나물 무침
변절했다고 욕먹은 조선 시대의 문신 신숙주의 이름을 물려받은 숙주나물은 정말 냉장고에서도 며칠 만에 물러지니 사자마자 요리하자.
재료:
숙주나물 1 봉지
달래 또는 영양부추 또는 부추 또는 쪽파 또는 대파 약간
깨소금 1큰술
참기름 2 큰술
후추 약간
소금
조리법:
1. 냄비에 물을 넉넉히 끓인다.
2. 볼에 소금, 깨소금, 참기름, 후추를 섞어둔다.
3. 달래나 부추를 숙주와 비슷한 길이로 자른다.
4. 물이 끓으면 소금을 약간 넣고 숙주를 1분 이내로 데쳐서 건진다.
5. 양념에 숙주와 달래를 넣고 무친다.
참나물 무침
기본적으로 숙주나물과 거의 같다. 참나물 자체의 향이 풍부해서 마늘이나 파를 생략하여도 상관없고 깨소금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서 맛과 영양을 살릴 수 있다.
재료:
참나물 1 봉지
다진 마늘 1/4 작은술 (생략 가능)
다진 대파 1/2 작은술 (생략 가능)
깨소금 1큰술
참기름 2큰술
소금
조리법:
1. 좀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끓인다.
2. 볼에 소금,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섞어둔다.
3. 참나물의 질긴 줄기가 싫으면 싹둑 잘라낸다.
4. 물이 끓으면 소금을 약간 넣고 참나물을 1분 이내로 데쳐서 건진다. 섬유질 풍부한 줄기를 사용한다면 데칠 때 줄기부터 먼저 넣는다.
5. 양념에 참나물을 넣고 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