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스쿨혁명 1-9
‘교실을 집으로’
초중등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이 학원 강사와 인터넷 강사들과 비교되며 개인 과외가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부모들은 코로나가 무서워 학교는 보내지 않아도 인기 강사의 강좌가 이어지는 학원 앞엔 새벽부터 줄을 선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학습을 하는 훈련은 코로나 사태 이후 2달 만에 완결됐다. 이제는 교육도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산업이다. 교육 내용도 팔기 위해 만들어진다. 교육은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생필품인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교육 사업전략으로 ‘교실을 집으로’ 라는 슬로건을 내건지 불과 5년 만에 이루어진 성취다.
우리는 코로나를 통제하기 위한 시간을 견디면서 디지털 기반 공룡기업들의 지배를 수용했다. 우린 빅데이터를 비롯한 디지털 솔루션과 바이러스 백신을 양손에 쥐고 있는 빌게이츠에게 코로나의 미래를 묻는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대의 권력자는 파놉티콘적 온라인 구조를 통해 빅데이터를 장악하고 전 세계에 권력을 행사한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2015년 교육정책 슬로건은 ‘교실을 집으로’다. 그리고 2018년부터 글로벌 에듀케이션 패스포드를 개발하여 2020년 4월에 전격 오픈했다. 2017년 무료로 배포하던 마이크로소프트 365에듀케이션 솔루션을 온라인 개학 후 학생이 있는 모든 가정에서 학생 수대로 구입해서 사용한다.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 국가들의 위기는 단순히 오염된 물을 마셔야하는 현실에만 있지 않다. 새로운 과학기술시대의 생필품인 디지털 교육도구의 부재로 인한 교육 소외는 가난을 더욱 부추긴다.
이제 교육도 에듀테크 산업으로 불린다
상품자본주의의 목표는 매우 명확하다. ‘이윤추구’다. 2007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새로운 권력자는 제국의 상속자들인 왕족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 공룡 기업들이다. 물론 코로나 시국에 선전한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도 왕관을 나눠 쓰고 있다. 교육도 온라인 플랫폼 에듀테크 산업으로 발전하며 사람을 키우는 사명감을 가진 교사가 교육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이제 신화가 된다.
만약 우리가 사는 공간과 시스템이 달라지고 사회적 가치와 개념에 변동이 불가피하다면 교과서에 실린 상식도 달라져야한다. 집콕에 의한 ‘격리’로 재택근무와 재택학습이 일반화되니 출근복을 란제리룩과 홈웨어가 대체하게 되었다. 일복과 홈웨어을 구분짓던 옷에 대한 기존의 상식이 사회시스템의 변동에 의해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알아야할 교양과 상식인 교육 내용도 수정되어야한다.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광장과 공공장소가 아니라 줌(Zoom)이나 미트(Meet)가 정답으로 수정되야 한다는 말이다.
교육이 아닌 사육, 생명이 아닌 연명의 삶
바이러스보다 더 지독한 죽음에 이르는 병이 바로 ‘고독’과 ‘고립’이다. 왜 사람들이 감옥을 무서워하는가? 그것도 독방을? 이제 우리는 상품과 관계와 놀이와 교육까지 독점하고 자본화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게 ‘자유’라는 인간됨의 기본권까지 압수당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이것은 교육이 아닌 사육이고, 생명이 아닌 연명의 삶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바로 이점이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더 깊이 논의해야할 부분이다.
에듀테크 산업 또한 교육을 방법적으로 도와주는 편리한 도구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 어떤 생각을 담아낸 교육 도구이고 방법인가?에 따라 교육이 아닌 인간을 상품자본주의에 종속시키는 부정적 의미의 훈련이 될 수도 있다.
유기농식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정직하고 선한가? 에 대해서도 다시 물어야하지 않을까? 사진 속 예뻐진 내 얼굴이 필터 덕분인 것처럼 진정성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다. ‘기술’과 ‘조작’ 또는 ‘선함’과 ‘악함’의 경계를 재빨리 눈치 채는 직관과 통찰력의 함양은 이제 단순한 교육의 목표가 아닌 인류 존속의 문제다.
앞으로 취학 아동들에게 필기구가 아니라 농기구를 선물해야 한다는 사실에 몇 명이나 공감할 수 있을까? 자급자족 경제로의 회귀는 미래 인류의 존속의 문제다. 적어도 자신이 먹을 식량은 스스로, 또는 공동체에서 함께 자급자족 경제에 의해 생산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부터의 안전’ 이라는 관점 하에서만 사회 시스템과 일상이 재구조화되었을 때의 결과에 대해 우리는 깨어 있어야한다.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통제적 삶을 아무런 질문 없이 받아들였을 때 자칫 자유까지 억압당할 수 있다는 관점에 깨어 비평적 담론을 만들고 견제하는 것! 교육과 배움의 역할이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은 사육과 다르다.
교육은 사육과 다르다. 산업화 이후 사회적 상식을 기본 맥락으로 하는 교육내용부터 교육방법과 교육목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온라인플랫폼 사회시스템을 중심으로 전면 수정되어야한다. 단순히 국영수사과 지식과목을 온라인으로 대체해서 수업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영수사과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근대 교육의 시작은 진학과 취업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취업과 진로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화상 면접시험조차도 없이 5개월 동안 온라인 채팅만으로 전문성과 인성을 확인하고 채용하는 기업의 예는 이미 이슈가 되었었다.
미래 직업은 아이들 본인 스스로가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내가 내 직업을 만들어서 1인 기업으로 혼자 일하는데, 평가가 왜 필요한가? 다만 자신의 배움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에 대해 에듀블록 등의 기록 장치에 포트폴리오로 남기면 된다.
평가가 사라지는 교육과정이라면, 평가를 목표로 구조화된 지식중심 교육 시스템의 전면 폐기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기존의 지식 수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교양과 삶의 기술을 배워나가도록 교육 내용의 전면적인 수정이 우선되어야한다. 코로나 스쿨 혁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