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30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에필로그

by 김은형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에필로그 ( 2020.11.6. 금요일 )


도대체 언제였을까? <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는 이미 책의 형태로 정갈하게 편집되어 있었다.

“ 참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왔구나! ”원고 파일을 열어보며 나는 나를 칭찬했다.

2년 전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때부터 조악한 글일지언정 100일 동안의 나의 변화를 글로 쓰고 책으로 엮어보리라 생각했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서는 또 다른 일들 때문에 미루고 또 미루며 숙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원고를 다듬어 온 자신이 대견했다.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고행이라면, 그건 아마도 고치고 또 고쳐 쓰는 과정의 고단함 이리라. 하지만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마지막 탈고 과정의 고단함은 그림과 자료 사진을 찾고 저장하고 각각의 기록에 붙여나가는 교정의 과정이 아니라, 되살아난 당시 감정의 폭풍 속을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꼼꼼하게 기록된 글과 사진과 그림들은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2018년 여름과 가을과 초겨울의 내 삶을 온전히 반추해볼 수 있는 역사 실록에 가까웠고, 당시의 모든 감각과 감정을 생생하게 되살려 내기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숙제를 마무리하듯 시작했지만 교육이론서를 탈고한 직후여서인지 갑자기 휘몰아치는 감각과 감정들을 다룬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결국 며칠 전, 진주에 사는 친구네 집으로 노트북을 챙겨 떠났다. 친구의 보살핌을 받으며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원고 교정에 집중하다가 놀다가를 반복하며 2018년 가을의 휘몰아치는 감정의 기류를 타고 폭풍의 언덕에 올라섰다가, 잔잔한 호반 위에 보트를 타고 유유자적했다가 갑자기 산에 오르고 폭포에 휘말려 곤두박질치기도 하며 간신히 간신히 표류하던 원고를 마무리했다. 이제 원고를 마치고 기쁨보다는 홀가분하다는 감정이 먼저 찾아오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방치했던 사람의 기분이랄까? 정말 숙제를 마친 속 시원한 홀가분함이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돌아보니 내가 10만 번의 금강권 돌리기를 통해 조금 깨우쳤던 것은 어쩌면 겸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감각의 열림이 아니었을까? 아니, 그보다는 나 자신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품게 되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까?


“ 너는 뭐니? 정도의 질문이랄까? 아니면 너는 누구니? 그것도 아님 나는 누구인가?”

멈춰 서서 단순한 팔 돌리기 1000번을 하는 동안 나는 심심했고, 지루했고, 결국 내 안의 나와 대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외면하고 있던 내 안의 자신과의 대면은 엄청난 사건이었고 나 자신을 엄청난 파워로 약화시켰다. 나는 곧 무너졌다. 모래성이었다. 그 후 또 다시 쌓아올렸지만 이젠 다시 또 파도가 밀려 올 것을 이해한다. 일음일양의 리듬이 자연임을 이해한다. 하필이면 내게 와서 각별한 배움이 된 10만 번의 <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는 물론 모래성처럼 변화무쌍한 내 삶의 모든 인연에 감사한 밤이다.


이제 드디어 금강권 돌리기를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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