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일상 여행자

2018. 1.11.목. < 여행 13 - 뮤제 드 오랑주리 >

by 김은형


하루 종일 길을 잃었던 날이다.

노틀담에서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은 완전 카오스였다.

입구를 등 뒤에 두고 한 시간 반을 찾아 헤맸다.

구굴 맵도 소용이 없었다.

20명도 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왔던 자리를 수도 없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게이트였다.

인도 뒤 담장 사이로 조그맣게 쪽문이 있는 것을 못보고 ‘길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니 정말 길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삶의 길도 마찬가지 일지도 모른다.

앞길이 보이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다는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자기의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혀 눈을 감고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눈먼 자’ 들이 대부분이란 것을 길 위에서 길을 잃으며 비로소 깨닫게 된다.


오랑주리에 도착하자 땀이 흘러내렸다. 모네의 정원그림은 그다지 감동이 없었지만 그래도 안도와 평화가 깃드는 시간!

단지,이광주 교수님이 프랑스를 다녀오시면서 내게 선물하셨던 모네 정원이 프린트 된 손수건을 보니 눈물이 왈칵 솟는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 먼 곳에 오셔서, 제자를 위해 모네 손수건을 고르신 교수님의 마음을 생각하니 난 정말 너무나 사랑받는 행복한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일본에 윌리암 모리스 특별전을 다녀오실 때는 귀여운 데이지 꽃 손수건을 선물로 주셨다. 모네의 그림 자체는 내게 특별한 감동을 주지 않았지만, 모네로 인해 오랜만에 떠올린 교수님의 제자사랑을 생각하니 너무 감동적이고 울컥했다.

모네를 보고 지하 전시실로 내려가니 한 눈에 나를 사로잡는 그림이 보인다.


피카소 붉은 배경의 누드.jpg

피카소의 '붉은 배경의 누드'

참 이상하다. 난 평소 인쇄된 그림으로는 피카소에게 별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 직접 원화를 보게 되면 항상 사로잡힌다. 피카소의 작품이 갖는 신비한 색감은 참 매력적이다. 색의 배치와 페인팅 기법으로 완성될 듯한 표면감 모두 아름답다. 르느와르, 세잔, 모딜리아니 등등 뮤제의 전시품들은 너무나 훌륭했다. 프랑스인들의 지적 토대나 예술적 감수성의 근원이 어떻게 비롯되어지는 것인지를 프랑스 뮤지엄 투어를 통해 계속 확인하게 된다.

길을 잃어 완전 고생했지만,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사람들이 내게 힘을 주었고, 오랑주리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작품들이 내게 건네는 위로와 감동, 그리고 아트숍에서 문득 깨닫게 된 대학 은사님의 사랑까지 참 많이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아직도 여전히 먹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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