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플로르

2018. 1.11.목. < 파리의 일상 여행자 3 >

by 김은형


카페 플로르를 찾아가며 얼마나 가슴이 설레였는지 모른다.

가르숑들은 내가 책에서 보았던 그 정갈한 앞치마와 나비넥타이 그대로 나를 맞았다.

오늘은 대학 은사님이신 이광주 교수님 생각이 정말 많이 나는 날이다.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 가자> 라는 책을 쓰셔서 나에게 카페를 하나의 문화와 예술로 새롭게 생각하도록 해주셨고, 세계적인 카페들의 역사와 문화적 지위에 대해 배움을 주셨던 분이다.


나는 대학시절 무지 사랑받는 학생이었다.

이광주 교수님은 항상 세계 여러나라의 쵸콜렛을 책상에서 꺼내 주셨고,

서울에서 특별한 빵을 사 오실 때도 항상 연구실 청소를 마친 내게 반절을 뚝 잘라 건네셨다.

지금도 교수님 책상에서 나오던 쵸콜렛과 빵은 여전히 내게 따듯한 대학시절의 한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카페 플로르’도 교수님의 수업시간에 무척 많이 들었던 카페 중 하나인데, 특히 파리의 가르숑들의 직업에 대한 철학과 품격에 대해 놀라울 만큼 흥미로운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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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인 가르숑들은 일반 철학자들 못지않은 사유수준과 품격으로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다는 말씀이셨다. 스크램블 에그와 화이트 와인을 시켜서 간단한 점심을 먹는 그 순간에도 나는 책 속의 환상과 수업시간에 프랑스 이야기를 해주실 때의 교수님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의 가르숑들은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 보였고, 주문과 계산은 늦어졌다.


언제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카페 플로르 ’에서 가장 낭만적인이리라 기대했던 나는 그냥 변변치 않은 손님이 되고 만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 나의 감격스런 순간을 나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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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9일날 저녁 재즈카페에서 만난 한국인 모녀가 카페 플로르를 찾아 함께 합석했다.

삶은 언제나 새로운 우연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우연한 만남이 또 다른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부산에서 온 세 모녀와의 합석은 내게 또 다른 삶의 국면에 대해 배움을 주었다.

‘카페 플로르’의 환상은 은사님이신 이광주 교수님의 것이었고,

내겐 부산에서 온 세 모녀의 삶을 함께 하는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준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무엇이든 같을 수는 없다.


“맛있게 드세요”가 아니라, “맛보아 주세요” 라고 말해야하는 이유를

카페 플로르에서 다시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들의 경험 세계 안에서 재현된 기억과 사실들을 일반화하려는 우매함 속에서 살아간다. 그의 경험을 공유하되 나는 내 경험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식과 생각과 세계관을 만들어 가면 된다.

눈치 보지 않고, 나의 정답을 당당히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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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진리는

“변한다”라는 것 밖에 없다는 많은 선지자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유럽세계와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펼쳐주신 이광주 교수님이 오늘 정말 그립다.

회색 버버리에 중절모자를 쓰시고 책상에 반쯤 기대셔서 유럽의 살롱 문화와 카페의 문화사에 대해 수업을 이어가시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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