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일상을 여행하는 나는 사무치도록 행복했다.

2018. 1.12. 파리의 일상여행자 30.

by 김은형

일주일동안 루브르를 다니면서 정말 많은 예술과 사람과 감동을 만난다.

이집트와 앗시리아관의 유물들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제국주의 시대의 약탈품이라는 부정적인 출생성분을 떠나 새롭게 만들 수 없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가치’에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


원론적인 종교분쟁으로 사람의 생명과 삶의 파괴가 일상이 되었음은 물론 천년이 넘은 거대한 불교문화유산인 불상도 한 순간에 폭탄으로 파괴해버리는 현실을 감안하자면 차라리 약탈 후 보존이 감사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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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이 넘치는 루브르 직원들과 나누는 인사도 즐거웠고, 전시 관람 중에 우연히 스치게 되는 관람객들과 잠깐잠깐 나누는 예술에 대한 매혹도 좋았다. 루브르를 마치 학교에 가듯이 일주일동안 매일매일 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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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그 많은 예술작품들을 느끼고 해석하고 대화하며 품격있는 아름다움의 에너지 파동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잠시 쉬는 시간에 테라스 카페에서 마시는 와인 한잔의 여유와 살짝 취기 오른 낭만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여지없이 나는 예술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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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핵심은 명확하게 자유와 예술과 사랑의 구현에 있다. 루브르에서 만난 위대한 예술품들과 그것을 지켜온 프랑스인들의 예술철학에 절로 감동이 일어났다. 예술은 항상 세포 밑바닥부터 내 삶을 고양시키고 설레게 하고 근원적인 에너지 주파수를 흔들어 안정화시키는 힘이 있다. 사랑(이성간의 사랑) 없인 살아도 자유와 예술 없이는 절대로 살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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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에 있는 고흐의 오베르쉬아즈 그림은 십년 전이나 후나 똑같이 나를 울렸다. 나도 이유를 알 수 없는데 정말 진한 감동을 주는 예술작품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 이차원적인 표면만으로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마술적이다. 그림이 마술일까? 그것에 파동하는 새 심상이 마술일까? 아무튼 예술은 나의 근원의 무엇과 깊이 연결되어있는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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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경지다. 루브르에 있는 작품 단 하나만이라도 집 벽에 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루브르는 고작 일주일 가지고는 성에 차지도 않는다. 파리에 일년 쯤 살아야 비로소 루브르의 예술품들을 봤다고,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베르사이유에서는 춤이 저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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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여전으로 나는 딸아이가 나만큼이나 예술을 즐긴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그녀 안에도 자유와 예술에 대한 질주 본능이 살아있다는 것에 늘 신에게 감사기도를 드린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삶의 좋은 취향을 만들어 주는 것 이상은 없는 것 같다. 할 일을 다한 기분이랄까? 아무튼 루브르는 그 자체로 여전히 날 설레게 한다. 다시 가야할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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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에서 만난 두 사람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한 사람은 프랑스인으로 루브르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는데, 레게 머리를 한 패피로 아주 멋쟁이였다.


루브르에 일주일 동안 다니면서 매일 나에게 먼저 인사를 나눠왔던 친구로 마지막 날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약속하고는 내가 고흐의 마을인 오베르쉬아즈를 찾아가다 길을 잃는 바람에 결국 아쉽게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라는 제프박사와의 만남은 사진으로도 기록을 남겨 다행이다. 나는 여전히 제프교수가 전율하며 심호흡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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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의 그가 대학교수가 되어 (학교가 아이비리그였던 것 같다.) 학회 참석차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왔고, 루브르에 처음와서 말로만 듣던 다양한 예술품과 문화유산들을 둘러보니 저절로 전율이 일어난다고 했다.


제프교수는 단순히 루브르의 전시품에 대한 감동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여정에 있어 절정을 맛보고 있다는 점에 더욱 전율하고 있었다. 아주 매너있고 순진한 웃음에 학구열이 에이플러스 였던 제프교수와 루브르 테라스 카페에서 우연이 만나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30분 쯤 웃고 떠들었다. 제프는 자신의 삶에 기록될 날에 함께 축하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했다. 학창시절부터 프랑스 루브르에 오는 것이 하나의 꿈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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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룬 제프의 달뜨고 설레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의 나이도, 설레이는 열정도, 꿈을 이룬 젊은 청년의 빛나는 성취도 모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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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예술품을 품은 루브르는 인간은 유한해도 예술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며 마치 제프교수처럼 달뜨고 설레이는 젊은 청년의 창창한 모습처럼 인류의 역사와 오래도록 함께 할 것이다.

루브르가 파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파리의 일상을 여행하는 나는 사무치도록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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