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7. 브뤼셀의 일상 여행자 1
브뤼셀 미디역에 도착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그녀를 발견한다.
서로 환호하며 달려가 한 번에 얼싸안고 등을 두드려댄다.
나를 보자마자 울고 있는 그녀의 외로운 유학생활이 단 번에 가슴속으로 쑥 들어온다.
나는 순간 46세의 그녀에게 엄마가 된듯한 기분이 되고 만다.
좋아서 웃으면서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 그녀안의 서러움과 고독이, 당찬 견딤과 버팀이 다시 암스텔담을 향해 떠나는 탈리스 기차보다 더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파리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무뚝뚝한 벨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주연샘은 참 당차고 멋지게 지난 일 년을 보내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나도 참 감동스럽다.
눈물 반, 수다 반으로 유럽연합 사무실 앞 아파트에 도착한다. 그녀의 삶이 오롯이 살아있는 삶의 공간. 난 항상 사람 사는 집이 좋은 것 같다. 주연샘이 구워주는 삼겹살과 갓김치에 벨기에의 맛난 맥주들을 골고루 섭취한 뒤 난 급 잠에 빠져들었다.
10일 동안의 파리에서의 강행군이 나를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깊은 잠으로 안내했다.
이른 새벽, 기도시간을 알리는 핸드폰 알람 소리에 깨어 폰을 여니 카톡이 도착해있다. 주연샘이 내가 잠든 사이 보낸 카톡.
“ 맨날 보던 창밖 풍경인데, 여기에 샘이 자고 있고, 함께 식사하니 기분이 넘 달라요.... 외롭구, 주눅든 제 맘이 든든해지는 느낌? 먼길 오시느라 고생하시고, 넘 감사해요.^^ 거실에 매트 깔아놨으니 편히 108배 하세용”
거실로 나가니 정말 파랑색 요가 매트가 깔려있다. 파리 민박에선 할 수 없었던 108배를 한 뒤 난 마치 그녀의 엄마가 된 기분으로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내가 온다고 냉장고를 가득 채워놓았기에 식재료 선택도 너무 쉽다.
오늘 아침은 새벽같이 학교에 시험을 보러 가야한다고 하니 가벼운 토마토 계란 볶음밥과 감자 된장국, 과일로 아침을 차린다. 누군가를 위해 맛있는 아침밥을 한다는 것 또한 참 큰 복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참 행복하다.
아름다운 여행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날 무척 행복하게 하는 태풍전야의 브뤼셀의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