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나 하드락 카페에서 다시 찾은 꿈

인도의 일상 여행자 16화

by 김은형

중학교 3학년 때 동갑내기인 외사촌이 태워준 오토바이를 타고 다리 밑으로 추락하기 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뒤로 오토바이는 절대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무서움이자 두려움이다. 그러나 할리 데이비슨의 비주얼과 마니아 문화는 늘 나를 매혹시켰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인도는 오토바이 천국이었다. 게다가 나는 초기 위암 수술을 마친 후 삶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그동안 스스로 금지한 많은 것들에 도전하기 시작했던 찰나였다. 그러니 오토바이 배우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침 오쇼 명상 리조트에 매일 오는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오토바이를 원데이 클래스가 있어 찾아갔다. 그는 매우 친절하고 잰틀 한 사람이었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왜냐면 내가 로열 앤필드 오토바이로 실습하기엔 체구가 작아 힘이 달려서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동네 한 바퀴 오토바이 투어만하고 실망하여 터덜터덜 게스트 하우스로 가던 중에 곧 멈출 듯 낡은 스쿠터를 타고 오는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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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슈람에 가요? 타세요. ”

“ 아니, 오토바이 강습 신청했는데 위험하다고 거절당해서 집에 가는 중이야. 속상해”

“ 어? 그래요? 위험하긴 해요. 그럼 스쿠터라도 배우실래요? 제가 레슨 해드릴게요.”

“ 응? 정말? 완전 땡큐지. 이것도 오토바이는 오토바이인가?”

“ 뭐... 오토바이 아류이지만 오토바이가 아닌 것도 아니죠.”

“ 좋아! 그럼 배울래! ”

“ 뒤에 타세요. 아파트 앞마당은 좁아서 주차장 같은 공터로 가야 해요. ”


나는 갑자기 신이 나서 스쿠터 뒤에 바로 올라탔다. 스쿠터쯤은 금방 배울 것 같았다. 그런데 현실은 스쿠터 뒤에 타는 것조차도 식은땀이 흐른다는 것이었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몰려나온 스쿠터의 파도가 더 위협적이었다. 20분쯤 달렸을까? 드디어 도착한 곳은 푸나의 하드락 카페 주차장이었다. 스쿠터를 타고 오면서 목이 메케하던 차에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 아니 기쁠쏘냐?


“ 맥주 한잔 하고 레슨 받아도 될까? ”


바로 허락을 받고 하드락 카페로 들어섰는데, 와 ~~~ 이건 진짜 신세계였다.

인도에 와서 열흘쯤 지났지만 뮤지엄 한 번 가보지 못했던 차였는데, 푸나의 하드락 카페에는 인도의 골동품 전통 복식과 장신구가 즐비하고 유명 록가수들의 사인이 담긴 기타와 옷들이 절묘하게 믹스되어 전시되어 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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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함성만 지르는 나의 팔을 스쿠터 선생님이 끌었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이끌려 간 곳에서 또 한 번 와 ~~~~ 함성을 지르고 말았다. 푸나의 하드락 카페 야외 라운지였는데, 바로 옆에 고급스러운 클럽과 연결되어 있음은 물론 라탄으로 된 테이블 세트가 야자수와 노을 진 하늘과 어우러져 완전히 환상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드락 스탭이 곧바로 맥주를 내오고, 시원한 맥주 한잔에 황홀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스쿠터를 다 배운 성취감이 올라오며 행복감에 젖었다. 두 번째 맥주잔을 기울이며 나는 비로소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의 여행 감각을 알 것 같았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완벽한 만족감과 평화와 충만의 상태.....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천국이었다.


스쿠터 배우기는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해가 지도록 그렇게 멍하니 노을 멍을 하고 있다가 클럽에 손님들이 모여들고 불빛이 번쩍거리기 시작하자 마음은 클럽으로 쏠렸지만 그곳을 떠나왔다.

맥주 한 병과 노을 지는 풍경 하나로 황홀경에 빠진 나는 발걸음도 구름 위를 걷듯 가볍게 스탭이 밟힌다. 삶의 감각이란 이런 것일까? 뜻밖의 공간에서 오랫동안 동경하고 좋아하던 것들과 맞닥뜨리고 그곳에서 나의 본성과 근원을 찾고 충만하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통해 나의 존재와 삶의 실존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삶의 감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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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드락 출입문을 열고 다시 주차장으로 나온 순간! 붉은 노을의 환상의 세계는 닫히고 다시 스쿠터 물결에 떠밀리며 저녁밥을 하러 게스트하우스로 향한다. 결국 오토바이도 스쿠터도 배우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감각과 성취와 행복감을 맛본 하루! 아름다운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일 거다.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눈다는 의미. 오픈 하우스와 교육과 휴식 리조트 사업에 대한 나의 꿈 또한 같은 맥락임을 푸나의 숲을 달리는 스쿠터 위에서 깨달았다.


여행이란 어쩌면 이런 뜻밖의 사건들 때문에 더욱 즐겁고 행복한 것일 거다.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푸나 하드락 카페 발견 기념으로 외국인 마켓에 들러 와인과 치즈와 과일과 고기를 사서 기쁜 마음으로 모두와 파티를 열어 즐겼다.


오토바이를 배우겠다고 낸 용기는 좌절되었으나 푸나 하드락 카페로 나를 인도하여 잠자고 있던 나의 꿈을 일깨워준 일에 대한 축하였다. 삶은 참 위대하고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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