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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Nov 09. 2023

1년에 한 번 열리는 야시장


1년 만에 동네에 야시장이 열렸다. 천막들이 줄지어 세워지고 곳곳에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 오랜만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옆 단지에 사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일단 배울 채울 요량으로 커다란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곱창을 좋아하는 우리는 23,000원짜리  야채곱창을 시켰다. 소주를 부르는 비주얼! 이제는 포장마차에서도 소주를 5,000원에 판다. 한 잔 하고 싶었으나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는 친구를 위해 술은 다음을 기약했다.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곱창이 매끈하지 않고 이상하게 오돌토돌했다. 식감도 평소 먹던 곱창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배고파서 다 먹었지만 아쉬운 맛이었다.


우리 동네에는 매주 월요일에 야채곱창을 팔러 트럭을 몰고 오시는 사장님이 계시는데, 그곳이 훨씬 맛있고 곱창도 신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오늘 먹은 포장마차 야채곱창은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야시장의 분위기를 같이 먹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이렇게 학생이 많았었나? 중학생들이 가장 많다. 세네 명씩 모여 시장을 구경하고 간식을 사 먹는 모습들이 즐거워 보였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정신없이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지쳐버린 나머지 근처 카페로 들어가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장날이 맞긴 했나 보다. 중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동창들도 몇 명 마주쳤다. 아직 여기에서 사는구나, 서로 생각하며 인사했다. 다들 그때와 얼굴이 똑같았다. 나도 그때와 똑같은 얼굴이려나? 아마도 그렇겠지.



2,000원짜리 녹차호떡도 하나 먹었다. 녹차가루를 넣었는지 반죽이 초록색을 띄었는데 녹차 맛은 나지 않았다. 스테인리스 통에 현금들이 들어있고, 사장님도 손님들도 알아서 돈을 넣고 돈을 꺼내 갔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을 오랜만에 봐서 감회가 새로웠다.




호떡 옆집에선 참기름과 들기름을 즉석에서 짜 팔았다. 깨의 고소한 향에 이끌리듯 한참을 앞에 서 있었다. 정말 좋은 향이다.


10년도 훨씬 전에, 깨 농사를 지으시던 할머니를 따라 방앗간에 가서 깻묵을 봤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봤던 깻묵은 분명히 맷돌 같은 원통형 모양이었다. 이렇게 기름을 짜내고 남은 부산물이 뱀처럼 굽이굽이 나오는 착유기는 처음 봐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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