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의 생존자 #1
우울한 기분을 돌보는 데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 역시 그 효과를 몸소 경험해왔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구원받는 기분을 느꼈고, 책 읽기와 함께 내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 소중한 취미가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우울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던 탓인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우울할 때 쓴 글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응급처치용 붕대처럼 글쓰기를 사용해온 셈이었다. 좀 더 입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입체적인 이야기란 대체 무엇일까?'
입체적이라는 건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먼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과연 무엇인가? 에세이라고 해도, 아무리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펼친다 해도 어떤 주제가 있어야 했다. 그래야 일상 속 경험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일 수 있다.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그냥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 '나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그러니 무엇을 생각해도 얕은 고민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 말이다. 글쓰기만큼은 내가 제약 없이 펼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구니까.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고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주제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여러 회사를 거치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다. 지나온 회사들을 돌아보며 드는 생각들, 끈질기게 회사에서 살아남으며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공유한다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싶다. 조금씩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