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시작하기까지

느린 걸음의 생존자 #2

by 메모원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다. 어쩌면 주저함이 많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일을 할 때는 고민할 시간에 한 번 더 실패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정신건강에도 이롭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에 손부터 움직이는 편이지만 개인적인 성취를 위한 선택 앞에서는 막연히 움츠러든다.


핑계거리야 무수하게 넘친다. 일을 하지 않을 때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니 피곤한 것은 당연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서 무언가 의미 있는 성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할 바에는 작지만 소중한 개인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책을 한 페이지라도 더 읽거나 맛있는 커피를 한 잔이라도 더 마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작업'을 쌓아가는 삶에 대한 욕구만큼은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쌓아가야 할지 계속 고민해왔다. 챗지피티가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화내며 손절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제발 그만 물어보고 그냥 좀 하라고 말할 법도 하다.


잘 할 수 있고 취미생활처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거기서 당장 10원의 수익성도 기대하지 않는 것에 여섯 달은 걸렸다. 그리고 내가 하려는 것이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콘텐츠이든 아니든 일단 시작하고 연구하며 방향을 찾아가야 나의 자산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다시 두세 달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어떻게든 굴러가기 시작한다. 물론 그만큼 많은 고민과 준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더욱 수월하게 굴러간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무수히 쌓아왔던 여러 실패들 덕분에 적당한 탈출 타이밍을 붙잡고 밑거름 삼을 수 있었고, 제멋대로 쌓여왔던 이 실패들은 멋모르고 일단 저질렀던 무수한 시작들 덕분에 마주할 수 있었다.


그 많은 시작과 실패와 약간의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일단 행동했던 과거에 새삼 다시 한 번 감사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다시 움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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