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건넨 파편들

느낌의 복원

by 김형수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기억 찾기가 그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알고리즘이 과거를 불러냈다.


페이스북 알림 창에 '2017년 10월 19일, RESTAURANT MORELS'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잊고 있던 장소, 흐릿한 잔상. 그날의 풍경이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선명하게 소환되었다. 하나로 정리된 기억이 아니라, 미처 붙잡지 못했던 한 순간의 파편들이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소환한 파편들. 나의 기억은 이 중 극히 일부만을 간직하고 있었다

처음 내가 기억이라고 믿었던 것은 텅 빈 공간의 정적뿐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보여준 그날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관능적인 그림들이 있었다. 이것만은 기억했다. 하지만 그 공간을 온전히 기억하진 못하고 있었다. 와인 선반이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와인 병들, 대화와 향기의 흔적들. 시선이 겹쳤다. 거울 속의 나, 멀리 앉아 있는 손님, 사진에 담기지 않은 시간들. 기억은 완벽한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조각나고 겹쳐진 순간들의 합이다.


이 흩어진 파편들을 어떻게 하나로 엮을 수 있을까? 기억 속의 이 레스토랑은 나만의 사적인 공간으로 변했다. 이 느낌을 어떻게 하나의 장면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AI에게 말했다. "늦은 오후의 여운,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공간."


AI는 여러 조각의 기억을 엮어 한 장의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했던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날의 느낌과 가장 닮아 있었다. 사실은 재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느낌은 복원된다.

파편들을 재구성하여 AI가 만들어낸 '종합된 기억'

나는 이제 디지털 유물을 복원하는 '고고학자'가 된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과거를 발굴하고, AI는 그 파편들을 재조립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흩어졌던 순간들을 다시 엮는다. 우리는 완벽한 기억 속이 아니라, 기억의 파편 속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