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가 날았습니다

생각의 지느러미가 수면을 박차는 순간

by 김형수

어느 평온한 오후였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유영하던 금붕어 한 마리가 갑자기 수면 위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단순히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뻐금거리는 몸짓이 아니었습니다. 녀석은 온몸의 근육을 팽팽하게 당겨 허공을 가르더니, 무려 1미터나 떨어진 옆 어항 속으로 정확히 안착했습니다. 물 밖의 공포와 중력을 이겨낸 찰나의 비행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는 한동안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금붕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좁은 시야와 짧은 기억력, 그리고 안주하는 삶의 태도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좁은 원을 벗어나는 용기

어항은 금붕어에게 세계의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투명한 유리 벽 너머로 다른 어항이 보이지만, 그것은 결코 닿을 수 없는 환상에 가깝지요. 우리 역시 각자의 '어항' 속에서 살아갑니다. 직장이라는 어항, 전공이라는 어항, 혹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어항 속에서 우리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 매일 같은 원을 그리며 헤엄치곤 합니다.

어항 안은 안전합니다. 정기적으로 먹이가 공급되고, 천적의 위협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안전함은 동시에 우리를 가두는 한계가 됩니다. 우리는 가끔 유리 벽 너머를 동경하면서도, 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 숨이 막혀 버릴지도 모릅니다. '나는 여기까지야'라며 자신을 가둔 마음의 틀이, 어쩌면 우리를 수면 아래에 붙들어 매는 가장 무거운 추일지도 모릅니다.


1미터의 비행, 생존을 건 도박

금붕어가 날아오른 그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수치가 아닙니다. 종의 한계에 맞선 외로운 투쟁에 가깝습니다. 아가미로 숨 쉬는 생명이 공기 속으로 몸을 던진 건 생사를 건 결단이었겠지요. 옆에 다른 어항이 있다는 확신도 없었을 겁니다. 그저 지금의 어항이 너무 좁아서, 혹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본능적인 갈증이 녀석을 밀어 올렸을 뿐입니다.


금붕어가 날았다 | Flying Goldfish_김형수

우리 삶에서도 이런 '비행'의 순간이 필요합니다. 익숙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불확실성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때 말이지요. 그때 필요한 것은 정교한 계산보다도, 나를 감싸고 있던 물의 저항을 이용해 수면을 박차고 나가는 찰나의 폭발력입니다. 실패하면 바닥에 떨어져 말라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비로소 옆 어항의 새로운 풍경을 마주할 자격을 얻습니다.


금붕어가 날았다 | Flying Goldfish_김형수

경계가 사라지는 곳에서


금붕어가 옆 어항에 안착했을 때, 그곳은 이전의 어항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모든 것이 달라져 있습니다. 녀석은 이제 '날아본 금붕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이라도 자신의 한계를 깨고 허공을 가로지른 존재는 다시는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않습니다. 유리 벽이 세상의 끝이 아님을, 내 지느러미가 물살을 가르는 것 이상의 힘을 가졌음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저는 저만의 어항 속에서 조용히 자판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든 수면을 박차고 오를 준비를 하는 지느러미의 떨림이 남아 있습니다. 세상은 도전하는 자를 보고 '무모하다'거나 '금붕어에게 무슨 날개가 있느냐'며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금붕어가 날았습니다. 그리고 그 비행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을 가둔 투명한 벽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수면 위를 가만히 바라보세요. 당신의 1미터는 어디까지인가요? 숨이 턱 막히는 찰나의 공포를 뚫고 날아오른 뒤에 마주할 차가운 물줄기는, 이전의 그것보다 훨씬 달콤하고 시원할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oLvrzqbW8c4


작가의 이전글녹지 않는 눈사람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