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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모 Aug 13. 2020

넛지의 필요성과 멋진 넛지

재미없는 넛지를 끝까지 읽었다는 끈기와 보람이 가장 큰 넛지의 필요성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부터 밝히고자 한다.

UX기획자로의 이직을 고민하는 중에 브런치에서 관심 있게 읽고 있던 

서비스 기획자(글도 참 재밌게, 쉽게 읽게 쓰시는)분의 북클럽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되었다.

총 3회차의 시간 중에 마지막 시간에 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차트 탈러 지음)를 

추천해 주셨고 읽게 되었다.

클럽장님께서 다음 시간까지 읽어오라는 추천과 함께 이런 말을 하셨다.


'너도 넛지를 읽어본 적은 있을 거야
하지만 끝까지 읽은 적은 없을 거고 꼭 좋은 책이니 읽어봐'


클럽장님이 신입일 때 사수분께서 넛지를 추천해 주시며 해준 말이라고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왜 하필이면 넛지를 읽으라고 했을까? 였다.

이에 더 나아가 넛지를 읽으며 계속 드는 생각은 과연 넛지는 정말로 필요한가?로 발전하게 되었다.  

(넛지는 뭔가 UX 직무 관련 도서라기보다 대중 교양서의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일까?)


http://www.yes24.com/Product/Goods/3361501






경례를 하지 못한 트럼프를 툭친 영부인의 '리얼' 넛지

넛지는 사전적으로는 nudge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라는 의미가 있으나

행동경제학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이야기한다.

넛지의 저자 리터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넛지라는 개념으로 정의하였다.





봉투값 아끼려고 낑낑거리며 바리바리 들지만 스타벅스 커피는 잘만 마시는 나;;

사람들을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했던 기존 경제학은 한계가 있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부분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상당 부분 비합리적인 존재라고 행동주의 경제학에서는 밝힌다.

그렇기 때문에 개입을 해야 하는데 극단적인 통제는 오히려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인지 심리학적 특성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선택설계를 통하여 

개입을 하면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사람에게 좀 더 나은 선택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초반 1/3 지점까지는 계속해서 넛지의 필요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적인 세상에 인간의 어떤 개입보다는 시장 원리가 중요하고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올바른 지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인간은 생각보다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인정하게 되었고 결국 저자의 목적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선택 설계에 대한 방법을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넛지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 가장 큰 이유는 넛지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에 부드럽지만 강력하고 효과적인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구구절절한 더 나은 선택에 대한 정보, 직설적이고 정확한 이득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오히려 사람들은 반감을 가진다.

하나의 사례로 남자가 흘려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또는 소변을 소변기 바깥으로 튀기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라는 문구보다 파리 모양 스티커가 훨씬 효과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2) 넛지를 통해 인간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에 대해 정리하였기 때문이다. 손실기피, 현상유지 편향, 프레이밍 등   

넛지는 다양한 사례집이다. 인간이 다양하게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적어 놓았다.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에 대한 숙지만 하더라도 넛지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3) 현재의 사용자 및 고객은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현재에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우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넛지가 존재한다. 약도 한 두 번 팔아야 속아서 사는 법, 세상엔 약쟁이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고객이나 사용자의 넛지 의도를 파악하는 눈도 매우 높아졌다.   

넛지의 의도가 느껴질 때에는 오히려 더 큰 반감을 일으킨다.






우리는 결국 넛지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간다.

넘쳐나는 넛지에서 우수사례라기보다는 멋진 넛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멋진 넛지는 힙하다.


부드러워야 한다.

뻔히 의도가 보이고 설계하고자 하는 방향이 보인다면 오히려 반감이 생길 뿐 아니라

전체적인 서비스의 이미지에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다크 넛지의 경우는 다른 관점으로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요즘 서비스나 브랜딩에서 힙한 것은  유머러스함, 위트를 포함했는가 이다.

풉! 또는 옅은 미소가 지어지는 넛지는 넛지를 뛰어넘어서 오 이거 힙한데?라고 느끼게 된다.


넛지에서 사람을 인지적인 구두쇠라고 표현한다.

인지적 효율성을 따지기 때문에 현대에는 유익한 정보가 넘쳐나게 

제공되더라도 따분하고 고루하게 느낄 뿐이다.

바쁜 현대인들은 골치 아픈 건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즉 깊게 생각하기 싫어한다.

이 지독한 구두쇠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참여하고 접근할 수 있게끔 힙한 넛지가 필요하다.

(오래되지 않고 접할 수 있는 국내 사례이며 뻔히 잘 알려진 넛지 사례를 피하였다.) 




1) 제27회 올해의 광고상 대상을 받은 노랑통닭 착한 돗자리 캠페인

https://www.jungle.co.kr/magazine/201649

이 대형 프레임안에는 노랑통닭 포장지인 크레프트지로 제작된 돗자리가 두루마리 형태로 걸려있고 

돗자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돗자리를 뜯어 사용할 수 있다.

착한 돗자리 사용 후엔 재활용 수거함에 분리배출을 통하여 쉽게 버려지는 비닐 소재의 은박 돗자리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한강하면 치맥인 것처럼 한강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돗자리를 통해 치킨 주문으로도 연결되고 브랜드 홍보도 가능하다.




2) 바나나껍질 모양으로 된 미끄럼 방지 표지판

기존의 고깔 모양의 표지판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뻔하기 때문에 

시선을 끌지 못해 해당 목적을 이뤄내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작고 귀여운 바나나 껍질 모양 표지판은 사람들에게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부드럽게 인식시켜 줄 수 있다.



3) 2호선 동대문 역사 문화공원에서 탑승선에서의 넛지

환승구간도 복잡하고 갖은 새치기와 밀치기가 많은 구간에

억지로 구겨 타는 일이 잦은 곳인 동대문 역사 문화공원역 대기선에는 위와 같은 이미지가 있다.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애잔한 문구와 슬리퍼 그림을 통해 부드럽게 넛지를 하였다.




4) 지하철 내 광고판에 설치된 거북목 예방을 위한 넛지

사실 우리 모두는 지하철 광고판을 보기보단 거북목으로 핸드폰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지하철 내 광고판으로 시선을 유도할 수 있도록 넛지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그림을 통해 한번이라도 스트레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가끔 찾아오는 스트레칭 요정)




5) 지하철 9호선 직원의 아이디어로 작성된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예방 넛지

유독 지하철 9호선은 깊다. 그래서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뛰게 되기 마련인데

사람 냄새나는 문구로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지 않도록 넛지 하고 있다.

대부분 에스컬레이터 내에서는 뛰지 마시오로 적혀있지만 이와 같은 문구를 통해 뛰지 않게끔 넛지한다.




넛지의 필요성과 멋진 넛지에 이야기를 해보았다.

마지막으로 넛지를 추천해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결국 UX라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애정과 이해에 대한 문제이다.

기존의 경제학과 달리 사람에 대한 연구와 사람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내용으로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끊임없는 관찰과 질문이 UX의 본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2) 가장 유능한 디자이너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설계자이다.

우리가 쓰기 편하다고 평가하는 제품은 사용자를 배려한 오류 방지 디자인 잘 들어가 있다.

넛지는 오답노트이다. 체계적으로 오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객의 작은 실수도 놓치지 않고 배려하는 디자인을 제공한다. 

유능한 설계를 위한 지침서이다. 


3) Uxer라면 고민해야 하는 지점, 생각해야 하는 지점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든 것은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은연중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넛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UXer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넛지의 방향이 회사의 이득이 되기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방향으로 되기를 노력해야 한다.




좋은 목적을 위해 넛지 해 주세요(Nudge for good)


그래서 글을 가장 중요한 넛지의 방향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넛지의 저자 리처드탈먼 교수는 넛지에 누군가 사인을 요청할 때마다 “좋은 목적을 위해 넛지해 주세요(Nudge for good).”라고 적는다.


넛지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려 했지만 설득되지 못하였다고 해도 우리는 넛지와 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콘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나은 가치를 위해

좋은 목적을 위해 넛지해주세요.


https://www.nytimes.com/2015/11/01/universal/ko/upshot-good-bad-nudges-korea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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