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을 나서는 마음

by 영빈

문을 닫자 복도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방 안의 조용한 온도와는 달리 바깥은 조금 차갑고 텅 비어있었다. 내 발소리가 복도에 닿아 가볍게 울렸다. 그 소리가 조금 전까지 있었던 대화의 잔향처럼 따라왔다. 손끝에는 아직 상담실 문고리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 온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나는 무심코 손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변화였지만 그게 내 안에 ‘살아 있는 감정’이라는 사실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불안했고 내일도 똑같이 힘들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뭐든, 오늘의 대화가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창문을 스치는 바람이 복도 끝까지 흘러왔다. 그 바람에 커튼이 살짝 흔들리는 걸 보며 나는 잠깐 멈춰 섰다. ‘다음에는 조금 더 솔직하게 말 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흔들 줄은 몰랐다. 교실로 돌아가는 길, 나는 괜히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세상이 달라진 건 없었지만, 나를 짓누르던 무게가 아주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다음을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언제든 찾아가도 된다는 안전장치같은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때면 ’내겐 상담실이 있어‘ 라는 생각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복도를 지나가다 그 문을 힐끗 바라보곤 했다.


문 위에 붙은 작은 글씨, “상담실.” 그 단어가 여전히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2) 문을 여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