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로 소비하는 하루
결혼 전엔 자는 곳이 어디든 상관없었다. 낯선 호텔의 흰 침구, 다른 도시의 밤공기, 아무 계획 없이 시작한 하루. 그런 게 좋았다.
그런데 결혼 후, 언젠가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밖에서 자는 것보다 집에서 자는 게 더 좋아졌다. 와이프도 비슷한 말투로 동의해줬다. “숙소 잡고 짐 풀고 하는 것도 귀찮고… 집 침대가 제일 편해.”
그래서 요즘은 당일치기를 선호한다. 너무 멀리 가지 않고, 딱 하루만 기분 내고 돌아올 수 있는 거리.
주유는 꽉 채우고, 간식은 적당히 사두고, 음악은 전날 밤에 골라둔다. 계획이랄 것도 없는, 가볍고 느슨한 출발이다. 도착지는 매번 다르다. 바다일 때도 있고, 산일 때도 있고, 그냥 근교 쇼핑몰일 때도 있다. 어떤 날은 맛집 하나에 하루를 쓰고, 어떤 날은 예쁜 카페 하나에 목적지를 걸기도 한다.
당일치기의 가장 큰 장점은 떠날 때와 돌아올 때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다. 오전에 나섰던 우리 둘이, 저녁엔 다시 같은 집으로 돌아온다. 짐 정리는 거의 없고, 피로는 하루치만 쌓인다. 샤워를 마치고 익숙한 침대에 누우면, ‘그래도 오늘 잘 나갔다’ 싶은 기분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엔 어디 갈까?”를 말하는 걸 보면, 우리에게 이 하루는 꽤 괜찮은 소비였던 것 같다.
하루치 바람, 하루치 드라이브, 하루치 커피. 우린 오늘 하루를 적당히 써버리고, 기분 좋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