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를 가장한 소비
주말 오후, 나는 기분 전환 삼아 드라이브를 가자고 말한다. 와이프는 “어디로?”라고 묻지만, 나는 대답을 흐린다. “그냥 바람이나 쐬자”라거나, “일단 나가볼까?” 같은 말로.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로에 오르면 차는 매번 비슷한 목적지로 향한다.
내가 산책이나 외출을 좋아하는 걸 와이프도 잘 알기에 늘 맞춰 준다. 차 안에서는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거나, 가끔은 서로 아무 말 없이 바깥 풍경을 본다. 사실 이대로 돌아가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차는 늘 비슷한 곳에서 멈춘다.
쇼핑몰. 편집샵. 아울렛.
나는 아무 의도 없이 나온 김에 아쉬우니 왔다고 말하지만, 와이프는 웃으며 말한다. “또 시작이네.”
맞다. 드라이브를 나온 우리는 오늘도 또 뭔가를 사고 말았다. 이유는 대단하지 않다. 지난번엔 사이즈가 없었는데 이번엔 재입고가 됐고, 생각보다 할인이 많이 들어갔고, 그냥 만져보니까 예뻐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와이프가 고개를 끄덕여 줬기 때문에.
계획에 없던 티셔츠 하나, LP 한 장, 컵 하나쯤은 그렇게 손에 들린다. 뭔가 대단한 소비를 한 것도 아닌데, 기분은 꽤 괜찮다. “운전하느라 수고했으니까”라는 핑계로 커피도 한 잔 사 마신다. 오늘 하루를 잠깐 정리하듯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일어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뒷자리엔 쇼핑백이 함께 타고 있다. 어쩌면 오늘도 또 '드라이브를 가장한 소비'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우리가 함께 나와서, 함께 웃고 즐기다, 함께 돌아가는 이 루틴이 꽤 마음에 든다. 목적지는 대충 정했지만, 방향은 정확했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꽤나 괜찮은 드라이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