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세탁소

프롤로그

by 정경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다.

나는 그 사실조차 오랫동안 몰랐다.

그저 이게 내 팔자인가 싶었고, 운이 없어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가진 게 없어서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 시절이 꽤 길었다.


이유 없이 나를 작게 만들고,

괜찮았던 하루의 끝에서도

“그래도 넌 부족해”라는 말이 남았다.


삶은 어두운 터널 같았고,

분명 빛을 향해 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방향을 잃은 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현실 앞에 서 있었다.


실패한 인생 같았고,

남들은 다 가진 것을 나는 하나도 갖지 못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생각은 꼬리를 물었고,

그 끝에는 삶을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조차 닿아 있었다.


지금에서야 알겠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까지 몰려 있었구나.


이 책은 그 기억을 지우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너무 오래, 같은 방식으로 나를 더럽혀온 기억을

한 번쯤 꺼내어

어떤 얼룩인지 확인해 보려는 시도다.

여기는 ‘기억의 세탁소’다.

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