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참는 법부터 배운 아이
어떤 기억은 냄새로 남고,
어떤 기억은 색깔로 남는다.
나에게 가난의 첫 기억은
눈부시게 하얀 우유의 맛이었다.
다섯 살 무렵이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그 하얀 액체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던 나이였다.
어느 날,
집 앞에서 놀다가 나는 말했다.
“엄마, 나 우유 먹고 싶어.”
그 말에 반응하던 엄마의 시선에서
어린 딸은 찰나의 흔들림을 보았다.
미안함이었고,
곤란함이었으며,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이었다.
그 순간,
다섯 살 아이의 본능적인 감각이 작동했다.
아, 지금 이건
사달라고 떼를 써도
가질 수 없는 거구나.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꾹 깨물고
조용히 뒤돌아섰다.
내 안에서 솟구치던 간절한 욕구 위로
‘참음’이라는 씁쓸함이 덮였다.
하얀 우유는 더 이상 달콤한 맛이 아니라
인내의 맛으로 변해
목구멍 너머로 삼켜졌다.
그날 이후,
나는 갖고 싶은 것을 말하는 법보다
내 안의 마음을 지우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것은
세탁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고집 센 얼룩의 시작이었다.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누군가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공포.
내 감정보다 타인의 형편을 먼저 살피는 태도.
‘조숙함’이라는 이름의 찌든 때가
그렇게
내 삶의 옷감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