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산그늘 아래 접어둔 그리움
다섯 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섬으로 유배를 떠났다.
부모님이 가난과 싸우는 동안
내가 머물러야 했던 외갓집은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무심한 어른들의 시선과 산골의 짙은 적막 사이에서
나의 유일한 일과는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며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 적막한 섬에 유일하게 파도가 치던 때는
여름방학이었다.
친구 '순덕이'가 놀러 오는 한 달 남짓한 시간.
순덕이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아주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다.
순덕이네 할머니는 손녀를 위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를 찌고,
산밭에 앉아 나뭇가지를 꺾어 젓가락을 만들어
라면을 나눠주셨다.
순덕이가 건네준 가루 분유의 그 진하고 달콤한 맛.
그것은 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하얀 우유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 따스한 풍경 속에서도
내 마음 한구석은 늘 시렸다.
순덕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사랑이 부러웠고,
그것을 지켜보는 나는 그저
'잠시 빌려온 온기'를 쬐고 있는
이방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짜 시련은 순덕이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떠난 뒤에 찾아왔다.
왁자지껄하던 온기가 빠져나간 자리는
전보다 더 시리고 깜깜했다.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그 흔한 동화책 한 권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멀리 보이는 저 길 끝에서
엄마가 나타나 나를 이 지독한 외로움에서
세탁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때의 나에게 옥수수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다정함을 곁눈질하며 얻어먹어야 했던
'부러움의 허기'였다.
그때 배어든 그리움의 습기는
7살이 되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았다.
훗날 내면 아이를 치유하며
언덕 위에서 울고 있는 다섯 살의 나를 다시 만날 때까지,
그 아이는 그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