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빨간딱지와 찬물의 세례
일곱 살,
드디어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나는 나를 언니와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완전체를 만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가난은 더 뾰족해진 채
우리 가족을 찌르고 있었다.
집안을 가득 채운 건 다정한 대화가 아닌,
돈 때문에 불거진 부모님의 고성과 깊은 한숨이었다.
그 한숨 소리는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내 가슴에 꽉 들어차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빚쟁이들이 문을 두드리면
일곱 살의 나는 문 뒤에 숨어 숨을 죽였다.
"아빠 안 계세요"라는 거짓말은
내가 가장 먼저 익힌 생존의 언어였다.
어느 날부터인가 집안 곳곳에
붉은 낙인이 찍히기 시작했다.
'빨간딱지'. 그것은 우리 집의 물건들이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세금이 밀려 전기와 가스가 끊기면
집은 거대한 얼음 창고처럼 변했다.
가장 괴로운 건 아침이었다.
깜깜한 욕실에서 대야에 받은 찬물을 앞에 두고
나는 매일 아침 심호흡했다.
이 차가운 물을 끼얹지 않으면,
내 몸에서 가난의 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학교 친구들이 나의 비참함을 눈치챌까 봐,
나는 살을 에듯 차가운 물로
가난의 흔적을 씻어내고 또 씻어냈다.
교문을 들어설 때면
아무 일 없다는 듯 깨끗한 옷을 입고 웃었지만,
내 안의 어린아이는 늘 떨고 있었다.
'이러다 우리 집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질문은 답이 없는 메아리가 되어
텅 빈 가슴을 울렸다.
내게 가난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매일 아침 찬물로 씻어내야 하는
'들키고 싶지 않은 얼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