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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무료할 땐 영화를 봐라

2024 영화 감상 목록

by 이윤

그럼 유료가 된다 (죄송합니다) 은혼 에피소드 같은 제목을 쓰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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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지 못하지만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2024년 상반기/하반기 영화 감상 목록을 정리했다. 이미지 하나로 채우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그 달에 봤던 영화 중 하나만 엄선하여 만들었다.



1월


찬실이는 복도 많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시민덕희

괴물

위시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무비 초능력 결전편


오랫동안 품어뒀던 사직서를 던지고 마음껏 폭주한 1월. 때마침 CGV 원데이 프리패스권이 있어서 영화 4개를 몰아봤다. 연달아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라 꽤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개인적으로 하루에 3개까지가 적당한 것 같다.



괴물 (★★★★★)

동시간대에 벌어진 사건을 세 명의 시점으로 나눠서 풀어낸다. 각 화자의 시점에만 의존하여 누가 악인인지, 괴물인지 의심하게 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속에서 진정한 괴물은 없으며, 오로지 하나의 시선으로만 집중하여 쉽게 휩쓸리고 의심하는 나 자신이 괴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2월


웡카


웡카 (★★★)

전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인해 기대치가 너무 컸던 걸까?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특히 뮤지컬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다소 유치하단 느낌이 많이 들었다.



3월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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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 별 반개 대신 작은 별표 사용


컨버스를 신고 굿을 하는 MZ 무당 김고은과 타투장발남 이도현의 조합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는가. 특히 여성 무당 셋이 사투리를 쓰며 도깨비놀이를 하는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스토리와 연출이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영화였다. 굿 장면에서 희생되는 동물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으며, 우리 일상에서 쉽게 스며든 일본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본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었는데 처음으로 일본어가 이렇게 듣기 싫고 불쾌할 수 있구나 싶었다. 파묘 이후로 일본 애니를 잘 안 보게 되었다.) 이제 무언가를 파헤칠 때 '파묘했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강한 파급력을 남겼다.



4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로봇드림


평범함의 미학을 담은 잔잔한 영화와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는 무성영화로 매우 고요하면서 풍족한 4월이었다. 둘 다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 하나만 채우기 아쉬웠지만 로봇드림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로봇드림 (★★★★)

짧고 굵은 한마디

Do You Remeber?


*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후기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월


리바운드

하이큐 : 쓰레기장의 결전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스포츠 청춘물 사이에서 피어난 장미~의 가시 같은 라인업. 하이큐는 극장판 특전을 얻기 위한 용도로 봤다.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

전작을 모르고 보는 첫눈에게 더 큰 짜릿함을 제공하는 영화. 분노의 도로를 먼저 본 관객에게는 서사가 연결되는 깊은 감동을 제공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아포칼립스의 세계를 선사한다. 신이 금지한 선악과를 따먹고 쫓겨난 아담과 이브처럼, 상실된 낙원 속 잔혹함은 머나먼 미디어가 아닌 나에게 와닿는 공포가 된다. 기후 위기 후 새로 생기게 될 계급제와 인류의 멸망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으며, 가부장제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6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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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

10년 전에 나온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뒤늦게 본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뛰어난 명작이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 웅장한 사운드와 액션으로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봤다. 매드맥스 사가에서는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에 집중했다면, 분노의 도로에서는 당장 떠먹여 주는 화려한 연출을 퍼먹느라 정신없었다. 퓨리오사가 어떤 각오로 임했는지 알게 되면서 그와 함께 절망하고 달려왔다. 특히 임모탄에게 착취당한 여성이 정조대를 발로 차고 자신을 무기로 삼아 연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7월


아무것도 안 봤다 ^^;;




8월


군다

백만엔걸 스즈코

빅토리

한국이 싫어서


2019년엔 벌새, 메기, 윤희에게 및 아트하우스 영화를 챙겨 보느라 바빴는데, 전혀 다른 영화지만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땐보걸즈를 기대하며 빅토리를 보았고 벌새를 기대하며 한국이 싫어서를 봤다.



백만엔걸 스즈코 (★★★)

이 영화 힐링영화 아닙니다. 하지만 스즈코가 좋아요. 개운하면서 씁쓸해 보이는 결말이 인상 깊었던 영화다. 복잡 미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런 태도도 필요한 법이지. 일상 속에서 종종 생각난다. 나도 가끔은 스즈코처럼 살아보고 싶다.


*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후기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9월


베테랑2


베테랑2 (★★)

명절 빈집털이용 뻔한 상업영화. 누군가에게는 깊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학교폭력을 단순히 내용의 전개를 위한 자극점으로만 활용한 게 아닌가 싶어서 보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10월


지옥만세

탈주


여성 주연+독립영화 조합을 매우 사랑하는데요.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가 자기는 남미새라서 여자만 나오는 프로그램을 2시간 이상 볼 수 없다며 여성 경연 프로그램 시청을 거절했습니다. 저는 반대로 남자만 2시간 동안 나오는 건 흥미가 없는데요. 탈주를 제발 봐달라며 OTT 소장권 비용을 지원해 주는 구교환 팬 친구가 있어서 탈주를 열심히 봤습니다. 지옥만세는 이미 보장된 조합이라 봤고요.



지옥만세 (★★*) 별 반개 대신 작은 별표 사용


진짜 지옥을 경험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거든.

미성숙한 약자 둘의 지옥 속 연대 방법을 볼 수 있다.


*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후기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별 반개 대신 작은 별표 사용


다른 영화를 봤다면 굳이 이 영화를 10월의 대표 이미지로 넣지 않았을 것이며, 여기에 감상평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군수공장 집안의 아들이 주인공이라는 설정부터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우리는 제국주의의 희생양이며 전범을 하고 싶지 않았어 류의 선량한 피해자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도 감독 본인이 있는 위치와 시대 배경을 더 깊게 고려했어야 한다. 제국주의에 대한 고찰과 반성이 아닌, 부채감과 죄책감을 떨쳐내기 위한 2차 가해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2.5점을 준 이유는 지브리 고유의 작화와 영상 연출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12월


위키드

판타스틱 Mr. 폭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만의 몰입감이 있다. 내용이 재미없어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24년 콘텐츠 결산인 만큼 내용에 더 집중해서 위키드를 선정했다.



위키드 (★★*) 별 반개 대신 작은 별표 사용


알라딘, 코코, 웡카에 이어서 위키드까지 … 나는 뮤지컬 영화가 정말 안 맞는 듯하다. 헤드윅,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는 너무 재밌게 봤는데 나의 기준점이 뭘까. 유치한 요소와 음악의 결합을 안 좋아하는 듯하다. 엘파바에 이입해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른다. 글린다를 마냥 사랑스럽게 보기는 어려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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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독서 / 영화 감상 목록

25년에도 많이 보고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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