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댁

그곳엔..

by 달뭉치

회사에서 힘이 들 때면 생각해보고는 한다.

"부모님도 사회생활이 쉽지 않으셨을 테지.."

"아.. 집밥 먹고 푹 쉬고 싶다."

"언제 가족이랑 해외여행 갈 수 있을까.."


누구나 회사에서 힘들 때 생각나고 의지하는 누군가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께서도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고 무슨 일이든 이겨내시길, 그리고 꼭 행복해지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글을 적어본다.


부모님 집에는 1~3주에 한두 번 정도 방문드리고 있는데 우리 친구도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댁이 조금은 익숙해진 눈치다.


출발하기 전 아이에게 물어본다.

"할부지, 할무니 집 갈까?"

아이의 눈은 '무슨말이지?'하면서 ? . ? 이런 모양이 되었다가 어딘지 모르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뀐다.

아이가 느끼기에 부모가 줄 수 있는 사랑과는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할부지, 할무니라는 단어만으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그곳엔 아이를 위한 떡뻥과 좋아하는 과일들, 그리고 할머니의 요리들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없는 텔레비전이 있다.


집에서는 텔레비전 대신 빔을 활용하는데 신혼 때부터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가 있을 때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굳이 텔레비전을 들이지 않았는데,

이 빔조차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으니 아이도 집에 영상이 나오는 기계가 있다는 것을 크게 모르고 자란 것.


처음엔 “텔레비전 보여주시면 안 돼요~”

하고 말씀드렸으나 몇 번 방문드리고 또 익숙해지니 그냥 배경처럼 틀어놓게 됐다.


아이도 처음 텔레비전을 접했을 때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는데,

할아버지가 뽀로로 동요를 틀어주는 순간 신기하게도 텔레비전으로 시선이 고정됐다.

이후로는 텔레비전에 다른 화면이 나와도 빤히 쳐다보고는 하더라.


그래도 아직까지는 먹을 것에 더 관심이 많아서 먹을 게 나오면 “호!” 소리를 내면서 손가락으로 먹을 것이 있는 방향으로 허공을 막 찌르는데 텔레비전 화면은 뒷전인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던가 ’3살 정도까지는 안 보여주는 게 좋다.’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밖에 없지만, 중독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고 개인적으로 아직은 영상 보여줄 시간에 더 눈을 맞추고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데 노력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서인 이유가 크다.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가면 무엇보다 우리 친구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엄청난 관심을 받기 때문에 친구 입장에서는 더더욱이 안 좋아할 수가 없지 않을까.


그리고 몸이 피곤하신 와중에도 아이의 할머니는 우리에게 주실만한 것에 대한 직접 장보기와 요리를 잊지 않으신다.

주고도 또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인걸까?

며칠 전부터 준비해 주시는 정성은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제는 몸을 좀 더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시지만 집에서 음식도 하시고 정리도 하시다 보면, 집에 반나절을 있어도 아이와 할머니가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질 않는다.

요즘은 식사를 준비하시느라 식사를 같이 못 하시지 마시고 함께 식사시간을 가지는 게 좋겠다고도 말씀드리고 있는데 습관이 되셔서 맨날 먼저 먹으라고만 하신다.

음식 말고 함께 식사하는 시간으로도 사랑을 주시다 보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식탁에서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드릴 수 있겠지.


미세한 주름이 늘어가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 계속해서 사랑을 키워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가야지.


방문이 어려운 이번 주에는 부모님께 요즘 피어나고 있는 꽃들처럼 자신의 색을 갖춰가고 있는 아이와의 영상통화를 통해 안부 인사를 한 번 드려야겠다.


영상통화를 받으시는 동시에 우리 친구에게 말해줘야지.

“할부지 할무니다! 사랑해 해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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