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취미가 없는 친구

by 달뭉치

#1.

지금은 40대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20대에 알게 된 친구가 있다.

한 때 함께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해봤지만 특별히 '이걸 특출 나게 잘한다!' 하는 무언가가 있는 부류는 아니었다.


#2.

20년 지기가 다되어가는 이 친구는 워낙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데,

나이가 들면서 일 년에 서너 번 남짓 보는 지금 시점에 이 친구가 쉴 때는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저번 주에 만났을 때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물어봤다.

"일만 하고 사는 거 말고 넌 도대체 쉴 때 뭘 하는지 궁금하네, 취미는 있냐?,

나는 요즘 인기 있는 테니스에 빠져서 주말마다 즐겨하고 있는데 말이야"


#3.

별달리 이렇다 할 취미가 없다는 답변을 준 친구를 향해 말했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정도부터는 당연히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다음에 너도 테니스 같이 해보는 건 어때?"

그 친구는 말한다.

"글쎄. 난 별로."


#4.

이유를 들어봤다.

그 이유인즉슨, '굳이 뭘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기는 그냥 쉬면서 책을 보든 운동을 하든 산책을 하든 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예상한 대로 굳이 취미라 할만한 것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5.

그는 문득 궁금해서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고는,

<*'취미'의 사전적 의미: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갑자기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다.

유행을 따라가는 행위 말고 진짜 취미라고 할만한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지 않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취미는 무엇이니?"라는 말에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하나씩 가지게끔 강요되지는 않았을까.


#6.

멍하니 찾아온 '지금 하고 있는 테니스가 취미인지 과연 주변에게 보여주고 말하기 위한 행위인지' 지금의 그도 헷갈리는 순간.

그렇다면 진정한 내 취미는 뭔가 생각하게 된다.


#7.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용할 자세 되어있고 즐긴다면 그 자세가 곧 그 사람의 취미가 될 수 있고, 취미는 늘 바뀔 수 있는 것일 것 같다.

그것이 나이가 들어서 못하게 되었든 관심도가 바뀌었든.

사실 남에게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취미라 할만한 행위도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도 해보는 그이다.

남에게 말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취미가 없다고 해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취미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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