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얼굴에 핀 위대한 헌신, 철암탄광역사촌을 걷다

쇠락해가는 풍경 속에서 발견한 숭고한 기록과 아버지들의 고집

by 혜원

부유했던 과거와 인구 감소의 그늘, 태백의 오늘

태백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탄광촌이 있던 도시! 탄광촌이 번성했던 당시에는 동네 강아지들도 만 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닐 만큼 부유했던 도시! 하지만 폐광이 된 현재는 그 많던 주민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고, 이제는 인구 감소로 곧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도시! 이것이 바로 태백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태백에 인연이 있어 그곳을 자주 찾는다. 방문 때마다 느껴지는 분위기는 우울하고 조금은 침체한 모습이다. 고속도로마저 뚫려 있지 않은 태백은 제천에서부터 국도로 이어져 있다. 그만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지리적 불리함 때문에 그간 관광지로도 외면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즈음 백두대간 협곡열차 관광 상품이 만들어지며 이곳을 찾는 분들의 발걸음이 늘어난 것은 큰 행운이다.


멈춰 선 시간의 페이지를 넘기다, 철암역의 부활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시작점이자 종착역인 철암역에는 198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탄광역사촌이 자리하고 있다. 태백이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음을 대변하는 이 시설물들은 지나간 추억을 기념하는 레트로한 여행지다. 점점 쇠락해 가는 탄광 지역의 부활을 위한 도시 재생 사업의 하나로 문화·예술을 접목해, 관광지로서의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옛날 건물의 외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를 전시관으로 꾸며 두어 광부들의 삶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필자도 오래전 방문을 했던 곳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로 구성된 전시관에 심쿵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필자에게는 다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 도시가 박물관이 된 곳, 광부들의 뜨거운 생활사

culamtangwang2.jpg 철암탄광역사촌

철암탄광역사촌은 한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오랜 시절의 한 페이지를 뚝 떼어 놓은 듯 복고풍인 감성이 담뿍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광부의 고단했던 삶과 그들의 생활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박물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오래된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역사촌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한 매력이 있다.


더불어 고단했던 그들의 삶을 함께 호흡해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이어진 그들의 하루하루가 떠올라 울컥하는 감정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역사촌의 가장 마지막은 파독 광부의 역사를 살피는 공간으로 연계된다. 국내에서도 힘에 부쳤을 그 어려운 일을 머나먼 이국땅에서 펼쳐야 했을 그들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하게 된다.


비하의 이름 너머, 오늘을 일군 숭고한 희생

그런 어머니, 아버지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은 초석을 세웠고 경제적으로 부족할 것 없는 오늘을 살고 있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한없이 궁핍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견뎌내신 그분들께 깊은 마음을 담아 전해 본다.


고지식하고 예스러운 문화에 젖어 있는 옛사람을 우리는 꼰대라며 비하해서 부른다. 하지만 그분들의 고집스러움과 고지식함이 지금 이 나라를 일군 발판이라는 생각에 숙연해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태백에서의 짧은 여행을 마치며 또 다른 용기와 지혜를 배운다.


까만 탄가루 속에 묻어둔 그분들의 거친 숨소리가, 오늘을 견디는 우리에게 가장 묵직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작가의 이전글첩첩산중 고요히 피어난 자비의 빛, 정암사 수마노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