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가족입니다.
부모님이 싱가포르에 와계시다.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침해받는 기분이 들어 퇴근 후 집에 가면 불편함을 느낀다.
나는 싱가포르에서 이인 가족으로 살고 있다. 그 고요함과 적막함을 우리 댕댕이 둘이 채우고 있다. 나는 방에서 싱서방은 마루에서 혹은 반대로 우리는 한집에 살지만 각자의 편의대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 하고 싶은 거 하고 각자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산다. 혹은 저녁 시간대가 맞으나 서로 원하는 저녁 메뉴가 다르면 각자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각자의 아이패드를 보며 나란히 앉아 밥을 먹기도 한다. 이게 식탁 문화 식탁 예절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처음에 내가 그랬으니까.
처음엔 이런 문화차이로 많이 다퉜으나 이젠 이렇게 내 마음대로 “따로 또 같이”의 결혼 생활이 11년째가 되니 이게 너무 편하고 익숙해졌다.
이제는 퇴근 후 밥 차리고 나랑 같이 저녁 먹으려고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는 게 부담스럽다. 그냥 먼저 드시고 나는 내 시간에 맞춰 집에 가서 내가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타이밍에 먹고 싶다. 유난히 에너지 레벨이 낮고 오후가 되면 사람이 급격히 다운되다 보니 퇴근 후 내가 갖는 내 루틴대로의 고요하고 차분한 저녁이 너무나 소중하다.
부모님 오시고 출근하고 이틀을 못 채우고 그 뾰족함을 티를 내고 말았다.
사실 엄마는 누구보다 이런 나를 잘 안다. 나는 진심 효녀고 최선을 다해 부모님께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만, (내 생각에) 한 가지 안 되는 건 같이 사는 거다.
엄마, 나는 내 일상을 침범당하는 게 싫어. 엄마 아빠 여기와도 맥스가 3주야. 만일 한국에 살게 되더라도 절대 같이는 못살아. 옆집도 싫고 같은 아파트도 싫어. 근처의 다른 아파트에 살지.
나도 너랑은 안 산다. 까다롭고 까칠하고 잔소리가 많아서 너가 살자고 해도 못산다.
이런 나인데, 작년에 언니네 4인 가족이 우리 집에 일주일 있었다. 나는 정말 얼마나 얼굴이 찌그러져있었는지, 둘이 살다가 사람이 갑자기 4명이 늘어난 데다가 생활습관이 다르고 하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들었다. 내 공간이 필요한 나는 결국 방안에서 집에 사람이 북적이는 피곤함에 드러누워 지낸 시간이 매우 길었고 가족도 우리 집에 와서 지내는 건 반대라고 선언해 버렸다. 이런 나를 잘 아는 언니는, 앞으로 그냥 여행 가서 리조트에서 만나자.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닌데, 이인가족의 삶과 내 멋대로의 삶이 길어지면서 나는 혼자가 편한 사람이 되었다. 싱서방과의 여행을 가면 어떠냐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신혼 때 모든 걸 같이 하고 싶었던 나는 아주 많이 싸웠고 그래서 일 년 만에 내린 결론은 우리 가족은 이제부터 ”따로, 또 같이 “ 사는 거다) 이제 나는 혼자 미리 답사를 가고 싱서방이 좋아할 곳이면 오라고 한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새벽에 호텔 혹은 리조트 등 여행지 숙소를 혼자 거닐며 탐색을 한다. 나에게 여행은 차로 지나다니며 보는 게 아니라 두 발로 걸으며 오감을 열어 그때 그곳을 느끼는 것임으로. 그렇게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이인 가족의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