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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ngFei May 21. 2024

잘못된 만남

Life in Singpore…welcome to hell…

남들은 신혼 때가 그렇게 좋다던데…

남의 얘기였다.

나에게는 그런 달콤한 신혼 따위는 없었다.

극심한 성격차이와 생활습관의 차이 거기에 문화차이까지. 난 이 한 남자를 이해하기도 벅찼는데 싱가포리안들은 다 화가 난 민족집단 같았다. 삶이 팍팍해서인가 사람들은 불친절했고 공격적인 말투였고 난 여기저기 타인들로부터 상처투성이었다.

단 한 사람, 내 가족, 내 편이어야 할 싱서방 그저 내 눈엔 one of them이었다.


정말 결혼과 동시에 웰컴 투 헬의 시작.

거의 매일 싸웠고 매일 울었고 매일 이혼을 생각했달까…? 사실, 그때 나의 어리석음. 남들의 이목 때문에 야무진 결정을 못한 그때의 나를 반성했고, 이혼녀가 되고 싶지 않아서 참았고, 국제결혼 오래 못 가 거봐 이소리 듣기 싫어 참았다.


그러다가 한-싱커플 친구들 모임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지금,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거기서 또 참을 힘이 났다. 아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닌가 보지? 다들 비슷한가 보네..?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진짜 나의 어리석음을.

나는, 징징이구나.

나는, 예민하구나.

나는, 내게 일어나는 작은 일도 크게 해석하는구나.

나는, 자기 연민과 자기 합리화를 하는구나.


한때는 이게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결혼 10년 차가 넘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건 가스라이팅이 아니라, 나도 누군가와 함께 살기 쉽지 않은 사람이란 걸 인정, 내가 잔소리가 많다는 걸 인정, 내가 그에게 말하는 방식이 현명하기보다는 내 감정에 치우쳐 욱- 하며 막말을 한다는 것도 인정.


그도 같이 살기 쉽지 않았겠구나. 결혼이란 건 서로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그걸 받아들이고 함께 이겨내 가는 과정이란 걸. 나는 누구를 만났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을 것 같다. 내가 너무 소중한 사람이고 타인을 위해 희생 배려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았기에.


어쨌든 난, 이 당시의 나는 이혼을 농담처럼 입에 달고 살았고 그때 알았던 친구를 몇 년 뒤 한국서 만났는데 야 너 아직도 이혼 안 했어? 아직도 그 소리야?라는 말에 아.. 이제 이혼소리는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이 생각은 십여 년째하고 있고, 지금도 한다. 아주 이혼이 입에 박제되어 있는 거 같은? 지금은 과거보다 더 희회화해서 sns에 싱서방을 공개저격하며 얘기한다)


어쨌든 그 당시, 진심 사기결혼이라고 느꼈던 건..

싱서방의 과거 병력은 알고 있었지만, 자연임신 불가는 몰랐다. 그런데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물어본 적도 없지만, 그걸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래서 길고 긴. 시험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하느님, 왜 내 인생의 한 단계 한 단계 고비 없이 넘어가는 일이 없어요? 그냥 공부한 만큼 대학 가고, 평범한 직장 생활하고(내 20대 직장생활은 정말 험난했고 이건 언젠가… 얘기할 날이 오겠지) 적당한 때에 사랑하는 사람 만나 결혼하고 (파란만장했던 연애썰도 풀 날이 오겠지), 결혼하면 알콩달콩 살며 애 낳고, 저는 그렇게 살면 안돼요?


수도 없이 싱서방을 원망했고 하느님을 원망했었다.

지금은 안다. 모든게 완벽한 그런 삶은 없다는 걸. 모든게 평범하고 무난해 “보이는” 삶은 있다는걸. 뭐 어딘가에 현실에 그런 삶을 사는 사람도 있기는 할 텐데 내가 모르는거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또 지금은 안다. 그때는 내 마음이 지옥이라 모든 게 지옥이었다는 걸.

지금은, 진흙탕 속에서 콩알만 한 진주 한 알을 발견하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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