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동행은 필수 존재인가

여행은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줘.

by 멘지

주위에 여행을 간다고 말했을 때 대체로 받는 질문은 어디에 가냐 얼마나 가냐.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것은 누구랑 가느냐였다. 혼자 출발하지만 친구를 잠깐씩 만난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로 "멋있다.", "대단하다."였다.


혼자 출발했고, 혼자 포르투에서 지내다가, 발렌시아에서는 그곳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친구 A의 집에서 머물렀고, 바르셀로나에서도 혼자 며칠을 보내다가 A가 주말에 바르셀로나에 오게 되어서 주말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내가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은 적었다고 볼 수 있다. 포르투에서는 7명의 여인들과 함께 한 방에서 잤고, 4명의 플랫메이트를 가진 A의 집에서 A와 함께 방을 썼고, 마지막으로 머문 바르셀로나의 방에서도 혼자였지만 G의 집에 딸린 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 여행스타일은 "적당히 함께 하는 여행"이다. 말동무 없이 하루종일 혼자 있으면 심심한데, 또 24시간 내내 함께 하는 것은 피곤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여행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동행이 있을 경우 제일 크게 잃는 손실이 이 두 가지 이기 때문이다.


1.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없다.

동행이 있는 여행을 하다 보면 동행과 내가 단독으로 묵는 숙소를 잡을 일이 많다. 그렇게 되면 호스텔에서 머물 때처럼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기 어렵다. 외부에서 투어를 하고 음식점에서 스몰톡을 하게 되더라도 잠깐 얘기를 나누고 다시 동행과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2. 여행지에 집중하기 어렵다.

나는 조금만 집중을 하지 않아도 주의력이 매우 빠르게 흩어지는데, 나는 동행이 있을 경우 동행에게 내 집중력의 퍼센티지를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주의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혼자 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을 때면 내가 지금 발 딛고 있는 나라와 도시에 관한 나무위키를 찾아본다거나 블로그를 찾아보며 재미있는 정보를 많이 알게 된다. 그런데 동행이 있을 경우, 이야기의 흐름이 우리를 향하게 된다. 만나지 못했던 기간 동안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이런저런 사회 문제나 토론거리들에 대하여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그래서 그 도시의 역사나, 건물 양식, 음식의 재료 등등을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손실의 개념을 떠나 혼자 하는 여행의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즉흥적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건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나와 똑같이 즉흥적이고 계획적이지 않으면 별로 문제가 아니겠지만, 이 부분이 맞지 않으면 서로 불편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여행에서 고려할 부분이 되었다. 계획한 것을 모두 이뤄내야만 하는 여행, 5분 단위의 여행 모두 너무 숨이 막힌다. 여행은 즐거우려고 하는 건데,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해 진행되는 절차뿐이라는 느낌이랄까.


이번 여행의 기간은 도시 3개에 약 3주로 잡았기 때문에 매우 여유 있는 일정이었다. 포르투에서 7일, 발렌시아에서 3박 4일, 바르셀로나에서 9일. 해당 도시 근교 도시로 외곽으로 들락날락하며 들인 돈의 뽕을 뺄 계획도 아니었다. 그 도시에 머물면서 부랑자 같이 설렁설렁 걸어 다닐 계획이었다.


얼레벌레 다녔다. 대중교통 티켓도 어떤 종류를 골라야 하는지 직원에게 물어봐서 사고, 맛집과 슈퍼가 일요일에 여는지에 대한 여부도 호스텔 데스크 직원에게 물어봤다. 일주일 전에도 예약이 풀로 차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티켓을 해당 사이트에 매일같이 접속한 끝에 취소표를 구매해서 당일 입장하기도 했다. 몬주익 공원에서 푸니쿨라를 타려고 했는데 19시에 운행을 마치는 걸 18:30에 확인해서, 다음날에 푸니쿨라를 타러 몬주익에 다시 한번 갔다. 몬세라트에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현금으로만 결제가 되는 것을 출발 5분 전에 알았고, atm기에 다녀오면 10분이 훌쩍 넘기에, 줄에 서있는 한국인에게 10유로를 (무려 공짜로) 받아서 다녀왔다.


블로그를 꼼꼼히 정독한 이들 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들이다. 또한 내게 동행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해프닝이다. 난 함께 계획한 여행이라면 변수가 생기지 않게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계획이 나의 여행을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더 많은 것을 담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여행은 호기심을 채우는 도구인데, 이번에 이 도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서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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