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 살 (1)

부제 : 나를 죽이러온 나의 구원자 (ADHD 청소년의 학창詩(시)절)

by 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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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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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니까 내가 낳아달라고 했어? 왜 나를 줘 패고 내가 하는 것 마다 사사건건 시비인건데. 왜! 왜!. 내가 얼마나 죽고 싶은지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나는 줘 패고 지랄을 했으면서 왜 차별하는데 그리고 왜 사과해? 그게 더 짜증나. 내가 무슨 장난감이야? 할거 다 하고 사과하면 다야?”



‘까똑’



아직 학생티를 벗지 않았지만 학생의 마지막 한달을 남겨둔 현수는 변성기가 어느덧 마무리 되어갈 즈음의 걸걸한 목소리로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우며 이야기를 한다. 남학생 특유의 건들거리는 자세로 앉은 모습은 학교에서 말썽 꽤나 피웠을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샛노란 머리카락과 박시한 티, 넉넉한 바지는 요즘 아이들이 그러하듯 편하고 스타일리쉬했다.


귀에 걸린 귀걸이는 처음에 인중에 피어싱을 한다고 한 것에 비해서는 비교적 수수했으나 눈에 띄었다.
어느모로 봐도 현수는 잘생겼고, 멋졌다. 얘들 말로 힙했다. 그러나 현수를 알게 된지는 어느덧 9년. 중간에 못 만난 세월도 있었지만 꽤나 긴 세월을 함께했다. 그 세월은 내가 현수를 키웠고 현수도 나를 키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함께한 나는 안다. 이 겉모습을 가지기전 현수가 거친 수많은 변화를.


현수를 처음 만나 받아 든 파일에는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는 검사 결과가 들려있었다. 이 신경생물학적 장애의 주요 문제 증상은 집중을 못하고 산만하고 충동적이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매번 실패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 친구관계가 어려운 것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냐고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그러나 ADHD아이들이 경험하는 친구관계의 어려움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사고와 행동에 있어 적절함을 인지하고 걸러내는 거름망이 빠져버린 이 장애는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가 어렵고 그렇다보니 타인과의 관계에서 항상 갈증을 느끼면서도 감정조절, 행동조절을 하지 못해 타인이 싫어하는 표현을 해버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한 행동의 인식이 부족하고 맥락을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왜 내게만 나쁘게 대해?’ 라는 마음으로 억울함이 가중된다. 그래서 대체로 초등학교 시기는 원망과 분노로 보내게 된다.


그러니 ‘누구나 다 관계문제는 있지요.’ 라고 아는척 하는 사람은 마치 시각장애인을 앞에두고 나도 잘 안보이거든요? 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오만함을 보이는 것이다.



이시기의 현수를 지배한 생각은 타인에 대한 분노였다.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아서”

“친구들이 나를 싫어해서”

“친구들이 나를 괴롭혀서” 라며 피해의식이 가득했다.



그때에 누군가는 현수를 문제아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자기만 알아서.”

“문제의 발단이 되는건 이 아이”


이미 그렇게 인식되고 말아버린 순간부터 현수는 그들의 타겟이 되었고 그런 현수에게 행해지는 부정적 태도들은 정당화 될 때가 많았다. 그리고 현수의 시선은 그들이 행한 태도에만 맞춰져 있었기에 ‘억울하고 빌어먹을 세상’ 일 뿐이었다.


현수의 부모는 항상 노력했다. 그들은 불안함이 높고 규범적이었기에 그런 자신들에게서 이런 아이가 나왔다는 것을 믿겨하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렇게 현수의 부모는 현수의 초등학교 시절 내내 ‘믿을 수 없는 일의 연속’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받아들여’ 갔다. 부모는 나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참 많이도 울었다. 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무게만큼 아이의 존재가 언제나 버거웠다. 아픈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지 얼마 안된 부모의 시들어 버린 눈을 보면 현수의 존재란 부모의 삶 전체를 휘감아 파괴하는 북유럽 신화의 신수((神獸, divine beast) 세계뱀 요르문간드와 같았다.


하지만 사정은 현수도 다르지 않았다. 부모의 고통만큼이나 현수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며 파괴되고 있었다. 현수가 시도한 거의 모든 것들은 실패로 돌아갔고 현수의 친구를 향한 사랑의 열망은 원망으로 퇴색되어 갔다.


부모는 현수의 일로 학교도 많이 불려갔다. 초반에는 가해자로 그러나 점차 피해자로. 그만큼 현수는 또래 아이들의 타겟이 되어갔다. 그 맘때 청소년들 사이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무언갈 딱히 잘하는 것 없으며 종종 교사의 지적을 받는 아이'눈에 거슬리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두번 건드리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현수는 그런 존재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거리며 씩씩거렸다. 친구들은 그 모습이 우수워 보였을 것이다. 현수는 그 당시 ‘화가 나도 참기’, ‘한번 더 생각해보기’를 시도하는 중으로 아주 훌륭한 도전을 해나가고 있었지만 아이들 눈에는 만만한 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을 것이다.


그렇게 현수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어느새 문제아가 되어 있었다.


그 즈음이 되어서 현수는 빠른 사춘기를 맞이했고 5학년 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부터 나를 못만나는 시간이 생겼다. 개인적인 여러 사정이 겹쳐 우리는 그렇게 조기 종결을 맞이했다. 그렇게 꽤나 시간이 흘렀다. 현수를 다시 만나게 된 건 현수가 중학생이 된 어느날이었다. 평범한 하루였다. 그날 어머님의 연락처가 핸드폰 창에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선생님.. 현수 좀 봐주세요...”




그렇게 현수와의 재회를 하던 그날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현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처음 만났던 현수는 원래 작고 깡마르다 싶이 말랐던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그 짧은 사이 아주 조금 키가 컷고 그것에 3~4 곱절로 살이 쪘다. 아니 뿔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그날 저녁은 심란한 마음에 힘겹게 잠이 들었던 생각이 난다. 변해버린 모습만큼 현수는 고립되었을 것이고 우울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현수는 급격하게 주요우울장애가 왔다. 주요우울장애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식욕이 저하되어 급격하게 살이 빠지는 것. 또는 폭식장애가 동반되어 급격하게 살이 찌는 것이다.


오랜만에 대면한 우리는 조용한 침묵속에 앉아 있었다. ‘묵묵부답’ 그저 자리에 와서 앉아 있고 일어서고 인사를 하는 것이 다였다. 오랜시간의 여백이 생겼고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나는 현수가 전혀 낯설지 않았고 우리가 이 시간을 잘 지나갈 거리는 믿음은 여전했었다.


다시 오랜 친구처럼 현수를 대했고 현수도 조금씩 침묵을 깨고 말을했다. 우리의 상담시간 대부분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보드게임을 하며 경쟁했다. 그렇게 현수는 게임을 하며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기도 했다. 중간에 현수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공황장애가 생겼다. 정말 속상하고 화는 났지만 현수에게 전학이 앞으로의 삶을 놓고 봤을때 더 유익할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바로 현수가 중1에 겨울방학을 맞이하던 시점이었다.



현수는 되려 좋다고 하며 내게 야심찬 선언을 했다.



“저 살을 뺄거에요. 이전에 나를 알던 애들이 나를 모르게 변할거에요.”








까톡



그렇게 세월을 달려 지금 현수는 내 앞에서 발을 달달 떨며 잘 꾸며진 모습으로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이어갔다. 이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었고 이전과 많이 달라진 대화와 또 비슷한 대화가 큰 두 줄기를 이루며 상담실을 메워갔었다. 그러다 온 메시지 소리에 현수의 표정이 사믓 달라진다. 다리를 달달 떨더니 주머니속 핸드폰을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손이 왔다갔다 거린다.


“현수야 안절부절해 보이네. 뭔일 있어?”

현수가 고개를 퍼뜩 들어보였다.

“저 안절부절해 보여요?”


이미 현수를 본지가 9년째가 되어간다. 표정 숨소리 기운만으로도 어느정도 알수 있는 현수의 마음. 그러나 이번에는 그간의 없는 모습이라 그 표정을 해석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현수는 약간은 들뜨고 또 두려운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응. 그래 보여”

“선생님. 저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뭐!!!?”


이날은 현수와의 만남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순간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상담 시간이 채 5분이 안남은 이 시점에 이야기를 꺼내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현수는 몇일전 고백을 받았고 평소에 아주 마음이 없진 않았던 아이였다고 했다. 다만, 너무 급작스러워 자신도 졸업을 얼마 앞두고 고백을 받아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그 들뜨고 행복한 순간을 미룰 이유까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인생 처음으로 여자아이의 당찬 고백을 받았으니.. 그걸 무시할 수 있는 남자 청소년이 있을까.


그리하여 연애를 시작한지 5일이 지난 시점이고 지금 그 아이의 연락이 와서 자신이 안절부절 못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야야, 얼른 답장해. 아니다. 하지마, 남자는 말이야~”


자뭇 이모처럼 아이에게 우스게 소리를 하게 되었다. 그만큼 그날의 상담은 아주 기분좋고 들뜨는 이야기로 가득찼다. 아이의 볼은 발그레해졌고 자랑이 아닌 듯 말을 하지만 내용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는 불안해 졌다.


“너무 행복해서 이상해요.”



현수는 행복한 자신의 상태가 너무 처음 겪는 일이라 내것 같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게 맞나.. 이런게 맞나.. 나는 이런걸 처음 겪는데.. 이게 이럴수 있는건가”

현수의 말에 뭉클함이 느껴진다. 진정한 행복, 충만감이 지금 현수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냥. 내가 말하는걸 들어주니까. 사랑받는게 느껴지니까..”

“그래, 너 정말 기뻤나보다.”

“그냥 좋죠. 맨날 통화해요. 한 시간 두시간도 넘게 해요.”

“우와 서로 할말이 정말 많은가보네”

“그냥 다 이야기해요. 거리가 좀 있고 걔내 부모님이 밖에 나가는 거 안좋아해서 전화해요.”

“아하 그래서 더 연락하는게 중요하겠네? 그 규칙 안에서도 마음을 나눌 방법이 있으니 다행이네? 전화하는 시간이 진짜 설레겠다”

“이렇게 좋아도 돼나.. 이제 얘 없으면 살수 없을거 같고..”

“우와 그정도로 푹 빠졌구나? 엄청 의지하게 됐네?”

“네.”

“너가 그렇게 빠져들땐 또 그 사람이 멀어질까봐 많이 걱정하잖아. 지금도 좀 그런 마음이 들어?”

“끄덕”

“걱정되는 만큼 소중하게 대해 줘. 현수야.”

“끄덕”

“그리고 뭘 조심하고 하지말아야 할진 우리 이야기했지? 그건 꼭 지켜야 하는거야.”

“(머쓱 한) 끄덕”

“그리고 가까워 질때마다 느껴지는 그 불안함을 잘 느껴보자. 진짜 인간으로서 서로 가까워 질 수 있게 말이야.”


내 얼굴에 흐믓한 미소가 지나갔다. 엄마가 동생한테만 게임시간 더 줬다고 성을 내고, 엄마한테 소리지르다 혼나고 잔뜩 뿔난 얼굴로 매주 나를 만났던 그 아기 현수가 어느새 내 앞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사랑의 춤을 추고 있었다.


왈츠처럼 딴딴딴 하다가 탱고처럼 빰빠람하며 살아넘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같이 흔들 흔들 살랑이게 되는 것이 그날은 겨울이었지만 우리는 봄빛 아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왈츠를 마치고 파트너 보우를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삐그덕-’ 잘 움직이던 오르골 위 무용수들은 멈추었고 어딘가 망가진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선생님. 여자친구가 힘든일이 있대요.”


상담시간이 지나버린 시점에서 현수가 꺼낸 이야기는 쉬이 그날의 인사를 마치지 못하게 했다. 여자친구의 상황이 객관적으로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 친구도 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닌것같지만..' 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현수는 이 말을 꺼내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과 한껏 춤을 춘 동지에게만 털어놓는 커다란 비밀. 나는 현수가 펼친 이야기를 함께 공들여 들을 수 없음에 탄식이 나왔다. 대신 현수에게 당부의 말을 건넨다.


“부모님에게는 이야기하는게 좋겠어”


밉다고 소리쳐도 결국은 가장 안전한 울타리일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린 것 같았다. 현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신이 났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는 법은 언제나 솔직함이고 현수에게는 소중한 사람도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약속하며 예상보다는 서걱거리는 보우(bow)를 하며 작별을 고했다.


그러곤 몇일이 지나 다시 현수의 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로 불안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 결국 죽었어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