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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리스트 Nov 10. 2023

내가 그게 왜 필요해

월 100만 원을 아껴준 마법의 문장

나 스스로 쇼핑을 좋아하거나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월 명세서에 찍히는 카드값이 그렇게 의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한참을 볼 것도 없이 하나씩 훑어 내려가면 바로바로 수긍이 되는 마법 같은 일들을 매달 반복하기를 여러 해였다.


 평소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런 나에게도 어찌나 필요한 것들은 많은지(혹은 필요해 보이는) 늘 소비를 해야 할 명분은 끝없이 넘쳤다. 특히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달에는 더 그랬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이 정도는 사도 되지 않아?" "이러려고 돈벌지!" 등의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마음으로 나의 소비생활은 계속되었다. 평소에는 그래도 잘 참다가도 어쩌다 술이라도 한잔하고 들어온 날에는 술기운에 평소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질러버리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처럼 유튜브 로직이 찰스 멍거의 영상을 내게 인도했다. DJCO ANNUAL MEETING에서 인터뷰하는 영상이었는데, 내 뇌리에 박힌 말은 "당신이 롤렉스가 왜 필요한가?"라는 멘트였다. 그 뒤로 이어지는 말들도 허세적 소비에 대한 성찰이었는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를 순 있겠으나 내게는 무엇보다 내 소비를 돌아보게 하는 결정적인 말이었다.

youtube화면캡쳐


 누구나 값비싼 명품을 원한다. 더 좋은 차를 타고 싶고, 더 좋은, 더 최신의 전자제품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런 열망 역시 인정하고 존중한다. 나 역시 그런 욕망이 있으니까. 그러나 내가 무언가를 깨달은 지점은 '소비를 지양하라'라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그 소비의 목적과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것이란 것을 "당신이 롤렉스가 왜 필요한가"라는 말을 통해 느꼈다. 내가 그 소비로 인해 더 좋은 동기부여를 느끼거나, 만족감을 느낀다면 이는 이대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경계하고 지양해야 할 소비는 나를 위한, 내가 주체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를 위한 소비인 것이다.


 실제로 저 영상을 접하고 난 뒤에도 꽤 필요한(필요해 보이는) 물건들을 많이 마주했는데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내가 이게 왜 필요하지?", "꼭 필요한가?" 놀랍게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함과 동시에 나의 소비욕구는 거짓말처럼 차갑고 냉정하게 식어버렸다. 그렇게 그 순간에는 가치소비라 생각했을법한 소비를 참아내면서 정말 솔직하게 매달 족히 50-100 정도는 아껴내었고, 급기야 최근에는 카드 기본 실적 충족을 못 시켜서 이번달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물론 주로 쓰는 카드가 2개라 한 개는 당연히 충족, 하지만 평소에는 두 카드 모두 가볍게 충족시켰었다.)



 당장에 돈을 아낀 기분보다 훨씬 큰 깨달음을 얻은 기분으로 충만해졌다. 특히, 또 하나 더 깨닫게 된 재밌는 점은 사고 싶은 걸 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많지만, 소비욕구를 참아내고 나서 후회한 일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갖고 싶은 새로운 물건들이 계속해서 나타나서 그 앞의 욕망을 쉽게 잊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렴 어떤가)


 하는 일의 특성상 가격택을 보지 않고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었더랬다. 나도 언젠가 그런 삶을 꿈꾼다. 다만, 그 정도의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소비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의 가치를 위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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