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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리스트 Jan 02. 2024

헬스장을 옮겼다

새해에는 결심이 제맛. 의외의 동기부여

헬스장을 옮겼다. 사실 그전에 등록했던 헬스장은 6개월 등록하고 실제로 몇 번 가지 않았다. 의지가 나약했던 나란 녀석이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왠지 발걸음이 잘 내키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운동 관련 유튜버로 이름을 알린 분께서 직접 운영하는 헬스장이었고, 최신 시설, 인테리어까지 빠지는 것 하나 없는 곳이었는데 말이다. 사실 그냥 내 운동 의지가 부족했었던 것일 테지만, 뭐 여하튼 잘 안 가게 되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누구나 그러하듯 새해에는 또 다른 결심을 해본다. 이 나이쯔음 되니 이 결심도 곧 나약해질 것이란 것 까지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결심하는 맛 아니겠는가. 새해는 건강과 멘털관리를 위해 꾸준히 출근 전에 루틴처럼 운동을 해봐야겠다 다짐하며 동네 헬스장을 검색해 보았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선택지도 굉장히 다양했다. 비슷한 선택지들 속에 지난번에도 고민하다가 유독 비쌌던 곳이 눈에 들어왔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곳 중에 하나였는데 그 규모도 아주 큰 곳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헬스나 그룹운동뿐만 아니라 골프, 사우나 시설까지 완비가 된 곳이었다. 사실 골프도 내 마음속 한편에 자리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였던 터라 이참에 운동과 골프연습까지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큰 마음먹고 그곳으로 향했다. (사실 사우나를 워낙 좋아해서 하다못해 사우나만 매주 즐겨도 본전이라는 마음이 나를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다)


상담을 받고 가장 혜택이 좋은, 무려 연간회원권을 끊으며 내게는 상당히 큰 지출을 했다. 그렇게 등록을 하고 며칠 다녀보니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체감상으로 평균 연령이 60세 이상으로 느껴졌다. 등록할 때도 상담사분이 다른 곳 다니셨냐 물으셔서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이 싫어서 옮긴다 했더니 여기는 어르신 분들이 많으셔서 조용하고 근력운동 기구들은 여유롭다고 하셨었다. 실제로 보니 이제껏 가본 곳 중에 가장 특이한 느낌이었다. 시설도 좋고, 큰데 젊은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아마 비싼 가격과 골프, 사우나 등의 시설특성상 간단하게 운동을 목적으로만 하는 젊은 사람들은 내가 그랬듯, 더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다른 곳으로 갔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르신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며칠 유심히 보다 보니 문득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동기부여와 자극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정말 굵은 땀을 흘려가며 근력운동, 유산소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시는 것이었다. 그 나이까지 꾸준히 자기 관리하시는 모습에 존경심과 더불어 자기반성의 감정이 함께 밀려왔다. 이제껏 다니던 헬스장에서는 젊고 건강한 남녀들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나도 저 나이 때는 저랬어,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나도 금방 다시 돌아온다고' 이런 마음이 들뿐 크게 운동 자극이 되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왠지 그 옆에서 운동하기 부끄러워서 슬쩍 자리를 피하곤 했던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건 나의 의지인데 이런저런 이유 같지 않은 이유들로 핑계 만들고 합리화를 했던 것이었겠지. 비단 운동뿐만 아니라 매사가 그런 것 같다. 하려고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 했는데 대부분의 상황에서 방어기제를 작동시켜서 더 편한 쪽을 선택하곤 한다. 헬스장에서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어쩌다 생각이 여기까지 흘러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의 흐름을 따라 새해에는 모든 면에서 더 꾸준함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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