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멘탈리스트 Jul 26. 2024

바쁜데 안 바쁨

바쁜 일상에서 여유를 만들어 내는 마음가짐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습니다. 실제로 꽤 바쁜 직장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치열한 시간을 뒤로하고 회사를 창업한 후,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온 지 어느새 6년이 지났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바쁘기는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지금은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바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큰 차이가 생겼습니다. 바로 바쁨과 업무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침에는 보통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합니다. 우리 회사는 11시 출근 20시 퇴근이지만, 이는 그야말로 쇼룸의 영업시간일 뿐이고, 실질적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시간은 대개 9시부터입니다. 눈을 뜨자마자 (그러고 싶지 않지만, 심지어 그러지 않으려고 꽤 노력도 해보았지만) 습관처럼 밤새 들어온 주문, 문자, 이메일 등을 확인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직 마음의 준비도, 텐션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민들이 시작됩니다. 급한 일들만 처리하고, 샤워하면서 오늘은 어디로 출근해서 어떤 일들을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 계획을 세웁니다. 심지어 계획을 세우면서도 계획대로 안 흘러갈 것이라는 것도 염두에 둡니다. 출근해서 결재할 것들, 의사결정할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금세 오후가 됩니다. 그렇게 밥때를 놓치고 저녁 한 끼만 먹는 일들도 꽤나 익숙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합니다. 누가 시켜서 이렇게 사는 일정이라면 진작에 그만뒀거나 탈이 났을 텐데 말입니다.


 주변에서 꽤 자주 "그렇게 바쁜데 어떻게 견디세요?" 같은 질문들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바쁜 티를 내가 너무 많이 내고 다니나? 꼴 보기 싫겠다. 더 주의해야지' 하는 자기반성을 합니다. 사실 바쁘긴 하니까 바쁜 척을 하는 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 지점이 직장생활을 할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빈틈없이 촘촘히 바쁘긴 합니다. 정말로.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1초도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없는 날들도 꽤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바쁜 건 맞는데, 여전히 나는 시간이 꽤 많게 느껴지긴 합니다. 물론, 예전 직장 생활할 때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주변 사람들과 저녁 약속을 잡는 일이 많이 줄긴 했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는 바빠서의 이유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결혼도 했고, 주변 지인들의 신상도 결혼, 출산 등으로 많이 변해서의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건, 20시에 퇴근을 해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끔 운동을 하기도 하고, 롯데 자이언츠의 일상적인 패배를 지켜보기도 하고, 책도 읽고, 좋아하는 미드도 봅니다. 책을 보는 날이 있고, 미드 보는 날이 있고 하는 게 아니라, 하루에 저 행위들을 중복으로 반복적으로 합니다. 아마도, 함께 사는 이가 10시 반만 되면 전원이 꺼지는 로봇처럼 스르륵 잠들어서 그때부터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10시 반부터 서재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하고 작은 두 평 남짓의 방에서 하루 매출 정리하고, 다음 날 일정 정리하는 시간을 의식의 시작처럼 한 뒤, 인터넷으로 뉴스나 유튜브를 잠시 뒤적이다가 책 읽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 보낸 뒤,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전까지 미드를 봅니다. 


    분명히 바쁜데, 분명히 시간이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건강을 좀 챙기자고 마음먹은 뒤부터는 그 사이에 달리기도 끼워 넣습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뭐든 하기 전에 마음을 거창하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과 멀어진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운동하기 전에 옷부터 갖춰 입고, 꼭 2시간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늘 했기 때문에 그렇게 못할 바엔 안 해야지 뭐 그런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바빠지면서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15분 만에 나를 완전히 지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운동을 할까 말까 나태해지는 순간이 오다가도 샤워하기 전엔 나가서 집 앞 도로를 잠깐이라도 달리고 들어옵니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꾸고 나니 모든 면에서 더 나아졌습니다. 책을 읽을 때에도 언제나 최대한 긴 호흡으로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도 사라져서 언제든 시간 날 때 몇 페이지라도 읽습니다. 자동차, 서재, 회사, 거실 등등 이 책 저 책 동시에 여러 권을 읽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고 나니 하루가 훨씬 길어진 기분입니다. 때때로(때때로 라기엔 꽤 자주 찾아오는) 큰 프로젝트들로 소소한 나만의 시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밤샘의 날들도 많이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기를 겪고 나서 또다시 찾아오는 나만의 소소한 야밤의 행복이 더 행복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모처럼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은 주말 전 금요일입니다. 와이프와 모처럼 영화라도 보러 가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헬스장을 옮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