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보복으로 직원평가 S등급에서 최하 등급까지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의 일이라 상세하게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중요한 부분은 남기고자 글을 쓴다.
직장 내 갑질에 대한 내용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내가 몸담았던 부서에서 그런 것들을 견디며 일해 왔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상황이 유지되도록 내가 도왔는지도 모른다. 부서장의 말도 안 되는 갑질로 부하직원이 힘들어하면 달래고 이해시키기 급급했다. 물론 나 또한 부당한 일을 겪었지만 부하직원들이 겪은 만큼의 고통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수많은 직원들이 못 버티고 떠나길 여러 번 결국 나는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기 싫었다.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총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올라와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 찾아가서 그동안 있었던 상황 중 몇 가지만 간추려 보고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최고 결정권자인 총장에게 보고 했기에 정의가 살아있는 우리 대학에서 나머지 상황은 순차적으로 정리될 거라 믿었다.
총장 보고를 마치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사무실로 내려왔다. 그런데 부서장실에서 부총장이 부랴부랴 나오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상황을 보고 받자마자 가해자에게 곧바로 달려와 상황을 전달한 것이었다. 평소 부서장과 잦은 술자리로 친분이 두터웠던 부총장이 관련 법령의 비밀유지 조항도 잊은걸 보니 많이 급했는 모양이다. 그렇게 하루이틀 시간이 흘렀다. 아무런 조사도 진행되지 않고 부서장도 업무를 그대로 유지했다. 직접적인 대면을 피한다는 핑계로 카톡을 통해 한 사람 거쳐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 받았다. 나를 포함한 부하직원들은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주쯤 지났을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나는 다시 총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말했다. 완전한 물리적 분리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해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 외부의 힘으로 처리하겠노라고.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런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서장은 평교수로 인사발령이 났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부서장과 각별한 사이였던 부총장이 부서장 업무를 겸직하게 되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냐고? 공식적인 마찰 없었다. 하지만 부서장의 배점이 가장 큰 인사평정에서 그해 최하등급을 받았다. 전년도는 S등급에 직원 표창을 받았는데 말이다. 재밌지 않은가? 그때 이의 제기를 하려고 신청서를 작성해 놨다가 그냥 버렸다. 이런 조직에서 좀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때 결심했다. 이 조직에 목매지 않기로.
이후 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그 평교수로 내려간 그 교수가 연구년을 간다는 것이다. 직장 내 갑질 가해자가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은 채 포상휴가를 가는 격이었다. 공식적인 조사를 진행했다면 징계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징계를 받았다면, 아니 조사가 진행 중이기만 했더라도 연구년은 갈 수 없었을 것이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사건은 아직 내 마음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
혹시 직장 내 갑질로 고생하고 있다면 유의해야 한다. 증거를 남기는 것은 물론 반드시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사건을 접수해야 한다. 그냥 판을 키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식적인 절차를 밟았는데도 진전이 없다면 그때 판을 키우면 된다. 당시의 알찬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더 단단한 내가 되었으니 고마워해야 하나? 아무튼 직장 내 갑질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