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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AI 배우 등장과 노동조합의 반발

창작의 중심은 누구인가?

by sonobol





들어가는 말: 디지털 혁명의 그늘 아래서


2025년, 헐리우드의 조명 아래에서 한 '배우'가 데뷔했다. 그녀의 이름은 Tilly Norwood. 그러나 Tilly는 혈육을 가진 인간이 아니다. 네덜란드 AI 제작사 Particle6의 자회사 Xicoia가 개발한 완전 합성 AI 캐릭터로, 얼굴 합성, 모션 캡처, 음성 생성 기술의 정수이면서도 인간 연기자의 노동과 권리를 위협하는 상징적 존재다. 취리히 영화제 컨퍼런스에서 공식 발표된 그녀의 등장은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SAG-AFTRA(미국 배우·배경배우 길드-미국 TV·영화 예술인 협회)가 "Tilly는 배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예술성을 폄하하는 합성물"이라고 비판하며 반발을 선언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에밀리 블런트, 나타샤 리온 같은 스타 배우들이 SNS를 통해 "무섭다. 제발 멈춰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 쇼케이스가 아니다. AI 기술의 폭발적 발전이 미디어 산업의 노동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의 정점이다. 생성 AI(Generative AI)가 영화, 드라마, 광고의 창작 파이프라인을 침투하면서, 배우의 '몸'과 '감정'이 디지털화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기술적 혁신의 축제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예술의 본질을 둘러싼 전쟁터가 되었다. 본 칼럼에서는 Tilly Norwood 사례를 중심으로 AI 배우의 기술적 토대, 노조의 반발 쟁점, 제도적 대응 전략, 미래 전망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기술·노동·미디어의 교차점에서 제기되는 질문 "창작의 중심은 여전히 인간인가?"에 답을 모색하며, 한국 미디어 산업에 주는 시사점까지 탐구한다. 이 논의는 학술적 엄밀함과 비평적 시각을 균형 지어, 산업 전환의 다면성을 조명한다.


배경: AI 배우의 기술적 토대와 실재화 과정


AI 배우의 등장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딥러닝 기반의 생성 모델이 미디어 산업을 재구성해 왔다.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과 디퓨전 모델(Diffusion Models)은 대규모 데이터셋(수백만 장의 얼굴 이미지, 연기 영상)을 학습해 자연스러운 합성 이미지를 생산한다. 여기에 모션 캡처(Motion Capture) 기술이 결합되면, AI는 인간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눈썹의 살짝 올라감, 입술의 떨림—를 모방할 수 있다. 음성 합성(Voice Synthesis) 도구如 ElevenLabs나 Respeecher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감정 톤을 조절한 대사를 생성하며, 입 모양과 음성의 싱크로(Synchronization)를 95% 이상 정확도로 맞춘다.


이 기술은 이미 VFX(Visual Effects) 업계에서 검증되었다. 2023년 영화 《The Creator》에서 AI가 배경 인물을 생성한 사례처럼,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Tilly Norwood는 이 기술의 '진화형'이다. Particle6는 Tilly를 "완전 자율 AI 배우"로 포지셔닝하며, 텍스트 기반 시나리오 입력만으로 즉석 연기를 생성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데뷔 단편 《AI Commissioner》는 취리히 컨퍼런스에서 상영되었고, 제작비 90% 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일부 에이전시(예: CAA, WME)가 Tilly를 '클라이언트'로 고려 중이라는 보도는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Tilly의 기술적 배경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그녀는 Stable Diffusion과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하되, Particle6의 독점 데이터셋(합법적 라이선스 이미지 10만 건 이상)으로 파인튜닝(Fine-Tuning)되었다. 이는 딥페이크(Deepfake)의 윤리적 딜레마를 피하려는 시도지만, 비평가들은 "인간 연기의 '모사'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한다. 예술적 깊이의 부재—AI가 경험적 감정을 재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Tilly 사례는 AI 배우가 '보조 도구'에서 '주연 경쟁자'로 도약한 전환점을 상징한다. 2025년 기준, 글로벌 VFX 시장 규모는 500억 달러를 넘었고, AI 비중이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 흐름 속에서 헐리우드 스튜디오(Disney, Warner Bros.)는 AI를 '비용 최적화' 도구로 채택 중이지만, 이는 노동자와의 마찰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노조 및 연기자 반발: 인간 중심 창작의 수호


SAG-AFTRA의 반발은 Tilly 발표 직후 폭발적이었다. 2025년 9월 30일 성명에서 노조는 "Tilly Norwood는 배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예술성을 폄하하는 합성물로, 생생한 삶의 경험과 감정을 결여했다"라고 선언했다. 이는 2023년 스트라이크(148일 파업)에서 AI 관련 조항을 쟁취한 연장선이다. 노조는 AI 배우가 인간 영상·음성을 무허가 학습한 '도둑질' 결과물이라고 비판하며, 저작권·초상권(Publicity Rights) 침해를 핵심 쟁점으로 삼았다. "창작은 인간 중심이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AI를 '대체자'가 아닌 '보조자'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Equity 노조도 "AI는 툴이지 배우가 아니다"라며 동조했다. 스타 배우들의 목소리는 SNS를 통해 증폭되었다. 에밀리 블런트는 인스타그램에서 "이건 정말 무섭다. 우리의 노동이 디지털 그림자로 대체되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라고 호소했으며, 나타샤 리온은 "AI가 우리의 영혼을 훔친다"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반발은 에이전시 차원으로 확산되어, 일부 기관이 Tilly 계약을 거부했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다. SAG-AFTRA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AI 도입으로 5만 명의 연기 일자리가 위협받았고, 이는 중 저 연령 배우에게 치명적이다.


반발의 뿌리는 노동권 보호에 있다. 2023년 TA(Tentative Agreement)에서 AI 이미지 사용 시 사전 동의와 보상을 명시했지만, Tilly처럼 '완전 신규' AI는 기존 규정의 사각지대다. 노조는 이를 "디지털 착취"로 규정하며, 글로벌 캠페인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 관점이 교차한다: AI는 콘텐츠 생산성을 높이지만, 다채로운 인간 표현(인종·성별·연령 다양성)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핵심 쟁점: 기술 vs. 노동의 충돌


AI 배우 논쟁은 다층적 쟁점을 드러낸다. 아래 표는 노조 우려, 제작 측 반론, 현실 난제를 체계화한 것이다.



쟁점

노조/배우 쪽 우려

AI/제작 측 주장 또는 반론

현실적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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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대체

AI가 인간 배우의 배역을 뺏어 시장 잠식, 특히 초보·중견 배우 피해 심각

AI는 보조 역할(위험 장면, 배경) 중심 / 비용 절감으로 산업 전체 성장 유도

상업 흥행 가능성 예측 불가; Tilly처럼 에이전시 관심 시 대체 속도 가속화 가능



저작권·초상권 침해

인간 데이터 무허가 학습 / 딥페이크 기반 변용으로 권리 침해

라이선스 확보·데이터 정제 강조 (Particle6: "합법 데이터 100%" 주장)

법제도 미비; EU AI Act처럼 규제 강화 중이지만, 미국은 주별 차이 큼



계약·교섭 구조 붕괴

AI 계약이 노조 체계 외부에서 이뤄져 노동 보호 약화

일부 AI 프로젝트 노조 협의 포함 가능 / 새로운 계약 모델 제안

노조 통제력 약화; 글로벌 스튜디오(Netflix 등) AI 도입 속도 > 규제 속도



예술성·감정 진정성

AI 모사는 '진짜' 감정·경험 결여 / 관객 이입 어려움

AI 표현 범위 확대(무한 변형 가능) / 인간-AI 하이브리드 가능

문화·언어 변수; Tilly 단편 비평: "기술 완벽하나 영혼 부재"



윤리·사회적 책임

정체성 혼란·편향 재생산(데이터 편향으로 인종차별) / 사회 불평등 심화

"새로운 예술 형태" 포지셔닝 / 윤리 가이드라인 준수

사회 합의 부재; 소송 증가(2025년 AI 관련 소송 20%↑) / 대중 반감 변수


이 쟁점들은 기술(효율성), 노동(권리 보호), 미디어(콘텐츠 다양성)의 교차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저작권 쟁점은 2024년 Scarlett Johansson vs. OpenAI 소송(음성 유사성 침해)과 유사하다. 제작 측은 비용 절감을 앞세우지만, 노조는 "AI가 인간 노동의 가치를 0으로 만든다"라고 반박한다. 비평적 관점에서 이는 자본주의 미디어의 모순, 즉 혁신이 노동자를 소외시킨다.


제도적 대응과 전략: 균형의 모색


노조의 대응은 적극적이다. 첫째, AI 조항 강화: TA에 "이미지·음성·모션 데이터 활용 시 사전 동의·보상 의무"를 삽입. SAG-AFTRA는 2025년 재협상에서 이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

둘째, 감시 메커니즘: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 요구, 침해 시 배상 체계 구축.

셋째, 교섭력 확대: AI 프로젝트 사전 협의권 확보, 스튜디오와의 연대(예: WGA 작가 노조와 공동 캠페인).

넷째, 여론 형성: #HumanFirst 해시태그 캠페인으로 대중 인식 제고, 감독·작가와의 연대.


제작사·기술기업의 전략은 상반된다. Particle6 CEO Van Der Velden은 인스타그램에서 "Tilly는 창작물이지 착취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윤리 설계(데이터 라이선스 공개)를 강조했다. 보완 역할 강조(조연 한정), 수익 배분 모델(수익 10% 노조 기금), 점진 도입(배경 역할부터)이 핵심이다. 예: Disney의 AI VFX 가이드라인처럼 투명성 확보.


법제도 측면에서 EU AI Act(2024 시행)는 고위험 AI(합성 미디어)에 라벨링 의무를 부과한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AB 1836(초상권 보호)처럼 주별 규제가 있지만, 연방법 정비가 급선무다. 노동법 강화(AI 도입 시 노사 협의 의무), AI 윤리 기구 설립(UNESCO 가이드라인 기반)이 필요하다. 국제 조화—할리우드 vs. 볼리우드 vs. K-콘텐츠—도 과제다.


전망 및 리스크: 불확실한 미래 지형


가능성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보조 공존: AI가 VFX·배경 역할로 안착, 인간 중심 유지(확률 50%). 노조 협의가 성공적일 경우. 둘째, 부분 대체: 웹 시리즈·광고에서 주연 AI 확대(확률 30%). Netflix처럼 비용 압박 강한 플랫폼 주도. 셋째, 거부 반작용: 관객 냉담(설문: 70% "AI 배우 불편")으로 상업 실패(확률 20%)


리스크는 중대하다. 소송 폭증(2025년 AI 권리 소송 500건 예상), 업계 분열(파업 재발), 창작 동질화(AI 스타일 표준화로 다양성 상실), 윤리 왜곡(편향 재생산). 비평적으로, 이는 포스트휴먼 미디어의 딜레마, 기술이 인간성을 초월할 때 예술은 무엇인가?를 제기한다.


한국 미디어 산업에 주는 시사점: 국내 맥락의 재고


한국 드라마·영화 산업은 이 파장을 직면 중이다. 2024년 CJ ENM의 AI VFX 실험(《파묘》 배경 생성)이 호평받았으나, 한국배우노조(KOBA)는 "초상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국내 저작권법(제123조 초상권)은 미국만큼 세밀하지 않으며, 연예 계약은 AI 조항 미비다.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넷플릭스 20% 점유)을 위해 AI 도입은 불가피하지만, 노조 대응이 시급하다.


전략 제안: 첫째, KOBA TA에 AI 동의 조항 삽입. 둘째, 데이터 윤리 가이드라인(방송통신위원회 주도). 셋째, 국내 사례 연구: 2025년 tvN 드라마 AI 더블 테스트처럼 하이브리드 모델 검토. 리스크: 소송(아이돌 이미지 무단 사용), 대중 반감(설문: 60% "인간 배우 선호"). 글로벌 흐름(할리우드 TA 벤치마킹)으로 한국형 규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결론: 원칙의 재정립을 향해


Tilly Norwood의 등장은 헐리우드의 분기점이다. AI 배우는 기술의 승리이지만, 노동조합의 반발은 인간 창작의 수호다. 이 갈등은 "창작 중심은 누구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노조는 권리 재정비를, 제작사는 윤리 전략을, 정책 입안자는 균형 규제를 통해 응답해야 한다. 미래는 공존의 길—인간과 AI의 하모니—을 선택할지, 대립의 늪에 빠질지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전환에서 소외되는 노동자를 위한 목소리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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