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과 글로벌 지정학 전략
서론: 전쟁 위기 속 트럼프의 미소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 긴장 속에서 유독 여유를 보이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블러핑처럼 보이는 그의 움직임은 사실 일종의 '꽃놀이패'에 가깝다. 무력시위를 통한 압박, 군수산업 부양, 연준 압박 등 다층적인 전략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는 전쟁 가능성을 카드로 활용해 정치·경제적 목적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 복잡한 국면을 다층적으로 해부한다.
제1장: 트럼프의 군사적 카드 — B-2와 무력시위
B-2 스피릿 전략폭격기: 전술과 상징성
B-2는 미국의 전략자산 중 가장 위협적인 전력으로, 스텔스 능력을 갖춘 고공 침투용 전략폭격기다. 트럼프는 이 기체를 수차례 언급하며 이란에 대한 무력시위를 언급해 왔다. 2025년 6월 현재, 괌과 사우디아라비아 기지 인근에서의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도 미 국방부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는 정보가 언론을 통해 포착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블러핑'이 아닌 실제 작전계획(RSO) 단계로의 전환 가능성도 시사한다. B-2의 전개는 단순한 군사적 압박을 넘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최고 지도부까지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심리적 공포를 극대화하는 상징적 조치이다.
이란 타격의 경제적 효과
무력충돌이 단행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공급망이 위협받아 유가가 급등하게 된다.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미국 내 셰일오일 산업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긍정적인 신호이며, 텍사스, 노스다코타 등 핵심 경합주에 위치한 에너지 산업 종사자들에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크다. 동시에, 이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목표해 온 연준의 금리인하 압박 명분을 확보하려는 교묘한 의도와도 맞물려 있다.
제2장: 연준 압박 —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의 칼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의 갈등은 그의 정치 전략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트럼프에게 연준은 경제 성과를 통제하고 자신의 재선을 방해하는 '딥 스테이트'의 일부로 인식된다. 그는 지속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금리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해 왔다.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이 해묵은 갈등에 새로운 불을 지피는 완벽한 촉매제다.
유가 급등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전쟁 발발 시 국제 유가는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폭등할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다. 특히 미국 경제는 운송 및 제조 비용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게 되며, 이는 곧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온다는 점이다. 즉, 경기는 침체하는데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트럼프의 양동작전: "파월의 실책" 프레임
이 지점에서 트럼프의 '꽃놀이패'가 위력을 발휘한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책임을 연준에 돌릴 완벽한 명분을 얻는다.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전개될 것이다.
* 사전 경고 무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란은 감히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 행정부의 유약함이 전쟁을 불렀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현 행정부의 탓으로 돌림)
* 연준의 정책 실패: "제롬 파월은 내가 수년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너무 높게 유지했다. 경제가 튼튼했다면 이 정도 외부 충격은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파월의 고금리 정책이 미국 경제를 취약하게 만들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자초했다." (경제 위기의 책임을 연준으로 전가)
* 금리 인하 강요: "지금이라도 당장 금리를 대폭 인하하여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한다. 파월이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미국 경제는 파탄 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저금리 정책을 위기 극복의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
이러한 프레임은 경제적 논리를 넘어선 정치적 선동에 가깝지만, 경제적 고통을 겪는 대중에게는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트럼프는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를 활용해 연준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경제를 구할 유일한 리더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면 경기 침체의 원흉으로, 인하하면 자신의 압박에 굴복한 무능한 인물로 만들 수 있는 양수겸장의 카드다.
제3장: 지정학적 판 흔들기 — 새로운 중동 질서의 설계
트럼프의 전략은 단순히 연준 압박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이는 '아브라함 협정'의 연장선에 있는 거대한 구상이다.
미국-이스라엘-수니파 연합 강화
이란의 위협이 고조될수록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수니파 왕정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미국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트럼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들 국가와의 안보 동맹을 강화하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기 판매 계약을 추진할 것이다. 록히드 마틴의 F-35, 레이시온의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시스템, 노스롭 그루먼의 첨단 감시 자산 등이 주요 판매 품목이 될 것이다. 이는 군수산업 복합체라는 강력한 국내 지지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벨트를 완벽하게 고립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중국과 러시아의 딜레마
이란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서 중동의 핵심 파트너이며, 러시아의 군사적 동맹국이다. 중동에서의 전면전은 이들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을 안겨준다.
* 중국: 중동의 불안정은 원유 수입의 50% 이상을 의존하는 중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또한, 전쟁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좌초를 의미한다. 이란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니 미국과의 전면적인 경제 전쟁을 각오해야 하고, 방관하자니 그동안 쌓아온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잃게 되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력이 소진된 러시아가 중동에서 또 다른 전선을 감당할 여력은 거의 없다. 이란을 돕지 못한다면 동맹으로서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시리아 등에서의 영향력도 약화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 충돌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한계를 드러내고, 이들이 우크라이나나 대만 문제에 집중할 여력을 분산시키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제4장: 국내 정치의 꽃놀이 — '강한 지도자' 프레임 구축
모든 지정학적 전략의 최종 목표는 국내 정치에서의 승리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갈등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전시 대통령' 효과와 지지층 결집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현 지도자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깃발 결집 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가 나타난다. 트럼프는 B-2 폭격기 전개와 같은 강경한 조치를 통해 '결단력 있는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는 그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 복음주의 유권자들을 열광시키는 동시에, 안보 불안을 느끼는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정적(政敵)과 언론 공격의 소재
갈등 국면에서 평화적 해결이나 외교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유약함' 또는 '반미(反美)'로 매도되기 쉽다. 트럼프는 민주당과 주류 언론을 '이란의 편을 드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강경 노선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이는 국내의 정치적 논쟁을 안보라는 단일 이슈로 수렴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미국의 안전과 이란의 평화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와 같은 이분법적 질문을 통해 모든 비판을 무력화시킨다.
결론: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이름의 전략
트럼프의 대(對)이란 전략은 일견 충동적이고 위험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겹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정교한 '꽃놀이패'가 자리 잡고 있다.
* 전쟁이 일어나면: 그는 '강력한 전시 지도자'가 되어 군수산업을 부양하고, 유가 급등을 빌미로 연준을 압박하며, 중동의 지정학적 판도를 재편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린다.
* 전쟁 없이 이란이 굴복하면: 그는 무력시위만으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세기의 협상가'가 되어 노벨 평화상까지 넘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현실 정치에서 증명하는 최고의 성과가 될 것이다.
* 긴장 상태가 교착되어도: 그는 지속적으로 안보 이슈를 제기하며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고, 모든 경제적 문제의 책임을 연준과 현 행정부에 돌리며 이득을 볼 수 있다.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트럼프에게 있어 그 어떤 결과가 나와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완벽한 정치적 게임의 장(場)이 되었다. 그는 예측 불가능성을 무기로 세계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그 혼돈 속에서 가장 확실한 승리를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여름, 중동의 화약고에 붙은 불은 전 세계를 태울 거대한 화마가 될 수도, 혹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위한 화려한 불꽃놀이가 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기로에 서 있다. 필자는 수개월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