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 패권 경쟁
AI 시대의 국가전략 인프라 – 송전망 패권
서론: 전기 없이 AI는 없다.
21세기 중반, 인공지능은 군사·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AI 주권’을 가능케 하는 근간에는 연산 자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전력 공급망이다.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 Invenergy의 CEO 마이클 폴스키는 “송전망 없이는 AI 패권도 없다”라고 단언하며, 110억 달러 규모의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 ‘Grain Belt Express’를 추진 중이다. 그의 경고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본 보고서는 인공지능 경쟁력과 송전 인프라 간의 결정적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미국의 노후 송전망이 야기하는 구조적 병목과 향후 전략적 대응 방향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1. 인공지능 시대의 전력 수요 패턴 변화
1.1.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괴물화’
AI 데이터센터, 특히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GPU 팜은 상상을 초월하는 전력을 소모한다. GPT-4를 운영하기 위한 한 개의 데이터센터는 수백 메가와트(MW) 이상을 요구하며, 이는 소형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공급하는 수준이다.
항목 수치 (2025 기준)
GPT-4 훈련 시 총 소비 전력 약 1.2 GWh
H100 GPU 1개 전력소비량 700W 이상
1만 개 GPU 팜 운영시 7MW (24시간 기준: 168 MWh)
Microsoft Azure AI 클러스터 최대 1GW 이상 소모
> “하이퍼스케일 AI 클러스터 1개는 중소도시 전체 전력소비량과 맞먹는다” - DOE
1.2. 연산 집중화 vs 송전 분산화의 충돌
전통적 전력망은 수요가 지역별로 분산되고, 생산-소비가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구조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AI 연산 수요는 특정 지역(Hyperscaler Zone)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기존 인프라로는 대응 불가.
예: 오하이오주, 오클라호마주, 텍사스 Austin 등은 Microsoft, Google, Amazon의 AI 팜 집결지
주변 송전망 과부하 및 접속 지연: 최대 5~7년 허가 대기
일부 AI기업은 자체 발전소 건설 시도 (예: Fusion, 소형 원자로, 천연가스 터빈)
2. 미국의 송전 인프라 현황
2.1. 노후화된 송전망 구조
미국의 송전망은 크게 세 개로 분리되어 있으며, 이들 간 연계는 극도로 제한적이다.
동부 전력망 (Eastern Interconnection)
서부 전력망 (Western Interconnection)
텍사스 전용 전력망 (ERCOT)
이 구조는 20세기 중반 산업 구조에 맞춰 설계된 것으로, 오늘날 AI 산업의 초집중식 전력 수요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 미국 내 송전망 평균 사용 연수: 40~60년, 일부는 100년 이상 사용 중
2.2. 초고압 송전망(HVDC)의 미비
HVDC(고압 직류송전)는 장거리·대용량 송전이 가능하여 AI 인프라에 최적이지만, 미국 내 HVDC망 비중은 전체 송전망의 1% 미만에 불과하다.
구분 HVDC 설치 현황 (2024 기준)
중국 35개 노선, 총 42,000km 이상
유럽 북해 HVDC 연결망 구축 중
미국 5개 노선, 대부분 제한적 연결
인도 9개 HVDC 노선 (800kV 이상)
> 중국은 이미 AI 도시별 초고압 망을 구축해 초지능 시대 전력 주권을 선점 중
3. AI 전력망 전환이 국가전략인 이유
3.1. AI = 전기, 전기 = 인프라
AI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전력 기반 인프라다. AI 연산은 정전 1시간에도 치명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훈련 중단 시 데이터 유실과 재학습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연산 중단 피해 시나리오 비용 추정
GPT-4 훈련 중 24시간 정전 수백만 달러 이상
실시간 AI 에이전트 서비스 마비 수천만 사용자 영향
AI 금융거래 인프라 중단 국가 경제 혼란 초래 가능
3.2. 디지털 주권과 에너지 주권의 동기화
데이터센터가 외국인 자본(예: 사우디, 일본, UAE)에 의해 통제될 경우, 전력망-연산망-국가안보 연계 우려 발생
AI 군사 시스템은 전시에도 중단 없는 전력망 필요.
소형 원자로(SMR), 융합로 등 자가발전형 AI 클러스터 구상 등장
4. 미국 내 송전망 재편의 정치·규제 장애
4.1. 주 정부 간 이견
미국은 연방국가이며, 송전망 구축은 주정부 허가 + 토지사용권 + 환경평가가 동시에 필요하다.
> Grain Belt Express는 미주리주 의회 반대로 6년 이상 지연
4.2. NIMBY(NOT IN MY BACKYARD) 문제
송전선 통과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각한 사회적 장애로 작용.
경관 훼손, 농지 손실, 전자파 위험 등에 대한 우려
대체 노선 및 지하화는 비용 증가로 이어짐
4.3. 연방정부의 전략 부재
DOE(에너지부)는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된 전력망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 부재. 국방부, 상무부, 에너지부 간 전략 연계성도 미흡.
5. 글로벌 경쟁국 현황: 송전망 vs AI 역량
중국
100% 국영 송전망 (State Grid)
초고압 DC망 전국 연결
AI-에너지-산업망 통합 설계 (중국제조 2025 계획)
AI 연구기관도 전력망과 함께 배치 (BATAI, Baidu Apollo 등)
유럽
EU 단일 전력망 (ENTSO-E)
풍력·태양광 지역 간 전송 유연화
AI 데이터센터 수용 위한 인프라 선제 구축
한국
상대적으로 고도화된 전국망
그러나 AI 전력 수요 폭증 시 HVDC 부족
송변전 인프라 확장 속도는 규제와 민원으로 느림
6. 전략 제언: AI 송전망 패권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
6.1. 초고압 AI 그리드 계획 수립
DOE와 NERC 중심의 AI-Grid Task Force 신설
AI 수요 예측 기반 송전망 구축 우선순위 재설계
6.2. HVDC 인프라 10년 프로젝트
동부-서부-텍사스 그리드 연결
AI 클러스터 전용 송전선 구축 (Grain Belt Express 확대)
6.3. 연방-주정부 협의체 통합
토지허가, 환경영향평가 통합 프로세스
송전망 관련 민간 자본 진입 유도
6.4. 인공지능 특구 내 ‘자가 발전소’ 유도
SMR(소형 원자로), 천연가스 터빈, 수소 발전
에너지 자급형 AI Zone 구축
결론: AI는 전기를 먹는 괴물이며, 송전망은 전장의 보급선이다.
인공지능 전쟁은 무형의 알고리즘 전쟁이 아니라, 물리적 기반 인프라 경쟁이다. 미국은 이미 AI 알고리즘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이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송전망 패권’을 국가전략으로 격상해야 한다. 송전망은 더 이상 단순한 유틸리티 인프라가 아니라, 디지털 주권의 기반이자 AI 생태계의 혈관이다. 전력이 없으면 데이터도, 연산도, 주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