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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그리 돈벌이에 집착하는가?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 개인의 신분·안정

by sonobol




서론


한국 사회에서 ‘돈벌이’는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 개인의 신분·안정·행복을 좌우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왜 한국인은 유독 ‘경제적 성공’에 집착하는가? 이는 역사적 경험, 제도적·문화적 구조, 경제적 현실,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입니다. 아래에서는 각 요인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문화적 대안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I. 역사적 배경

1. 식민지 경험과 분단의 트라우마
일제강점기(1910~1945)는 한국인에게 ‘경제적 자주성’ 상실의 상처를 남겼습니다.

식량난과 물자 부족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경제력 확보가 곧 국가와 개인의 존립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2. 압축 성장과 ‘한강의 기적’
1960~8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단기간에 부를 일구면 인생을 보장받는다’는 공식이 사회 전반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3. 발전 모델로서의 경제성장 집착
노사 분쟁과 민주화 운동 속에서도 “일단 경제를 살리자”는 명제가 우선시 되었습니다.

이 같은 논리는 개인·기업·국가 차원에서 모두 ‘성장과 부의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만들었습니다.



II. 제도적·사회구조적 요인

1. 경쟁적 교육제도와 학벌주의
대입 정원 제한(전국 35만 명 내외)으로 고교 서열화 심화 → 명문대 진학률이 곧 소득 기대치로 직결.
과도한 사교육비(가구당 월평균 50만 원 초과) 지출은 곧 ‘투자 대비 효용’이라는 사고를 강화.

2. 노동시장 구조
이중 구조: 대기업·공무원 등 ‘정규직 안전판’ vs.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의 불안정.
고용 불안정은 ‘여분의 소득원(투잡·부업·투자)’ 확보 압박으로 이어짐.

3. 주택·부동산 시장
주택 가격 상승률(지난 20년간 전국 평균 5% 이상): 자산 축적 수단으로써의 부동산 비중 과도.
전·월세 가격 상승 → ‘내 집 마련’에 실패할 경우 여생 불안 가중.


III. 문화적·심리적 요인

1. 유교 전통과 체면 문화
유교적 ‘집안의 번영’ 개념은 부(富) 축적을 곧 ‘효(孝)’와 연관 짓는 경향을 강화.
체면 유지 차원에서 “내 집 한 칸” 마련, 자녀 명문대 진학이 곧 가문의 위상

2. 집단주의와 비교 심리
한국인은 개인 성과를 사회적 맥락에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해, ‘타인 대비 자산’이 곧 자신감의 지표가 됨.
SNS와 미디어의 과시 소비문화가 열등감과 경쟁 심리를 부추김.


3. 성공 스토리의 신화화
언론과 드라마에서 ‘수저 계급론’·‘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 내 투자)’ 등 극단적 사례가 미화.
“극한의 노력만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메시지가 사회에 확산.


IV. 경제적·구조적 요인

1. 복지 체계의 한계와 ‘자기 책임’ 강화
OECD 평균 대비 낮은 공적 복지 지출(국내총생산 대비 약 12% 수준).
실업급여, 노인 빈곤율(65세 이상 노인 중 40% 수준) 문제로 개인의 위험 회피 수단으로써 돈벌이 집착 심화.

2. 자본시장 발달과 ‘투자 문화’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빠르게 확산.
“자본 증식이 곧 금고 방패”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금융 스트레스가 노동 스트레스와 병행.


3. 고령화와 세대 간 불균형
초고령사회 진입(2025년 추정)으로 인구 부양 부담 가중.
젊은 세대는 ‘노후 대비’와 ‘자녀 교육비’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살면서 돈벌이에 매달림.



V. 심리·사회적 영향

1. 과로 문화(過勞) 확산
OECD 1인당 연간 노동시간 한국 1,900시간 이상(프랑스·독일 대비 400시간 이상 많음).
저녁·주말에도 업무에 매달려야 한다는 ‘성과주의’ 압박.

2. 정신건강 문제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수 지속 증가.
금융 스트레스는 가계부채(총 가계신용 잔액 약 1,900조 원)와 맞물려 사회문제로 대두.

3. 과시 소비와 대외 지출
명품·해외여행·고급 레저 문화 확산.
카드 사용액 중 ‘여가·문화’ 비중 급증 → 소비 지출 구조 왜곡.


VI. 비교문화적 시각

1. 일본과의 비교
일본도 전후 압축 성장이 있었지만, 장기 불황(失われた 30年) 이후 소비 절제 문화가 자리잡음.
한국은 아직 ‘성장 모멘텀’에 대한 집착이 덜 해소된 상태.

2.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
스웨덴·노르웨이 등은 고세율·고복지로 ‘사회 안전망’이 개인의 저축 부담을 완화.
한국은 복지 지출 증가율이 낮아 상대적 박탈감 지속.

3. 신흥국과의 대비
중국·인도 등도 경제성장 기간에 ‘돈벌이 집착’이 강했으나, 최근 중산층 확대와 복지 강화로 완화 국면.


VII. 정책적·문화적 대안

1. 복지 제도 강화
기초연금 확대, 실업급여 체계 개편, 의료비·교육비 공적 지원 확대로 ‘생존 불안’ 해소.
세금·복지 재정 전용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

2. 교육 개혁
수능 절대평가 확대, 직업교육·평생학습 제도 활성화.
과도한 사교육비 억제를 위한 공교육 질 제고, 온라인 공개강좌 확대.

3. 일·생활 균형(워라밸) 문화 확산
주 4.5일 근무제, 재택·유연근무 확대.
기업의 성과 중심 평가에서 과정·휴식 평가로 전환 유도.

4. 금융 리터러시 교육
금융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도입.
청소년 금융·경제 교육 필수화로 ‘불필요한 금융 위험’ 회피.

5. 문화 전환 캠페인
다양한 성공 모델 발굴·홍보(예: 비영리, 예술가, 자원봉사자 등).
‘돈이 전부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미디어 콘텐츠 제작.


결론
한국인의 ‘돈벌이 집착’은 전후 극심한 생존 압박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와, 교육·노동·주거 구조, 유교적 가치관, 미흡한 복지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의 ‘마인드셋’을 문제 삼기보다, 제도적 안전망 강화, 교육·노동 개혁, 문화적 패러다임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쌓일 때,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돈벌이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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