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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된 경쟁 시대의 글로벌 패권 재편

미중 대립이 그려내는 새로운 세계질서

by sonobol





서론: 초연결에서 분열로, 새로운 게임의 시작


세계화의 종말과 결합된 경쟁의 등장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초연결 세계화(Hyper-Globalization)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구조적 대립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분리(Decoupling)를 넘어서는 현상입니다. 오히려 깊은 상호의존성 자체가 전략적 무기로 활용되는 '결합된 경쟁(Coupled Competition)'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미국은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과 첨단 기술이라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 '병목(Chokepoint)'을 장악하며, 중국은 희토류와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현재, 미중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관세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2일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90일 더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로써 휴일 시즌을 앞둔 미국 소매업체들의 우려를 일시적으로 해소했지만, 근본적인 구조적 경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중국 상품에 5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 상품에 1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세 체계는 2025년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명명된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 부과 이후 형성된 것으로, 미국의 평균 적용 관세율을 27%까지 끌어올려 10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본 칼럼은 이러한 거대한 전환기의 핵심을 지정학적 경쟁, 경제·기술 패권 다툼, 그리고 통화·금융 전쟁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분석하고, 향후 10년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IT 및 미디어 전문가의 관점에서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경쟁 양상과 미래 전망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겠습니다.


제1부: 지정학적 체스판의 재편


글로벌 패권 경쟁의 새로운 양상


전략적 경쟁의 심화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과거 '관여(Engagement)' 정책에서 벗어나 중국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이념과 가치, 그리고 미래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면적 경쟁으로 발전했습니다. 미국은 동맹 네트워크의 복원과 강화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견제하는 '전략적 경쟁'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 QUAD(미국·일본·호주·인도), AUKUS(미국·영국·호주) 등 다층적 동맹 체계를 구축하며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쌍순환(Dual Circulation)'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내 순환'과 대외 개방을 통한 '외순환'을 결합하여 외부 압력에 대한 경제적 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14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자급자족 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한 일대일로(BRI),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등을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안적인 체계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영향력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긴장의 고조


대만 해협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적 인화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주변 군사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만을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며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속하고 있으며,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하되 실질적으로는 대만 방어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측의 군사적 준비는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의 회색지대 전술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이 해경과 해상 민병대를 동원한 '회색지대(Gray-zone)' 전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면적인 군사 충돌을 피하면서도 기정사실을 만들어 나가는 전략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의 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을 지속하고 있으며, 일본, 필리핀 등과의 3자 및 다자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얽힘을 통한 억제(Deterrence by Entanglement)' 전략을 통해 중국의 군사적 행동 문턱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핵 정책의 변화와 미래 전망


미국의 핵 정책 재검토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현재 미국의 핵 전략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냉전 종료 이후 미국의 핵 보유량이 85% 감소했으며, 현재 보유 중인 1,700개의 핵탄두는 모두 냉전 시기의 유물로 가장 최신 것도 35년 이상 된 것들입니다. 헤리티지 재단은 핵무기의 수량보다는 질과 전술적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소형 전술 핵무기 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전면전을 제외한 소규모 핵 전투에 대한 대응 카드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핵 확장과 전략적 함의


중국은 급속한 핵 프로그램 확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략사령부 사령관은 최근 중국이 "숨 막히는 핵 돌파구"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과거 소련-미국 냉전 시기를 제외하면, 중국의 핵 확장 속도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선제 불사용 원칙"에도 허점이 존재합니다. EMP(전자기펄스) 공격이나 자국 영토로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지역에서의 작전을 통해 이 원칙을 우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핵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국방 예산 증가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빅테크 기업들, 특히 AI와 우주 기술을 보유한 엔비디아, 스페이스 X 등이 국방 관련 매출에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정책 제안은 공화당 행정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핵무기 교체와 방어 시스템 강화가 핵심입니다.



제2부: 경제·기술 전쟁의 최전선


관세 전쟁의 현황과 전망


2025년 관세 협상의 실상


2025년 8월 현재의 관세 휴전은 표면적인 안정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습니다. 트럼프 1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 가정의 연말 소비 시즌이 중간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입니다. 2018년 관세 부과에서 2020년 1월 최종 합의까지의 패턴이 2025년에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문의 마지노선"인 5월 물밑작업, 그리고 "수입의 마지노선"인 12월 최종 협상이라는 사이클이 명확히 보입니다. 베스트 재무장관의 5월 발언은 중국과의 '주문 개시'를 위한 공개적 신호였습니다.


현재의 90일 관세 휴전은 11월 10일에 만료됩니다. 이는 미국의 중간선거와 연말 소비 시즌을 고려한 정치적 타이밍입니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12월 소비 시즌을 앞두고 최종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언급한 "여러 단계로 진행될 과정"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단계적 협상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5월 주문 개시, 10월 수입 준비, 12월 최종 합의라는 사이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의 우회 전략과 미국의 대응


중국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관세를 회피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샤오홍슈(小紅書) 등 중국 플랫폼에서는 말레이시아를 통한 우회 운송, 라벨과 원산지 증명서 교체, 고가와 저가 상품 혼합을 통한 평균 비용 인하 등의 방법이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도 이러한 우회 시도에 대해 이미 조치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특히 'de minimis' 면세 한도 조정과 원산지 규정 강화를 통해 중국의 우회 전략을 차단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공급망의 해외 이전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습니다. 테무, 쉬인 등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 것은 허용하되, 공급망만은 절대 중국 밖으로 옮기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는 중국이 여전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로의 일자리 이전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으로의 제조업 이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내부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 부동산 부문의 침체, 디플레이션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습니다. 중국이 경제 지표를 비공개 처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내부 어려움을 반영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위성 데이터, 전력 소비량, 철도 이용량 등 대체 지표를 통해 중국 경제를 분석하고 있는 것은 공식 통계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보여줍니다.


반도체 패권 전쟁


미국의 기술 봉쇄 전략


반도체는 현재 미중 기술 경쟁의 최전선입니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반도체 제조 장비(SME), 그리고 설계 소프트웨어(EDA)의 대중국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AI 개발과 첨단 제조업 발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전략입니다. 특히 AI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컴퓨팅 칩에 대한 수출 통제는 중국의 기술 발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또한 네덜란드, 일본 등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반도체 장비와 소재에 대한 포괄적 통제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현재, 중국은 자국 기업들에게 엔비디아 칩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한 대응이자, 자체 기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커플링' 시도는 중국 기업들의 AI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AI 경쟁에서 몇 개월의 지연도 결정적 열세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러한 선택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기술 자립 가속화


그러나 이러한 봉쇄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중국은 47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자체 AI 칩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어센드 910C 칩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중국 자체 기술의 상징적 성과로 평가됩니다. 더 주목할 점은 중국이 광자 칩(Photonic Chip)과 같은 '도약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기술을 우회하여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직접 도약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중국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광자 칩과 양자컴퓨팅 기술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패러다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도약 기술'에서 중국이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다면, 현재의 반도체 패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은 아직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기존 반도체 기술에서의 경쟁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망 재편의 가속화


효율성에서 회복탄력성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저비용 효율성을 추구했던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중시하는 다변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종합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넘어 '지역별 공급망 분산'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불안한 휴전 상태를 유지하며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의 상시화'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급감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저비용의 '효율성' 대신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중국의 공급망 유지 전략


중국 정부는 제조업 공급망의 해외 이전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습니다. 테무, 쉬인 등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 것은 허용하되, 공급망만은 절대 중국 밖으로 옮기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는 중국이 여전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로의 일자리 이전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으로의 제조업 이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패권


중국의 전략적 대응


미국의 125% 보복 관세에 대해 중국은 추가 관세 부과 대신 희토류 수출 제한이라는 비관세 장벽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중국이 제재한 기업들은 주로 드론 관련 업체들로, 미사일이나 전투기 제조업체 등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아픈 곳'은 피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전면적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현재 13개월분의 희토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의 단기적 수출 제한이 즉각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협정과 희토류 다변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체결한 협정을 통해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희토류 차원을 넘어서는 전략적 의미를 갖습니다.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의 참여, 그리고 이를 통한 유럽-우크라이나-미국 간 경제적 연결 강화가 더 중요한 목적일 수 있습니다.


미국 기술 패권의 지속 가능성


레이 달리오 예측의 오류


헤지펀드 거물 레이 달리오가 예측했던 '중국의 미국 추월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달리오는 거시 경제 사이클과 패권 전환 주기에 과도하게 의존한 분석을 했으며, 미국이 보유한 다음과 같은 강력한 자산들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빅테크의 강력한 데이터 플랫폼과 생태계, 반도체 설계와 제조 장비에서의 압도적 헤게모니, 전 세계 고급 인재들을 흡수하는 블랙홀 효과, AI 기술의 비선형적 발전 속도와 선도적 지위, 혁신, 창의성, 개인의 이익을 보장하는 문화적 우위, 글로벌 소프트파워와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매력.


기술 발전이 주도하는 패권 경쟁


21세기 패권 경쟁의 핵심은 기술입니다. 군사력이나 경제 규모보다는 핵심 기술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양자컴퓨팅, 생명공학, 우주 기술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선도적 지위는 공고합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혁신 생태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 그리고 벤처캐피털 시스템은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미국만의 독특한 자산입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며 패권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레이 달리오의 예측은 완전히 틀렸다. 먼저 거시 매크로 사이클과 패권 전환 주기에 지나치게 매몰됐던 것 같고, 미국이 가지고 있는 다음의 수많은 강력한 자산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기술 발전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임이 명확하고, 기술에 대한 이해를 외면하면 제대로 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다. 더불어 앞으로 AI와 로봇에 급진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국가는 생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많이 걱정된다.


제3부: 통화·금융 전쟁의 새로운 차원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


위안화 국제화의 현실과 한계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시스템인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자본 계정의 완전한 개방 없이는 진정한 국제 기축통화로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금융 안정성과 통제력 유지를 위해 자본 계정 개방에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어, 위안화의 국제화 속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채 덤핑을 하지 않는 이유


중국이 보유한 대량의 미국 국채를 덤핑 하여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전략을 구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는 깊은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러시아가 중국에게 미국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대량 매각하여 미국 경제 위기를 악화시키자는 제안을 했으나, 중국의 왕치산 부총리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미국과의 공생 관계를 택했으며, 이는 현재도 유효한 전략적 판단입니다.


중국이 미국채 덤핑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이 완전히 붕괴할 경우 중국도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됨, 위안화 급등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상실, 미국의 전면적 보복 시 연준과 행정부가 합세할 가능성, 중국 자체의 금융 시스템 불안정 초래 위험. 최근 미국이 장기채로 흔들렸기에, 한 번쯤 넘어지게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미국을 보내버릴 수는 없습니다. 넘어지는 순간, 대립하던 연준과 트럼프는 힘을 합쳐, 넘어뜨린 상대를 제압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테니까요. 그리고 중국은, 그때보다 더 잃을게 많아졌습니다.


장기채 상황의 심각함으로 트럼프를 멈춘 사람은, 베센트 재무 장관입니다. 마진콜과 일본의 민간 금융의 장기채 매도세는, 미국 경제 리스크의 임계치를 돌파할 뻔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이 노출된 약점을 중국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일부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지만, 중국은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화폐 혁명의 두 가지 길


민간 주도 혁신: 미국의 디지털 달러 전략


미국은 민간 주도의 디지털 화폐 혁신을 통해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현물 ETF 승인은 암호화폐를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USDT, USDC 등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며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영향력을 디지털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시키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GENIUS 법안 등을 통해 이를 규제하면서도 활용하는 '달러 패권 2.0'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국가 주도 혁신: 중국의 CBDC 전략


중국은 정반대의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e-CNY(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국가가 직접 디지털 통화 시스템을 통제하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e-CNY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CBDC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의 활용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경제 시대의 통화 주권을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엠브리지: 게임 체인저의 등장


MVP 단계 도달의 의미


2024년 중반, 프로젝트 엠브리지(mBridge)가 최소기능제품(MVP)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국제 금융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지정학적 변화일 수 있습니다. 엠브리지는 중국, UAE,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홍콩 등이 참여하는 도매용 CBDC 플랫폼으로, 달러와 SWIFT를 완전히 우회하는 실질적인 비달러 결제망입니다.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여는 이 프로젝트의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했습니다.


기술적 혁신과 전략적 함의


엠브리지는 분산원장기술(DLT) 기반의 전용 블록체인인 'mBridge Ledger'를 통해 실시간 P2P 국경 간 결제와 외환 거래를 지원합니다. 기존 국제 송금이 며칠이 걸리던 것을 몇 초 만에 완료할 수 있으며, 24시간 운영이 가능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이 달러나 SWIFT 없이도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참여국들은 자국의 CBDC를 직접 교환할 수 있어, 미국의 금융 제재나 달러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는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확립된 달러 중심 국제 금융 질서에 대한 근본적 도전입니다.


글로벌 금융 질서의 분화 가능성


엠브리지의 성공적 운영은 글로벌 금융 질서의 분화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달러 중심의 서구 시스템과 CBDC 기반의 대안 시스템이 병존하는 '이중 궤도'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금융 제재를 우려하는 국가들이나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국가들에게 엠브리지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SWIFT에서 배제된 러시아 은행들의 사례는 이러한 대안 시스템의 필요성을 부각했습니다.


엠브리지 프로젝트의 성공은 다른 국가들의 CBDC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국의 금융 제재를 우려하는 국가들이나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국가들의 참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중앙은행도 디지털 유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영국 등도 CBDC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다극화된 디지털 통화 시스템의 등장을 예고합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USDT, 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각국 정부는 자국 통화 주권 보호를 위해 CBDC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궁극적으로 디지털 화폐 시장의 세분화와 다양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용도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디지털 화폐가 사용되는 복합적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4부: 2025년 하반기 전망과 투자 시사점


관세 협상의 다음 단계


11월 데드라인의 전략적 의미


트럼프 1기 때의 스케줄을 보면, 2018년 관세 부과 → 2019년 5월 갈등 심화 → 8월 관세 연기 → 10월 원칙 합의 → 12월 최종 합의 → 2020년 1월 체결 패턴이 보입니다. 핵심은 '선거'입니다. 만족스러운 미국 가정의 12월 소비는 재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2월 합의는 트럼프의 재선으로 D-DAY가 정해졌으며, 2025년 12월 합의는 중간선거로 D-DAY가 나올 예정입니다.


지금 25년 5월 베센트의 발언은 '주문개시' 위한 중국과의 물밑작업이 공개적으로 시작될 것을 알리는 겁니다. 무역이 패스트푸드 빅맥도 아니고, 관세협정에서 '주문'을 받아놔야 하는 중국의 입장과 처지를 알려주며, 중국이 미리 생산에 착수할 수는 있는 레벨의 관세로 조율하기 위한 내리기 위한 상징적인 협상이 곧 나옵니다. 하지만 제작에 착수한 이상, 9월-12월에 또 한 번 협상을 해야 합니다.


베센트가 "곧 휴일 시즌이 다가오는데, 주문을 넣어야 할 때. 만약 주문이 들어가지 않으면 중국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했고, "이건 여러 단계로 진행될 과정이라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2019년 때처럼 또 단편적으로 접하게 될 겁니다. 2019년 8월 13일 "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관세를 연기할 것", CNN(2019-12-14): '트럼프 관세 철회는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구함'처럼요.


이러면 대충 예상되는 투자 사이클이 나옵니다. 언론에서는 트럼프의 예상할 수 없는 발작으로 포장하겠지만, 이런 흐름을 이해한 우리 입장에서는 사이클이 보입니다.


중국의 경제적 취약성과 협상력


중국은 400억 불 규모의 미국상품 면세를 조용히 통과시켰습니다. 트럼프 입장변화, 전화를 기다린다 → '통화할 생각이 없다'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5/3, 주미 중국 대사관의 오픈 하우스 행사에서 주미 대사 또한 (Xie Feng) 중국은 관세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와 통화할 계획이 없으며, 무역단절이 맞다고 컷 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게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제공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최소 1번의 통수(?)가 예정되어 있으며, 유럽은 굿이나 보고 떡을 먹으려다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그럴싸한 우크라이나-유럽-중국-미국-러시아를 묶어버리는 판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하원에서의 파룬궁 보호법 전략적 통과는 중국의 발작버튼입니다. 해당 법안은 1년 가까이 우선순위가 밀렸던 법안인데, 5/6일 통과되었습니다. 관련 정치인에 대한 입국금지, 해외 자산동결, 비자취소 등이 포함됩니다.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AI와 반도체 경쟁의 새로운 차원


기술 전쟁의 핵심은 반도체입니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반도체 제조 장비(SME), 설계 소프트웨어(EDA)의 대중국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봉쇄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중국은 47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자체 AI 칩(화웨이 어센드 910C) 개발에 성공했으며, 광자 칩과 같은 '도약 기술'에 집중 투자하며 추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술 봉쇄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중국 기술 생태계를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방 산업과 빅테크의 융합


미국이 다시 국방력 강화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AI와 우주 기술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들의 국방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칩, 스페이스 X의 우주 기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국방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헤리티지 재단이 추진하는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도 관련 산업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미국의 노후된 핵무기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첨단 기술 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도 '군민융합(民軍融合)' 전략을 통해 IT 기업들과 국방 산업의 결합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군사 기술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미중 기술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도부에게 '아직 미국에 싸움을 걸 수 있는 날이 아니다'라는 확신을 줘야 함. 메시지가 참 터프합니다. 미국이 다시 국방을 강화하는 사이클, 지금은 트럼프 2기 정부입니다. 국방에서 빅테크, 특히 AI와 스페이스 X로 들어가는 매출이 쏠쏠하게 찍힐 것 같습니다. 물론 국방 자체에 들어가는 예산의 기조도 달라지고요.


금융 시스템의 분화 가속화


CBDC 생태계의 확산


달러 패권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첫째,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달러 중심의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시스템 CIPS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둘째, 디지털 화폐의 등장은 통화 전쟁의 새로운 전선입니다. 이 영역은 두 개의 상반된 흐름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중국은 미국에 '치명타'를 입히기 힘듭니다. 과거, 딸깍-한 번으로 미국이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박살 낼 기회가 있었지만, 중국은 미국과 공생을 택했습니다. 지금의 미국은 그때만큼 위험하진 않습니다.


중국의 대응이 재미있습니다. WTO제소, 수출기업의 내수비중을 높이게 하겠다, 베트남·캄보디아·태국의 수출을 늘리겠다, 희토류 수출 제한 등입니다. 희토류 수출 제한에서 제재한 기업은 20여 개 모두 '드론'회사로, '안 아픈 곳'을 때린 겁니다.


국채를 매각하여 중국으로 들여오면 위안화 가치상승으로, 수출품 가격이 비싸져 수출 축소도 걱정이지만,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중국은 미국채로 '블러핑' 조차도 조심해야 합니다. 일본정부가 괜히 트럼프에게 "미안해요.. 민간에서 던지는 걸 어떻게 할 수 없어요.ㅠㅠ " "보복 같은 거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한 게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만약 비접촉 교통사고로 트리거라도 제공해 버리면.. 연준과 트럼프의 힘겨루기도 휴전, 치고받고 싸우던 공화당과 민주당도 힘을 합세하게 됩니다. 공동의 적을 향해 풀파워를 사용할 테니까요.


제5부: 전략적 시사점과 대응 방안


기업 전략의 근본적 변화


효율성에서 회복탄력성으로의 전환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과거 30년간 추구해 온 저비용 효율성 중심의 전략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지역별 공급망 분산과 다중화, 핵심 부품과 소재의 전략적 재고 관리, 대체 공급업체와 기술의 지속적 발굴, 지정학적 시나리오별 비상 계획 수립이 필요합니다.


기술 자립도 강화의 중요성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핵심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특히 반도체, AI, 통신 기술 등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는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미중 경쟁 구도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두 시장 모두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혁신 역량 강화와 함께 외교적 균형 감각도 중요합니다.


투자자를 위한 새로운 관점


지정학적 리스크의 명시적 반영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기존의 재무적 분석에 더해 기업의 지역별 매출 구성과 의존도, 핵심 공급망의 지정학적 노출도, 기술 제재나 수출 통제의 영향 가능성, 통화 및 금융 제재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새로운 금융 인프라에 대한 이해


CBDC,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 등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등장을 주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관련 투자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특히 엠브리지와 같은 대안적 국제 결제 시스템의 확산은 달러 패권의 점진적 약화를 의미할 수 있으며, 이는 환율, 금리, 자산 가격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AI 분석 + 에너지(핵) 그리고 방어시스템 (스페이스 X) + 무기교체 분야에서 '국방예산'기반의 매출이 찍히니까요. 미국은 중국에 전방위 공격을 하는 중입니다.


정책 입안자의 과제


동맹 관리와 기술 역량 강화


각국 정부는 동맹 네트워크 관리와 함께 국내 기술 및 경제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등 핵심 기술 R&D,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유치,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 생태계 조성, 국가 간 기술 협력 체계 구축에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복합적 통화 시스템에 대한 대비


미래에는 달러, 위안화, 유로, 그리고 각종 CBDC가 공존하는 복잡한 통화 시스템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다극화된 통화 질서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국의 경우, 강대국 간 통화 경쟁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않으면서도 실익을 추구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


미중 경쟁에서의 균형 외교


한국은 미중 경쟁 구도에서 특히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독자적 경쟁력 확보, 동남아시아, 인도, 유럽 등 제3 지역과의 협력 강화, 국방 자주 역량 강화를 통한 전략적 유연성 확보, 문화 콘텐츠와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독자적 영향력 구축이 필요합니다.


AI와 로봇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


미중 경쟁의 핵심인 AI와 로봇 기술에서 한국이 뒤처질 경우, 장기적으로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이 분야에 대한 파격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기술 등을 AI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합니다.



결론: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준비


패러다임 전환의 불가역성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닙니다. 초연결 세계화에서 결합된 경쟁으로의 전환은 구조적이고 불가역적인 변화입니다. 이는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경제적 논리와 전략적 사고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기술이 결정하는 미래


21세기 패권 경쟁의 승부는 군사력이나 경제 규모가 아닌 기술 표준, 공급망 통제력, 그리고 디지털 통화 시스템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혁신과 기술 발전이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임을 의미합니다.


적응력이 생존의 열쇠


이 새로운 체스판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난 민첩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기업은 효율성 중심에서 회복탄력성 중심으로, 투자자는 재무적 분석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포함 분석으로, 정책 입안자는 단극적 사고에서 다극적 사고로 전환해야 합니다.


향후 세계는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피하지만, 경제·기술·금융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는 '장기적 냉전 2.0'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다극화된 경쟁 구도 속에서 기업, 투자자, 정책 입안자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기업: 저비용의 '효율성'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회복탄력성'으로 경영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명시적으로 반영하고,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새로운 금융 지형을 이해해야 합니다. 정책 입안자: 동맹 관리와 함께 국내 기술 및 경제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다수의 통화와 결제 시스템이 공존하는 복잡한 세계에 대비해야 합니다.


협력 속의 경쟁


흥미롭게도,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협력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기후 변화, 팬데믹, 사이버 보안 등 글로벌 차원의 도전 과제들은 여전히 국제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결합된 경쟁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경쟁과 협력의 균형점을 찾는 능력을 가진 주체가 될 것입니다.


미래를 향한 전진


2025년 하반기를 맞이하는 현재,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10년은 새로운 세계질서의 윤곽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개인과 조직,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 될 것입니다. 결합된 경쟁 시대는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만이 이 거대한 전환기의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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